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빙글’의 호창성 대표(오른쪽)가 문지원 대표와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빙글’의 첫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용기는 문 대표가 먼저 냈다. ‘더 넓은 세계를 본 뒤 새롭게 창업하자’며 미국 하버드대 유학길에 오른 것. 호 대표도 뒤이어 스탠퍼드대 MBA 과정에 입학해 체계적으로 경영을 배웠다. 이후 두 사람은 2007년 실리콘밸리에서 두 번째 창업에 도전한다. 동영상 자막 서비스업체 ‘비키’였다.
드라마,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등 동영상 콘텐츠에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자막을 붙이게 만든 이 서비스는 이른바 ‘대박’을 쳤다. 2010년 430만 달러 투자를 유치하고, 이듬해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전문지 ‘테크크런치’가 선정한 ‘최고 해외 벤처기업’ 부문상을 받는 등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9월 일본 라쿠텐사는 이 기업을 2억 달러를 주고 사들였다. 해외 언론도 주목한 초대형 ‘인수합병(M·A)’이었다.
뼈아픈 실패와 글로벌한 성공을 두루 겪은 호 대표가 ‘영원한 동반자’ 문 대표와 함께 또 한 번 세운 벤처가 ‘빙글’(www.vingle.net)이다. ‘관심사로 세상을 잇는다’를 모토로 내세운 모바일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이용자가 음식, 패션, 스포츠 등 관심사에 따라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구성돼 있다. 지난해 3월과 6월 각각 안드로이드 버전과 iOS 버전을 출시했는데, 3월 말 현재 월 방문자 수 200만 명을 넘어섰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영어,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등 26개 언어로 이용할 수 있는 ‘빙글’을 트위터 못지않은 글로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키우는 게 호 대표의 목표다.
한국이 아시아 스타트업 기지돼야
그는 “처음 창업에 뛰어든 2000년과 비교하면 요즘 우리나라 창업 환경은 훨씬 나아졌다. 식견, 경험, 자질을 갖춘 전문 벤처투자자가 많아진 덕분”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벤처업계에는 부족하지 않은 자금이 돌고 있다는 게 호 대표의 평가다. 그는 “현 단계에서 우리 벤처업계가 한 단계 성장하려면 M·A를 활성화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과 글로벌 시장과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우리 사회에서 벤처 성공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도 했다. “그렇게 되면 젊은이들이 대기업에 취업하기보다 창업해 크게 성공하거나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서구 스타트업은 싱가포르를 전초기지로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강화하면 한국을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겁니다. 세계 스타트업과 활발히 교류하고 뛰어난 인재를 한국에 영입하면 우리 벤처 산업도 더욱 발전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