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가운데)이 3월 20일 오후 경기 수원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무상버스 공약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버스를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초중학생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포퓰리즘 공약 비판 쏟아져
3월 12일 김 전 교육감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면서 ‘무상버스’ 공약을 내걸자 새누리당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맹공을 퍼부었고, 같은 당 의원들로부터도 “충분한 이해가 되어 있지 않은 탓”(원혜영 의원),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말꾼의 공약”(김진표 의원)이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김 전 교육감은 이날 3월 12일 출마 기자회견 때와 달리 ‘버스완전공영제’에서 한참 후퇴한 로드맵을 내놨다. 정치권과 언론의 문제제기에 한발 물러난 모양새인데, 당장 경기도지사 후보들의 비판이 날아들었다.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은 “또 하나의 세금폭탄을 떠넘기는 ‘눈 가리고 아웅’ 식 선심성 공약”이라 했고, 김영선 전 의원은 “경기도민을 현혹하지 마라”고 비난했다. 정병국 의원은 “번지수가 틀렸다. 교통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남경필 의원은 “교통문제는 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당 김진표 의원 역시 “설익고 무책임한 공약”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6·4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무상버스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3단계 무료버스 추진’(유성엽 전북도지사 후보), ‘버스공영제 추진’(이낙연 전남도지사 후보), ‘100원 버스 도입’(이영순 울산시장 후보) 등 김 전 교육감이 촉발한 무상버스 공약은 전국적인 선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선 기초단체장 후보들도 공약을 준비 중이다. 물론 김상곤발(發) ‘무상버스’가 2010년 지방선거를 흔든 무상급식 이슈처럼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 포퓰리즘 부메랑이 돼 자신에게 향할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여당은 “무리한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공격하지만 ‘제2 무상급식’ 선거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새누리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선거 이슈 선점에는 성공
“김 전 교육감의 무상버스 공약은 출마 기자회견 때와 달리 사실상 말을 바꾼 것이지만 유권자에게 어떻게 먹혀들지 지켜봐야 할 거 같다. 이번 선거에서는 뉴타운사업 같은 개발 공약은 부동산경기 침체로 주목받기 어렵다. 그러나 교통 공약은 성남 판교, 화성 동탄, 김포 한강 등 수도권 7개 신도시 유권자의 표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광역교통 대책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집값도 영향을 받는 데다, 이곳 수용인구만 150만여 명으로 대전과 맞먹는다. 공짜 버스가 ‘문제 많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막상 공짜로 타라면 다 탈 거 아닌가. 공감도와 실제 선택은 달라 고심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공학 측면에선 ‘일단 성공’이라는 반응이다.
“선거에선 관심을 받는 게 1순위다. 특별한 선거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무상버스는 이슈 집중도 면에서는 최고 공약으로 보인다. 실제 경기도에 사는 20, 30대는 젊고 개혁적인 이미를 가진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한다. 김 전 교육감이 아무리 ‘안철수 이미지’를 업고 선거를 하려 해도 남 의원 지지율에는 못 미친다. 그로선 불리한 선거 국면을 일거에 바꾸고, 상대 후보 목덜미를 잡으려면 큰 걸 던져야 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125만 명이고, 신도시에 살거나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사람은 젊은 층이 대부분이다. 이들을 공략한 거다. ‘남경필 대세론’이 고착화하기 전 반응성 높은 이슈를 던진 걸로 본다.”
그러나 야당에서도 무상버스 바람을 선거에 적극 활용하기엔 부담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선거 슬로건은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하는 게 아니다. 김 전 교육감으로선 주도권을 잡을 근거를 마련했고, 대형 이슈가 될 개연성도 크다. 수도권 후보들이 무상버스 정책 연대를 할 수도 있고, 지역에 맞는 공약을 다함께 내놓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원어민교사 예산비 등을 줄여 무상급식 재원을 마련했듯, 무상버스 재원 역시 ‘아랫돌 빼 윗돌 괸다’고 인식하게 되면 오히려 냉소적인 태도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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