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루에서 판매 중인 자연 발효 흑초. [초루 제공]
발효는 식품 속 미생물이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식품이 처음과 전혀 다른 맛과 향을 지니게 되는데, 이것을 발효식품이라고 한다. 발효는 건강에 이롭다는 점에서 부패와 차이가 있다. 사람 몸속엔 평균 100조 마리의 장내 세균이 서식하고 이들 장내 세균은 유익균과 유해균으로 나뉜다. 유익균이 유해균보다 많으면 외부에서 유해균이 침투하더라도 질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유익균 중 하나인 유산균이 다량 함유돼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게 바로 발효식품이다.
발효식품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유럽을 대표하는 발효식품은 치즈와 와인이다. 불가리아 요구르트, 독일 사워크라우트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아시아 국가 역시 나라마다 각기 다른 발효식품을 갖고 있다. 한국의 경우 김치, 장(醬)류에 기반한 음식이 많고 일본은 낫토, 우메보시 등을 일상적으로 섭취한다.
최근 들어 국내에선 제조 과정에 인위적으로 발효를 일으키는 성분을 첨가하는 인공 발효가 아닌 자연 발효가 각광받고 있다. 특히 과일을 자연 발효한 홍초, 감식초 등 식초가 음료 시장에 큰 바람을 일으켰다. 자연 발효 식초엔 유산균과 더불어 60여 가지 유기산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 영양성분이 건강에 좋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국내엔 자연 발효 식초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몇 군데 있다. 국내 최초로 자연 발효 흑초를 선보인 전남 보성 ‘초루’가 그중 하나다. 초루에선 누룩과 현미, 암반수를 재료로 자연 발효 흑초를 만든다. 최소 3년간 발효 과정을 거쳐 완성되기 때문에 그 맛과 효능이 남다르다. 초루에 방문하면 자연 발효 흑초를 넣어 만든 초루만의 시그니처 음료와 한국 전통 다식을 코스로 즐길 수 있다. ‘오감코스’의 경우 발효 중인 흑초가 담긴 항아리들을 구경하는 데에서 시작되는데, 2000개 남짓한 항아리 밭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는 평이 많다.
자연 발효식품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누룩 소금’도 관심거리 중 하나다. 누룩 소금은 쌀누룩에 천일염과 물을 넣어 끈적일 때까지 잘 섞은 뒤 용기에 담아 7~10일간 상온 발효시켜 만든다. 7~10일 뒤 흡사 죽 같은 형태가 되면 그때부터 그대로 혹은 믹서에 갈아 일반 소금 대신 쓰면 된다. 누룩 소금은 일반 소금 대비 나트륨 함유량이 10분의 1 수준이라 고혈압·당뇨 환자가 나트륨을 제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누룩의 영향으로 발효 과정에서 포도당과 아미노산이 생성돼 특별한 감칠맛을 내기 때문에 일반 소금보다 맛도 좋은 편이다. 당장 오늘부터 식초, 소금 등 다양한 자연 발효식품으로 더 맛있고 건강한 식탁을 꾸며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