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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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저 침실 살기 관통… 용산 대통령실 기운 강건

[안영배의 웰빙 풍수] 풍수적 관점에서 따져본 청와대 복귀론 득실

  • 안영배 미국 캐롤라인대 철학과 교수(풍수학 박사)

    입력2024-06-3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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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또 구설에 오르고 있다. 대통령은 원래 있던 북악산 자락 청와대로 되돌아가는 편이 낫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 같은 주장은 4월 총선 이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3월 대통령에 당선한 이후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 입주를 거부하고 용산 시대를 선포했다. 그러나 용산을 선택한 지 2년 만에 윤 대통령과 여당은 총선에서 레임덕으로 불릴 정도의 참패를 당했다. 지금도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은 30%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국정 철학으로 나라를 이끌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무색할 정도다.

    이는 용산 대통령실이 국정 운영에서 순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결국 청와대 복귀론이 등장하는 심리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잘되면 제 탓, 못되면 터(조상) 탓”이라는 속담이 여기서도 적용되는 셈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중요 외교 및 국제 행사를 열 때 영빈관, 본관 등 청와대 건물을 자주 이용하는 점도 청와대 복귀론에 힘을 싣고 있다고 한다.

    길흉(吉凶) 공존하는 명당 터

    좋은 기운과 좋지 않은 기운이 공존하는 청와대. [GettyImages]

    좋은 기운과 좋지 않은 기운이 공존하는 청와대. [GettyImages]

    이처럼 특정 공간의 입지를 보고 공간 이용자에 대한 이런저런 분석과 평가를 내리는 행위는 풍수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동서양에서 공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우리가 건물을 짓지만, 건물은 다시 우리를 만든다”고 말했다. 건축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처칠의 소견은 동양의 양택(집) 풍수서 ‘황제택경’에도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황제택경’은 “사람은 집으로 입신(立身)하고, 집은 사람으로 존재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복귀론은 기본적으로 청와대(혹은 경복궁) 터가 흉지(凶地)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청와대와 경복궁 터는 풍수적으로 청룡과 백호, 주산(主山)과 안산(案山) 등 지형적 조건이 같기 때문에 곧잘 한 묶음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해당 일대는 매우 오랜 기간 길지(吉地) 여부를 놓고 치열한 풍수 논쟁이 전개됐다. 조선 건국 이후 경복궁 명당 터는 천년 동안 길하고 경사스러운 곳이라는 칭송과 함께, 경복궁 주산이 바르지 못해 터 잡기부터 잘못됐다는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또 경복궁이 지어진 지 1600년이 넘은 현재에도 경복궁과 청와대를 해석하는 풍수인들은 여전히 조선 지관들이 벌였던 옛 논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먼저 경복궁을 길지로 평가하는 풍수인은 세계 역사상 보기 드물게 한 왕조가 500년 넘도록 유지됐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또 광복 이후 청와대에서 근무한 역대 대통령 재임 시기에 한국은 절대 빈곤국가에서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는 점을 들며 청와대 역시 명당 터임을 주장한다.

    청와대 관저에도 좋은 기운과 나쁜 기운 있어

    반면 경복궁 터를 흉하게 보는 풍수인은 청와대 터 역시 좋지 않다고 말한다. 이들은 경복궁 창건 이후 벌어진 골육 간 왕권 다툼,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되면서 270년간 방치된 전력 등이 그 증거라고 주장한다. 또 청와대에서 근무한 역대 대통령의 인생 말로가 좋지 않았다는 점도 이곳이 좋은 터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경복궁과 청와대에 대한 풍수 논쟁은 사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해당한다. 경복궁이 길지라고 해서 청와대 역시 길지라고 해석하거나, 그 반대로 경복궁이 흉지라고 해서 청와대 역시 좋지 않다고 하는 것은 매우 섣부른 판단이다. 땅 기운 측면에서 보더라도 그렇다. 전반적으로 길지로 평가되는 곳에도 음기(陰氣)나 살기(殺氣) 같은 좋지 않은 기운이 섞여 있고, 반대로 흉지로 규정되는 곳에도 양명한 기운[陽氣]이나 생기(生氣) 같은 좋은 기운이 일부나마 존재하기 때문이다.

