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4

..

‘세계관 최강자’ 에이티즈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4-06-14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새 미니앨범 ‘GOLDEN HOUR Part.1’을 선보인 에이티즈. [KQ엔터테인먼트 제공]

    새 미니앨범 ‘GOLDEN HOUR Part.1’을 선보인 에이티즈. [KQ엔터테인먼트 제공]

    에이티즈(ATEEZ)는 세계관으로도 유명하다. 적잖은 아티스트에게 세계관은 그저 일시적인 콘셉트 틀 정도로 기능할 뿐일 때 에이티즈는 세계관을 가장 효과적으로, 그리고 완성도 있게 작품에 녹여내는 팀 중 하나다. 국내외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며 성장한 이들은 올해 미국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에서도 특유의 폭발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새 미니앨범 ‘GOLDEN HOUR: Part.1’에서 에이티즈 세계관은 새 장을 연다. 첫 트랙 ‘Golden Hour’는 “멋진 순간을 위해 사는 것이 우리의 가슴을 더 공허하게 하지는 않는가”라고 묻는다. 테마는 ‘허무’일까. 혹은 이어지는 내레이션이 내비치듯 화려함과 동떨어진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일까. 하지만 정작 수록곡들은 대체로 화려하고 뜨겁게 달아오르는 파티튠이다. 저돌적인 비트에 날카롭게 뻗고 꽂히는 보컬과 랩, 난폭하게 몰아치는 ‘드롭’은 속이 후련하다. 조금씩 깔려 있는 짓궂음이 유쾌하고 멋진 친구들 같은 느낌을 준다. 그간 에이티즈가 보여주던 ‘난장’의 매력이 여느 때보다 단단한 파괴력으로 발휘된다.

    그런데 ‘Shaboom’은 강렬한 흥청거림 속에서도 줄곧 ‘지금밖에 모르는 인물’을 보여줌으로써 미래를 의식하게 한다. 야시시하게 번득이는 ‘Blind’도 순간에 매몰되는 맹목성을 그린다. 그리고 4번 트랙 ‘Empty Box’가 그 이면을 보여준다. 아련한 이별 R&B이기도 하지만 과거에 대한 허무와 비애를 담아낸다. ‘영원할 것 같던 그 빛나던 추억’을 되돌리기보다 ‘보내야 할 것 같아’라고 말한다. 새로운 테마가 여기서 완성된다. 눈이 먼 듯 춤추고 파티를 즐기는 여러 수록곡의 화자들, 그리고 타이틀곡 ‘WORK’의 내용까지도 ‘황금기’가 언젠가 끝난다는 사실을 잊은 채 내달리는 모습으로 다시 읽힌다.

    ‘WORK’는 성공 가도를 질주하는 스타의 거드름으로서 ‘플렉스(flex)’의 전형성을 보여준다. 공중에 지폐를 뿌리고, 고출력 자동차가 덜컹이며, 모피코트가 펄럭인다. 성공을 위해 ‘일’하는 모습까지도 사실 플렉스 서사의 일부다. 그러나 그 디테일은 유머러스하게 군색하기도 하다. 양계, 위조화폐, 차량 절도, 사금 채취 같은 장면들은 게임 ‘그랜드 테프트 오토(Grand Theft Auto)’나 ‘레드 데드 리뎀션(Red Dead Redemption)’을 차용했다. 게임에서도 플레이어의 초라한 초반을 장식하며 유머를 유발하는 장치들이다. 이 소재들에 대량의 순두부찌개를 끓이는 장면이 겹쳐진다. 스타의 삶 뒤에 있는 ‘일’은 한탕주의일 수도, 수더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럴 때 화려한 시절의 이후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K팝 청춘 서사의 세계에 새로운 장 열어

    지금까지 해적으로 시작해 종말 세계로 확장된 에이티즈의 서사 속 멤버들은 비현실적 픽션의 주인공이었다. 일본 소년만화를 연상케 하는 이 소재들은 또한 청춘의 도전과 우정 등 보편적 공감이 가능한 주제를 풀어내는 무대가 되기도 했다. 에이티즈 세계관 전략의 중요한 강점이었다. 그리고 새롭게 펼쳐지는 장에서 이들은 현실 세계로 내려온다. 성공한 스타의 모습이지만, 그것은 우리 세계에서 숨 쉬는 직업인이자 청년으로서의 아이돌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K팝이 천착해온 청춘의 방황이라는 주제와 맞닿아 보이기도 한다. 세계관의 대유행 속에서 두각을 드러낸 에이티즈의 설득력은 이번에도 독보적 성취를 이룰 수 있을까. 타이틀 한 곡보다는 미니앨범 전체를 통해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호흡이나 ‘WORK’의 재치 있는 의미망들을 보면 K팝 청춘 서사의 세계에 새로운 장을 여는 주인공으로서 에이티즈를 기대하게 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