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6

2023.02.10

Z세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면 유행을 알 수 있다

[김상하의 이게 뭐Z?]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3-02-15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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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인스타그램은 게시물보다 ‘스토리’를 올리는 게 훨씬 덜 부담스럽다. 직접 삭제할 때까지 지워지지 않는 게시물과 달리 스토리는 24시간 후면 자동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Z세대가 스토리를 더 자주 업로드하는 이유다. 한 주에 몇 개씩 Z세대끼리 겹치는 아이템이 스토리에 올라오곤 하는데 이것만 파악해도 현재 유행이 무엇인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다. Z세대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걸 자유롭게 찍어 스토리에 올린다. 어디를 가고, 어떤 물건을 사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기에 지금 어느 카페와 식당이 유행인지 등을 알 수 있는 셈이다.

    #Z세대의 진짜 메타버스 플랫폼 ‘본디’

    메타버스 플랫폼 ‘본디’에서 제작할 수 있는 3D 캐릭터. [메타버스 플랫폼 ‘본디’ 캡처]

    메타버스 플랫폼 ‘본디’에서 제작할 수 있는 3D 캐릭터. [메타버스 플랫폼 ‘본디’ 캡처]

    메타버스는 지난해부터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메타버스를 사용하는 Z세대는 그리 많지 않다.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ZEPETO)’는 Z세대가 아닌 ‘알파세대’(2010년부터 2024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타깃으로 하고 사실상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도 거의 없다. 싸이월드의 경우 메타버스 플랫폼 ‘싸이타운’으로 재도약에 나섰지만 얼마 전 일일 방문자 수가 1명뿐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Z세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주 출몰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등장했다. 바로 ‘본디(Bondee)’다. 이번 주 Z세대 인스타그램에서 알 수 없는 3D(3차원) 캐릭터와 QR코드를 봤다면 본디일 공산이 크다. 본디는 지난해 11월 출시됐지만 최근 들어 소소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싸이월드와 카카오톡, 인스타그램을 모두 더한 SNS 같다는 특징이 있다.

    본디에서 방 꾸미기를 마친 뒤 아파트’ 버튼을 누르면 등장하는 화면. [메타버스 플랫폼 ‘본디’ 캡처]

    본디에서 방 꾸미기를 마친 뒤 아파트’ 버튼을 누르면 등장하는 화면. [메타버스 플랫폼 ‘본디’ 캡처]

    본디에 가입하면 자신의 캐릭터를 제작해야 하는데, 마치 싸이월드 ‘미니미’를 꾸미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본디엔 ‘방 꾸미기’ 기능도 있다. 나만의 스타일로 방 인테리어를 한 다음 ‘아파트’ 버튼을 클릭하면 친구들 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모두 함께 ‘땅콩주택’에 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밖에 카카오톡 메신저,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비슷한 기능도 포함돼 있다. 기존 SNS와 다른 게 있다면 내가 아닌 캐릭터가 주이기에 사생활을 덜 오픈해도 된다는 점이다. 필자가 느끼기엔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 중 기존 SNS의 편리한 기능과 메타버스의 장점을 가장 잘 섞은 것이 본디 같다.

    #헤일리 비버 신발에서 유행 번진 ‘문부츠’

    ‘쇼미더머니 11’에 ‘문부츠’를 신고 출연한 가수 현아(가운데). [현아 인스타그램 캡처]

    ‘쇼미더머니 11’에 ‘문부츠’를 신고 출연한 가수 현아(가운데). [현아 인스타그램 캡처]

    겨울이 싫은 이유 중 하나는 발이 시려서다. 부츠를 신으면 발이 깨질 것처럼 시릴 때가 많다. 그렇다고 딱히 운동화가 따뜻한 것도 아니다. 장마 때 Z세대 사이에서 “지드래곤이 우산 달린 옷을 입어 유행시키면 좋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도는 것처럼 ‘누군가 엄청나게 따뜻한 신발을 신어 유행시키면 너도나도 신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최근 유행하는 ‘문부츠’가 딱 그런 아이템이다. 미국 패션모델 헤일리 비버가 빅토리아시크릿 화보에서 핑크색 문부츠를 신어 2000년대를 풍미한 브랜드 문부츠의 부활을 알렸기 때문이다.



    ‘Y2K’ 트렌드와 함께 유행하고 있는 문부츠는 색깔도, 디자인도 다양하다. [‘문부츠’ 공식 홈페이지 캡처]

    ‘Y2K’ 트렌드와 함께 유행하고 있는 문부츠는 색깔도, 디자인도 다양하다. [‘문부츠’ 공식 홈페이지 캡처]

    문부츠는 ‘절대 방한’이 가능할 것 같은 디자인이다. 신발 부피부터 엄청나다. 어그(UGG)부츠와 문부츠를 섞어 마치 북극곰 발처럼 보이는 디자인도 있다. 이렇게 디자인이 오동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문부츠를 처음 만든 이탈리아 디자이너 지안카를로 자나타가 우주복 신발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쇼미더머니 11’에 가수 현아가 문부츠를 신고 나와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Y2K’(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유행)가 돌아온 요즘 절대 빠질 수 없는 유행 아이템이 됐다. 문부츠는 색깔도, 디자인도 다양하다. 겨울이 거의 끝나가고 있긴 하지만 올겨울 막바지에 유행 좀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바로 구매하길 추천한다. 옷을 어떻게 입든 문부츠 하나만 신으면 트렌디해질 수 있으니.

    #술만 마셨다 하면 찍으러 가는 ‘네 컷 사진’

    네 컷 사진 브랜드 중 투명 필름에 사진을 인쇄할 수 있는 ‘더필름’. [‘더필름’ 인스타그램 캡처]

    네 컷 사진 브랜드 중 투명 필름에 사진을 인쇄할 수 있는 ‘더필름’. [‘더필름’ 인스타그램 캡처]

    Z세대는 술자리 마침표를 ‘인생네컷’(즉석사진관 체인점)으로 찍는다. 인생네컷을 찍는 데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헤어지기 전 이 사진을 안 찍으면 아쉬워서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얼마 전 서울 양재동 인근에서 술자리를 끝마쳤을 때, 근처에 인생네컷이 없어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 4장을 찍은 뒤 비슷하게 합성한 경험도 있다. 최근에는 인생네컷과 유사한 ‘네 컷 사진관’이 많이 생겼는데, 브랜드마다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다. 컬래버레이션 중인 캐릭터나 사진에 적용되는 프레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사진의 느낌이다. 내 얼굴 그대로를 사진으로 받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필터와 유행 소품이 핵심적이다.

    ‘모노맨션’은 네 컷 사진을 꾸밀 수 있는 스탬프를 매장마다 구비해뒀다. ‘더필름’에서는 투명 필름에 네 컷 사진을 인쇄할 수 있다. 각 브랜드마다 네 컷 사진에 특별함을 더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부근에 위치한 ‘록화소’에서는 사진 대신 영상을 녹화할 수 있다. 걸그룹 뉴진스의 ‘디토(Ditto)’가 인기를 끌면서 레트로 캠코더가 다시 유행 중이지만 실물 캠코더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캠코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Z세대가 많은데, 록화소에서는 인생네컷과 비슷한 프레임으로 레트로한 느낌의 영상을 찍을 수 있다. 록화소는 무인점포이며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예약해야 한다는 귀찮음은 있지만 나만의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Z세대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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