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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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등장한 석유·가스 테마주… 시대 불문 실패 사례에서 배워야

[김성일의 롤링머니] ‘불변의 법칙’ 저자 모건 하우절 “역사를 알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 줄어든다”

  • 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연금·투자연구소장

    입력2024-06-1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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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6월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동아DB]

    윤석열 대통령이 6월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동아DB]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3일 취임 후 처음 가진 국정 브리핑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정부가 추정한 매장량은 최대 140억 배럴로 전 국민 기준 석유는 4년, 가스는 29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000조 원으로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에 달한다. 대통령과 정부기관의 이 같은 발표 이후 관련 테마주가 생기고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와 관련 없는 한국석유 주가도 급등

    한국가스공사 주가는 최근 1년간 2만5000원 수준에서 큰 움직임이 없었으나, 정부 발표 직후인 6월 4일 4만9350원까지 급등했다(그래프 참조). 강관(철로 만든 관) 제조기업 동양철관과 화성밸브도 테마주에 포함됐다. 원유나 천연가스를 추출·운송할 때 강관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동양철관 주가는 올해 들어 700원 수준에서 변화가 없었으나 6월 7일에는 최고 1678원으로 2배 넘게 상승했다. 화성밸브 주가 또한 기존 5000원대에서 6월 5일 1만1080원까지 2배 이상 급등했다. 관련 테마주로 분류되는 대성에너지, 흥구석유, 중앙에너비스 등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쏠리면서 석유·가스 채굴과 관련 없는 기업까지 테마주로 묶이며 주가가 폭등하는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스팔트를 비롯한 석유공업제품 생산기업인 한국석유는 석유·가스 채굴과 관련 없는데도 주가가 급등했다. 실제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한국석유공사는 비상장회사로, 한국석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테마주 가격 급등은 지속되기 어렵다. 6월 5일 급등한 테마주 가운데 일부는 7일 급락했고, 10일에는 다시 상승한 종목과 계속해서 하락하는 종목으로 갈리기도 했다. 이런 테마주는 상한가 굳히기, 초단기 매매, 허수성 호가, 가장 매매, 통정성 매매 등 비정상적인 주문 유형이 많다. 비정상적 테마주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투자자의 비이성적인 과열 및 쏠림 행태에 개인투자자를 이용해 한몫 잡으려는 사기꾼의 욕심이 뒤섞이기 때문이다.



    이런 테마가 형성되면 개인투자자는 언론 기사와 뉴스, 유튜브 등을 보며 공부한다. 쏟아져 나오는 자료를 제대로 살펴보고 검토해야 하지만 대개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취한다. 내가 이미 해당 주식을 샀다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만 귀에 들어오는 식이다. 자신의 포지션과 반대쪽 의견은 안 듣거나 들어도 합리적으로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판단과 행동이 다른 경우도 많다. 장기적으로 동해 유전이 개발되면 수익성이 좋다는 말에 동의하면서도 투자는 단기로 하는 것이다. 장기와 단기를 나누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으나 매일 주가를 보면서 일희일비한다면 단기투자자라고 볼 수 있다. “장기투자는 옳고 단기투자는 그르다” 같은 말은 의미가 없다. 어느 쪽이든 수익을 얻으면 되는 게 투자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점은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투자자인지 아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투자가 자신에게 잘 맞는지 확인하고, 궁극적이며 반복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석유·가스 테마와 관련해 주가 움직임 말고 다른 정보들도 챙겨봐야 한다. 탐사 시추 계획의 성공 확률은 통상 10% 수준이라고 한다. 정부가 제시한 20%가 맞을 수도 있다. 어찌 됐든 10~20% 성공 확률이다. 100%가 아니라는 얘기다. 시추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시추비용으로 공당 1000억 원 이상이 들고, 현재 5차례까지 시추가 필요하다고 하니 최소 5000억 원이 소요될 것이다. 또 성공한다 해도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은 2035년 이후라고 한다.

    500년 투자史와 함께한 테마주 역사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이런 내용쯤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투자자 대부분이 이런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장기적으로 비전이 있다고 판단해 매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스토리는 그냥 호감을 갖게 되는 수단일 뿐이고, 투자 목적은 단기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얻는 것인 경우가 많다. 단기로 고수익을 얻으려면 내가 산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남이 내 주식을 사줘야 한다. 나보다 더 비싸게 사줄 다음 ‘호구’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 호구가 나일 수도 있다는 것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제경영서 ‘불변의 법칙’에서 저자 모건 하우절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십여 년 전 나는 역사를 더 많이 공부하고 예측 자료를 덜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결정은 내 인생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사를 알면 알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었다. 불확실한 앞날을 예측하려는 어설픈 시도를 멈추고, 그 대신 결코 변하지 않는 것들에 집중하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유의미한 불변의 법칙이다.”

    동해 석유·가스 테마주 기사들을 보면서 모건 하우절의 이 말이 생각났다. 테마주에 투자한 이들은 예측 자료를 통해 알게 된 주식에 투자한 만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정확한 정보, 남들보다 빠른 정보를 얻기 위해 단톡방에 가입하기도 하고, 비싼 리딩방에 혹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투자 결과가 좋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두 번은 잘 되더라도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투자가 어렵고 미래가 불안한 이에게 역사 공부를 권한다. 테마주 역사는 500년 투자 역사와 함께한다. 가깝게는 올해 초 있었던 정치테마주부터 1720년대 천재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의 전 재산을 잃게 한 영국 남해회사 테마주까지 지역과 시대를 불문한 무수한 사례가 있다. 테마주에 투자하고 싶다면 투자에 나서기 전 테마주 역사를 공부해 그런 상황에서 과연 투자로 돈을 벌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길 바란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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