주간동아 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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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그린벨트 해제

[황재성의 부동산 맥락] 비수도권 시도지사 “지역 개발 위해 그린벨트 해제 절실” 한목소리

  •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입력2023-01-0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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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그린벨트 내 개발제한구역. [동아DB]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그린벨트 내 개발제한구역. [동아DB]

    2022년 세밑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느닷없이 부동산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이 2022년 12월 26일 서울 종로구 시도지사협의회 사무실에서 협의회 임원들과 만나 대대적인 그린벨트 제도 개편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2024년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이라 지역 개발 이슈와 직결된 그린벨트 해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초 이날 모임은 최근 사회문제로 급부상한 전세 사기와 관련해 피해자 지원센터를 전국 각지에 구축하는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시도지사들은 그린벨트 문제 제기에 주력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비수도권 개발을 위해선 그린벨트 해제가 절실하다”고 요구했다. 협의회 회장을 맡은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역에서 개발을 엄청 하고 싶어 하고 투자 요청도 많은데 토지 이용에 물려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며 “그린벨트를 안 풀면 부산이나 울산 같은 대도시는 더는 개발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보전) 효율성이 없는 지역은 과감히 풀어야 하고 (그린벨트를 풀려면) 시도지사가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며 “이 권한도 넘겨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 그린벨트 3793㎢ 규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022년 12월 26일 서울 종로구 시도지사협의회 사무실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022년 12월 26일 서울 종로구 시도지사협의회 사무실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원 장관은 이런 요구들에 “결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전문가와 깊이 있게 논의 중이고 방향 자체는 강하게 하겠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어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구 구조가 변하고 있는 데다, 지방 소멸에 대응하고 국토의 미래 공간 계획을 세우기 위해 지방에 상당 부분 권한을 이양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 방법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뒤 “이전 정부와는 다른 수준의 접근법으로 국토 이용 규제 권한, 특히 비수도권(그린벨트)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그린벨트 해제 관련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권한 확대, 그린벨트 총량제 예외 요건 추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운영 방식 개편 등도 언급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2023년 상반기에 그린벨트 제도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린벨트는 1971년 7월 30일 서울, 인천, 경기 성남 등 수도권 지역에 처음 지정된 이후 1977년 4월까지 8차례에 걸쳐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당시 1개 특별시, 6개 광역시, 35개 시, 21개 군, 49개 구에 걸쳐 지정돼 총면적이 5397㎢에 달했다. 이는 당시 국토 면적의 5.4%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이후 그린벨트는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불리며 허물어진 집을 수리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 생존 당시에는 그린벨트에 초소를 만들어 불법행위를 감시할 정도로 강력한 단속이 이뤄졌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며 주민 재산권 보호와 부족한 도심택지 확보 요구가 커지면서 그린벨트가 해제되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 그린벨트는 수도권과 6개 광역도시권 등 7곳에 3793㎢(2021년 12월 말 기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초 지정 면적(5397㎢)의 70%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 기준 재정비 필요

    해제 상황을 보면 춘천권(지정 당시 면적·294㎢), 청주권(180㎢), 전주권(225㎢), 진주권(203㎢), 통영권(30㎢), 여수권(87㎢), 제주권(82㎢) 등 중소도시 지역은 1999년부터 2003년 사이 모두 그린벨트 지정에서 풀려났다. 현재 남은 그린벨트는 대부분 대도시권 지역이다. 수도권의 경우 지정 당시 1567㎢에서 택지 등 용도로 166㎢가 해제돼 현재 1365㎢가 남았다. 이 밖에 부산권(597→411㎢), 대구권(536→515㎢), 광주권(554→512㎢), 대전권(441→424㎢), 울산권(283→269㎢), 창원권(314→297㎢) 등에도 적잖은 면적이 그린벨트로 묶인 상태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지자체 요구를 모두 받아들여 그린벨트를 재조정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그린벨트는 대도시의 ‘허파’로서 보존 가치가 분명하다. 게다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녹지의 중요성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그린벨트 해제를 위한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만들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국회 입법조사처가 2022년 9월 발표한 보고서 ‘이슈와 논점-개발제한구역 해제 관련 쟁점과 개선방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보고서는 그린벨트 해제가능총량 설정과 그린벨트 해제 기준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해제가능총량의 경우 광역계획권별 해제가능총량을 정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개발제한구역의 해제가능총량은 ‘2020년 광역도시계획’에 제시돼 있다. 그런데 이 물량의 소진율이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수도권(소진율·79.3%)과 부산권(79.9%), 광주권(70.7%) 등 3곳을 제외한 나머지 대구권(51.1%), 대전권(41.1%), 울산권(38.8%), 창원권(44.1%) 등은 절반 이하다. 따라서 전체적인 해제가능총량을 늘리기보다 지자체 간 해제가능총량 거래 또는 신규 지정을 통해 부족한 그린벨트 해제 물량을 해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개발제한구역 해제 기준에 대한 재정비도 필요해 보인다. 우선 공공성과 환경성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공익사업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는 막기 어렵다. 다만, 해제 사업 범위를 공공성 기준으로 한정하고, 해제로 인한 난개발이나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여기에 1998년 도입된 환경등급평가 지표도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년 이상 지나면서 생태 현황과 연관성이 낮다는 지적이 적잖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택지 등으로 사용할 때 대상지 일부를 공원, 녹지 등으로 확보하도록 의무화한 ‘개발제한구역 훼손지 복구제도’도 손질해야 한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 인구가 거의 없는 지역에 공원을 조성하거나, 철거 후 원상 복구가 필요한 불법 건축물이 있는데도 복구 사업지로 지정해 그린벨트 기능 보존이라는 원칙마저 저해하는 일도 있다.

    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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