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이 거둔 ‘최대 수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달 가까이 지속된 논란은 거듭 새로운 사실이 공개되면서 연일 언론 지면을 장식했고, 때마침 불거진 검찰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에 대한 외압 논란과 맞물리며 국가기관의 2012년 대통령선거 개입 문제에 대한 관심을 한 단계 높이는 결정적 전환점 구실을 했다.
문득 궁금했다. ‘군을 사랑하는 사람’임을 늘 강조하는 야당 의원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볼까. 40년 가까운 군 생활을 거친 사람의 눈으로 본 재발방지 대책은 과연 어떤 그림일까.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이번 논쟁의 ‘공격수’ 가운데 한 명인 백군기 민주당 의원(사진)을 만난 이유다. 육군사관학교 29기 출신인 백 의원은 특수전사령부 사령관과 육군본부 인사사령관, 제3야전군 사령관을 지내고 2008년 대장으로 예편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당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등원해 현재 민주당 안보특별위원장과 원내부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 사각지대 가능성
▼ 현재 사이버사령부의 지휘체계는 사령관이 오직 장관에게만 보고하고 장관 한 사람의 감독만 받는 직할부대 체제다. 업무량이 살인적이기로 유명한 국방부 장관 특성을 감안하면 제대로 된 지휘감독이 불가능한 구조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에 사이버사령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무사령부, 국군심리전단, 화생방사령부, 수송사령부 등 다양하다. 이를 모두 장관이 직접 통제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고 각 사령부를 담당하는 참모가 대신해야 하는데, 사이버사령부의 경우는 당초 정보화기획관실이 맡았다가 정책기획관실로 옮겨가는 등 혼선이 거듭되는 바람에 통제가 더 어려워졌다. 근본적으로 장관 직할부대가 그렇게 사각지대에 놓일 공산이 크다. 개인적으로는 사이버사령부 임무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장관 직할부대가 되는 게 맞는다고 보지만, 차관 등 장관을 대리하는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통제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게 문제다.”
▼ 이러한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할 당시 이를 누가 관장할 것이냐에 대해 관련 기관들이 벌인 ‘밥그릇 싸움’ 때문이었다는 게 군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인 듯하다.
“2009년 당시만 해도 사이버전 분야는 미개척 분야였고 확대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파킨슨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모든 조직은 자신들의 인력과 예산 증대를 위해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기무사령부나 국가정보원 등 주요 기관이 한결같이 이를 자기 몫으로 만들려고 욕심을 낸 게 사실이고, 그 과정에서 엉성한 타협안이 만들어졌다.”
▼ 반면 이러한 엄격한 독립체제가 사이버사령부의 임무 특성상 불가피했다는 지적도 있다. 보안을 유지하려면 완전히 분리된 체제가 훨씬 유리하다는 견해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직할부대 체제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야기지 보안문제를 거론하며 옹호하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다. 전 세계 모든 군대가 사이버전을 수행한다는 사실, 온라인에서의 공격·방어를 준비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 구체적인 수단이나 방식은 야무지게 보호해야 하지만, 사이버사령부의 존재나 편성, 임무 개념 자체를 비공개로 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당장 미국만 해도 관련 조직에 대한 자료를 학술지 등 공개 자료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국회에 보고하고 당당히 요구하면 된다. 굳이 국가정보원 정보예산처럼 세목이 공개되지 않는 돈을 끌어 쓰다가 논란과 분쟁을 더한 것이다.”
▼ 이러한 한계가 댓글 사건의 구조적 원인이라면, 대선 당시 상황이나 군 내부 분위기도 중요한 요인이었을 텐데.
“그 부분을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게 11월 5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한 ‘대한민국 국민이 오염당하지 않도록 정당한 방법으로 설명하는 것도 (대내 심리전의) 일환’이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북한이나 이를 추종하는 이들이 올린 댓글에 국민이 휘둘리지 않고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우리 군도 댓글을 올리는 게 당연하다는 뜻인데, 이게 올바른 인식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과연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펴는 게 군의 임무냐는 것이다.