    풍수의 최고 목적은 생기를 얻는 데 있다. 풍수 고전 ‘청랑경’에 나온 대로 ‘천광하림 지덕상재(天光下臨 地德上載)’, 즉 하늘의 천기와 땅의 지기가 응하는 곳에서 생성되는 생기를 찾아내는 것이 풍수의 근본이라는 얘기다.

    필자는 2022년 5월 청와대가 대중에 개방된 첫날 부랴부랴 북악산 자락 대통령 관저를 찾아갔다. 주거공간이야말로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이기에 생기 여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ㄱ자 형태의 한옥 구조로 청기와를 얹은 지붕이 특히 눈에 띄는 대통령 관저는 그간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공간이었다. 이곳은 1990년 노태우 대통령 때 완공된 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가족의 주거공간으로 사용됐다.

    아쉽게도 이곳 관저는 대통령 부부가 생활하고 잠자는 공간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됐다. 생기가 아닌, 음기 혹은 살기로 불리는 좋지 않은 기운이 대통령 부부의 침실 공간을 관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터는 오래 머무를수록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그나마 한국이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채택하고 있어 대통령 가족이 건강을 잃지 않고 퇴임할 수 있었다고 유추될 정도였다.

    사실 청와대 관저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제기됐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청와대 터가 명당임을 알리는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地)’라는 표석이 발견됐음에도 “관저, 숙소 건물은 아주 음습한 데 지어졌다”고 밝혔다. 또 “(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누구보다도 옮기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청와대 경내를 두루 살펴본 결과 좋은 기운과 좋지 않은 기운이 공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관저 아래쪽 청와대 옛 본관 터는 생기가 있는 명당 터였다. 지금은 ‘청와대 구본관 터’라는 표석만 새겨져 있는데,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전두환 대통령까지 관저로 사용하던 곳이다. 전직 대통령이 옛 본관에 머무는 동안 6·25전쟁, 군사 쿠데타, 장기 독재 등 환난을 거쳤지만 나라 경제는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것도 사실이다.

    용산 시대 이후 대통령실은 세종으로?

    대통령 집무실이 자리한 용산 국방부 신청사. [뉴시스]

    대통령 집무실이 자리한 용산 국방부 신청사. [뉴시스]

    그렇다면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는 어떨까. 윤 대통령은 우여곡절 끝에 용산 국방부 신청사에 집무실을 마련하고, 외교부 장관 공관 터를 관저로 사용하고 있다. 용산 둔지산 북쪽 자락에 자리 잡은 국방부 신청사는 주산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음에도 대통령 집무 공간으로는 훌륭한 터에 해당한다. 풍수에서 핵심인 혈(穴) 기운으로 보자면 세계 어느 나라 대통령 집무실에 견줘도 뒤처지지 않는다. 기운이 강건하다 보니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에서는 독재적 성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염려가 들 정도다. 또 용산 대통령 관저는 여러 약점이 발견되지만, 북악산 자락의 청와대 관저보다는 나은 편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풍수적 입장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해온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용산 터 탓으로 돌리는 것도 아직 이르고, 이미 여러 평가와 구설에 올랐던 청와대 관저로 다시 복귀하라는 주장도 무책임하다. 여염집에서도 예전에 살던 터로 다시 이사하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속언이 전해진다.

    오히려 이제는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행정수도가 건설되고 있는 세종시 혹은 충청권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때라고 본다. 필자는 윤 대통령의 용산 시대는 행정수도로 가기 위한 전초 단계라고 해석한다. 서울은 대통령실이 떠나더라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도시로서 지위를 이어나갈 테고, 정치와 행정을 행정수도로 넘겨줄 만큼 한국 국격도 성숙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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