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지혜(36) 씨는 최근 공모형 부동산펀드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직장생활을 막 시작한 당시에는 적립식 펀드에 꼬박꼬박 돈을 넣었지만 2~3년이 지나도 수익률이 신통치 않았다. 그사이 집을 산 동기들은 부동산으로 몇천만 원씩 벌었다. 전셋집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그러던 중 올해 초 기사를 통해 부동산펀드를 접했다. 출근길 버스를 타고 지나쳤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이 아파트 한 채에 70억 원씩 한다는 사실도, 그런 고가 부동산을 사모펀드가 사들여 임대하고 수익, 환매차익을 투자자들과 나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박씨는 “사모펀드에 투자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공모펀드는 500만 원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고 한다. 투자처가 국내 부동산일 경우에는 직접 가서 볼 수 있고, 임대수익도 주변 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에 물어볼 수 있다. 또 국토교통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시가격이 나와 미래 가치도 전망할 수 있다. 남편과 상의해 공모펀드에 조만간 투자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평균 배당률 6%, 예금금리 4배 수준
아파트는 더는 직장인이 월급만으로 넘볼 수 있는 만만한 투자처가 아니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몇 해 전부터 부동산경기가 회복되면서 전국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는 요즘 같은 때 부동산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좋은 투자처다. 돈은 없지만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는 이들 사이에서 적은 돈으로 진입 가능한 부동산 소액투자가 인기를 얻고 있다.개인투자자가 비교적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 소액투자는 크게 부동산간접투자기구(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리츠)와 부동산펀드로 나뉜다. 이들은 각각 2002, 2004년 국내에 도입된 이후 꾸준히 규모가 커지고 있다. 투자 방법은 펀드 매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리츠의 경우 리츠사와 자산관리회사 정보를 국토교통부 ‘리츠정보시스템’ 홈페이지(reits.molit.go.kr)에서 확인하고, 판매회사를 방문해 적합한 리츠를 선정한 뒤 해당 주식을 매수하면 된다. 부동산펀드는 운용사를 확인한 뒤 해당 상품의 판매처인 은행과 증권사의 창구 혹은 온라인을 통해 매수 가능하다.
5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리츠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25조 원을 돌파했고, 평균 배당률은 6% 수준으로 일반 예금금리의 4배 가까이 된다. 특히 몇 해 전부터 부동산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지난해에는 신규 리츠의 진입이 활발하게 이뤄져 59개 리츠가 새롭게 인가를 받았다. 15개 리츠가 해산됐지만 2002년 리츠 도입 이후 최대 성장 폭을 보여 지난해 말 기준 169개 리츠가 운영 중이다.
특히 지난 3년 새 주택 분야 리츠가 크게 증가했다. 2014년 주택 투자자산별 현황에서 주택 분야 리츠는 22개(2조4000억 원)로 전체의 15.9%였는데, 지난해에는 79개(11조4000억 원)로 전체의 45.3%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분양전환공공임대, 행복주택, 뉴스테이 등 임대주택 리츠가 활성화됐다. 리츠를 통한 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보면 공공임대주택은 5만6000호, 기업형 임대주택은 3만1000호 정도다. 이 밖에 오피스 34.9%, 리테일 12.6%, 호텔 2.5% 등이다.
지난해 평균 배당수익률은 6%였으며, 운영 기간 중 배당이 어려운 임대주택 리츠를 제외한 오피스, 리테일, 물류, 호텔 등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9.8%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피스 가운데 3개 리츠에서 STX남산타워, 타임스퀘어 A·B동, 센터포인트광화문 등을 매각하면서 자본이득이 발생해 전체 배당수익률이 9%로 올랐다.
부동산펀드의 성적표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2월 금융투자협회에서 발표한 ‘2016년도 펀드시장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및 특별 자산 펀드의 순자산은 94조8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부동산펀드는 자금 13조2000억 원이 흘러들어 순자산은 47조2000억 원으로 2015년 말 대비 11조3000억 원(31.3%)이 늘었다. 이 가운데 임대형펀드가 부동산펀드의 50.8%를 차지했고 이어 기타(26.4%), 대출형(14.0%), 개발형(4.9%) 순이었다.
투자할 부동산과 모집 금액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증권사나 은행을 통해 판매하는 공모형 부동산펀드의 상승세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공모형 부동산펀드 투자는 2015년 말 8670억 원에서 지난해 말 1조27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4% 증가했다. 49인 미만의 소규모 투자자에게만 허락된 사모형에 비해 공모형은 누구나 투자할 수 있고, 투자 금액도 100만 원 단위로 비교적 부담이 없어 공모형 부동산펀드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임차계약, 입지 조건 등 따지고 투자해야
2월에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바른빌딩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출시했는데, 모집 금액 329억3000만 원이 조기 매진됐다. 국내 7위 로펌인 법무법인 바른이 건물 전체를 10년간 빌리기로 계약해 안정적인 수익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또 6월에는 유경PSG자산운용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사옥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판매했는데, 하루 만에 모집 금액 800억 원이 매진됐다. 이 역시 하이트진로가 임대계약을 하면서 향후 15년간 임대료를 매년 2.5%씩 올리는 데 합의한 것이 판매 호조의 원인이 됐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공모형 부동형펀드도 판매 호조세다. 지난달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판매한 미국 애틀랜타 주 스테이트팜 빌딩 공모펀드는 사전 예약 나흘 만에 마감됐다. 총 모집 규모 1470억 원에 펀드 만기가 7년으로 길고, 중도에 환매할 수 없는 폐쇄형 펀드였음에도 대기 예약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스테이트팜 빌딩은 북미지역 최대 보험사인 스테이트팜이 20년 장기 임대를 계약해 수익이 안정적일 것이란 기대를 받았고, 애틀랜타국제공항과 다운타운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완전 판매의 주원인으로 꼽혔다.
부동산 소액투자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그만큼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펀드 기대 수익률은 말 그대로 예상 수익일 뿐이며, 펀드 만기 시기에 부동산경기가 나빠져 해당 부동산 매각에 차질이 빚어지면 원금을 늦게 받거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임차계약자의 사정으로 임대차계약을 지키지 못하면 공실이 생길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리스크와 기대 수익률을 꼼꼼히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동산투자 전문가인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는 “부동산시장이 상승세에 있기는 하지만 간접투자 상품으로 흡족할 만한 수익률을 얻기는 어렵다. 강남구 테헤란로의 오피스 빌딩이 1조 원까지 하는데 그것들이 몇 년 사이 몇천억 원씩 오르기는 힘들다. 임대수익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월평균 임대수익률이 3% 수준인데, 다른 일반펀드와 비교해 수익률이 높은지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