사이버사령부가 맡은 일은 북측에서 사이버심리전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인터넷 계정이나 인터넷 프로토콜(IP) 등을 파악해 차단하는 방어와 우리 측이 사이버상에서 북측에 침투하는 공격 두 가지다. 인터넷 여론의 흐름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은 없는지 모니터링하는 일은 문화체육관광부 담당부서에서 지금도 수행하고 있고, 이를 바로잡는 것은 대변인실 등 공개된 공보조직을 통해 투명하게 처리하면 된다.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댓글로 ‘국민의 인식을 바로잡는다’는 임무는 관계 법령에 규정된 바도 없고, 국회 승인을 받은 적도 없다. 국방부의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지 못하면 조직을 바꾸고 구조를 개편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2008년 촛불 시위에 놀란 이명박 정부가 인터넷 여론에 지나치게 민감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당시 이 대통령 본인이나 핵심참모들이 사이버사령부 창설을 적극 추진했다는 것도 널리 알려졌다. 정부 핵심의 이러한 분위기가 군에도 영향을 미쳤고, 결과적으로 대선 기간에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동을 낳았다고 본다. 음성적인 댓글 달기를 임무의 하나라고 생각하다 보니, 선거에 대해 언급하거나 특정 정당에 유리 혹은 불리한 말을 남기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것이다. 군 수뇌부의 인식이 그랬으니 실무자들이 선을 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 것 아니겠나. 상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줄 모른 게 아니라 묵인한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임무와 목적에 맞게 심리전단 합쳐야”
▼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면 앞으로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백 의원은 최근 사이버사령부에서 심리전 기능을 맡는 530단을 떼어내 국군심리전단으로 귀속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김 장관의 발언을 놓고 보면 이러한 인식을 정부가 바뀐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유지한다는 뜻인데, 국민이 이에 공감할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지 따져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앞으로 만들어나갈 대책도 국민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지가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원론적으로 530단은 심리전을 수행하는 데 사이버라는 수단을 이용하는 조직이다. 우리 군의 전체 심리전은 국군심리전단이 통합해 그 목표나 대상, 개념 등을 총괄적으로 기획, 조정, 수립해야 한다. 그 수단이 사이버인지, 확성기인지, 바람에 날려 보내는 풍선인지로 나뉠 뿐이다. 현 체제는 수단을 기준으로 사이버심리전을 사이버사령부가 맡는다는 단순논리인데, 임무 종류와 목적에 맞게 국군심리전단으로 합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보면 지금부터 필요한 작업은 우선 ‘사이버심리전’의 정확한 개념과 임무가 무엇인지 전시와 평시를 구분해 명확히 정립하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지휘감독 역시 평시에는 누가, 전시에는 합동참모본부의 어느 부서가 수행한다는 식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지금의 사이버사령부는 이러한 필수사항이 전혀 구비되지 않은 상태다. 한마디로 작전 개념이 무엇인지 명쾌해져야 댓글 사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문득 궁금했다. ‘군을 사랑하는 사람’임을 늘 강조하는 야당 의원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볼까. 40년 가까운 군 생활을 거친 사람의 눈으로 본 재발방지 대책은 과연 어떤 그림일까.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이번 논쟁의 ‘공격수’ 가운데 한 명인 백군기 민주당 의원(사진)을 만난 이유다. 육군사관학교 29기 출신인 백 의원은 특수전사령부 사령관과 육군본부 인사사령관, 제3야전군 사령관을 지내고 2008년 대장으로 예편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당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등원해 현재 민주당 안보특별위원장과 원내부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 사각지대 가능성
▼ 현재 사이버사령부의 지휘체계는 사령관이 오직 장관에게만 보고하고 장관 한 사람의 감독만 받는 직할부대 체제다. 업무량이 살인적이기로 유명한 국방부 장관 특성을 감안하면 제대로 된 지휘감독이 불가능한 구조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에 사이버사령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무사령부, 국군심리전단, 화생방사령부, 수송사령부 등 다양하다. 이를 모두 장관이 직접 통제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고 각 사령부를 담당하는 참모가 대신해야 하는데, 사이버사령부의 경우는 당초 정보화기획관실이 맡았다가 정책기획관실로 옮겨가는 등 혼선이 거듭되는 바람에 통제가 더 어려워졌다. 근본적으로 장관 직할부대가 그렇게 사각지대에 놓일 공산이 크다. 개인적으로는 사이버사령부 임무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장관 직할부대가 되는 게 맞는다고 보지만, 차관 등 장관을 대리하는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통제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게 문제다.”
▼ 이러한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할 당시 이를 누가 관장할 것이냐에 대해 관련 기관들이 벌인 ‘밥그릇 싸움’ 때문이었다는 게 군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인 듯하다.
