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궐선거에서 광주 서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한 천정배 당선인.
천 당선인은 2002년 대통령선거(대선)를 앞두고 가장 먼저 ‘노무현 지지’를 선언했고,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원조 친노(친노무현) 인사다. 그런 그가 비노(비노무현) 대표주자로 호남정치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친노 세력 중심으로 새정연(당시 민주당)이 재편되면서 호남 출신 정치인들이 변방으로 밀려나 소외된 것과 무관치 않다.
이번 재·보궐선거(재보선)를 앞두고 새정연 문재인 대표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천 후보와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정동영 후보를 견제하고자 권노갑 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들과 손을 잡았다. 그러나 문 대표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호남 출신 한 정치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 퇴임과 함께 정계에서 사실상 은퇴한 동교동계를 다시 끌어들여 재보선에 투입한 것은 문 대표가 호남 정서를 얼마나 모르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광주 서을 보궐선거 결과는 호남에서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이들의 바람과 정반대 선택을 한 문 대표에 대한 경고 의미가 강하다”고 말했다.
문재인을 향한 호남의 경고
호남정치 복원을 앞세운 천 당선인이 새정연에 다시 합류할 개연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 대신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제3신당 창당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는 인사가 많다. 20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다.
한 정치평론가는 “4·29 재보선에서 자력 당선한 천 당선인은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천정배 정치’를 펼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며 “혼자 하는 정치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호남을 기반으로 정치세력화를 시도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제3신당 창당을 준비하던 국민모임과 천 당선인이 어떻게 전략적 제휴를 맺을지도 관심사다. 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이 서울 관악을 재보선에 나섰다 패배한 만큼 누군가 간판이 돼줄 인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당연한 결과일까. 천 당선인은 이번 재보선 승리를 통해 꽃놀이패를 쥐었다.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국민모임과 함께할 수도 있고, 아니면 새누리당과 새정연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정치권 진입을 꾀하는 신진 인사들을 규합해 스스로 창당을 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호남에서 활동하는 한 중견 언론인은 “천정배 당선의 최대 수혜자는 호남 유권자가 될 공산이 크다”며 “그동안 대안이 없어 새정연을 지지했던 호남 유권자들이 새정연과 천정배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세력의 구애 경쟁을 지켜본 뒤 누구 손을 들어줄지 선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