“2009년 당시만 해도 사이버전 분야는 미개척 분야였고 확대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파킨슨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모든 조직은 자신들의 인력과 예산 증대를 위해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기무사령부나 국가정보원 등 주요 기관이 한결같이 이를 자기 몫으로 만들려고 욕심을 낸 게 사실이고, 그 과정에서 엉성한 타협안이 만들어졌다.”
▼ 반면 이러한 엄격한 독립체제가 사이버사령부의 임무 특성상 불가피했다는 지적도 있다. 보안을 유지하려면 완전히 분리된 체제가 훨씬 유리하다는 견해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직할부대 체제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야기지 보안문제를 거론하며 옹호하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다. 전 세계 모든 군대가 사이버전을 수행한다는 사실, 온라인에서의 공격·방어를 준비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 구체적인 수단이나 방식은 야무지게 보호해야 하지만, 사이버사령부의 존재나 편성, 임무 개념 자체를 비공개로 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당장 미국만 해도 관련 조직에 대한 자료를 학술지 등 공개 자료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국회에 보고하고 당당히 요구하면 된다. 굳이 국가정보원 정보예산처럼 세목이 공개되지 않는 돈을 끌어 쓰다가 논란과 분쟁을 더한 것이다.”
▼ 이러한 한계가 댓글 사건의 구조적 원인이라면, 대선 당시 상황이나 군 내부 분위기도 중요한 요인이었을 텐데.
“그 부분을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게 11월 5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한 ‘대한민국 국민이 오염당하지 않도록 정당한 방법으로 설명하는 것도 (대내 심리전의) 일환’이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북한이나 이를 추종하는 이들이 올린 댓글에 국민이 휘둘리지 않고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우리 군도 댓글을 올리는 게 당연하다는 뜻인데, 이게 올바른 인식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과연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펴는 게 군의 임무냐는 것이다.
사이버사령부가 맡은 일은 북측에서 사이버심리전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인터넷 계정이나 인터넷 프로토콜(IP) 등을 파악해 차단하는 방어와 우리 측이 사이버상에서 북측에 침투하는 공격 두 가지다. 인터넷 여론의 흐름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은 없는지 모니터링하는 일은 문화체육관광부 담당부서에서 지금도 수행하고 있고, 이를 바로잡는 것은 대변인실 등 공개된 공보조직을 통해 투명하게 처리하면 된다.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댓글로 ‘국민의 인식을 바로잡는다’는 임무는 관계 법령에 규정된 바도 없고, 국회 승인을 받은 적도 없다. 국방부의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지 못하면 조직을 바꾸고 구조를 개편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2008년 촛불 시위에 놀란 이명박 정부가 인터넷 여론에 지나치게 민감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당시 이 대통령 본인이나 핵심참모들이 사이버사령부 창설을 적극 추진했다는 것도 널리 알려졌다. 정부 핵심의 이러한 분위기가 군에도 영향을 미쳤고, 결과적으로 대선 기간에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동을 낳았다고 본다. 음성적인 댓글 달기를 임무의 하나라고 생각하다 보니, 선거에 대해 언급하거나 특정 정당에 유리 혹은 불리한 말을 남기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것이다. 군 수뇌부의 인식이 그랬으니 실무자들이 선을 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 것 아니겠나. 상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줄 모른 게 아니라 묵인한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임무와 목적에 맞게 심리전단 합쳐야”
▼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면 앞으로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백 의원은 최근 사이버사령부에서 심리전 기능을 맡는 530단을 떼어내 국군심리전단으로 귀속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김 장관의 발언을 놓고 보면 이러한 인식을 정부가 바뀐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유지한다는 뜻인데, 국민이 이에 공감할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지 따져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앞으로 만들어나갈 대책도 국민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지가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원론적으로 530단은 심리전을 수행하는 데 사이버라는 수단을 이용하는 조직이다. 우리 군의 전체 심리전은 국군심리전단이 통합해 그 목표나 대상, 개념 등을 총괄적으로 기획, 조정, 수립해야 한다. 그 수단이 사이버인지, 확성기인지, 바람에 날려 보내는 풍선인지로 나뉠 뿐이다. 현 체제는 수단을 기준으로 사이버심리전을 사이버사령부가 맡는다는 단순논리인데, 임무 종류와 목적에 맞게 국군심리전단으로 합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보면 지금부터 필요한 작업은 우선 ‘사이버심리전’의 정확한 개념과 임무가 무엇인지 전시와 평시를 구분해 명확히 정립하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지휘감독 역시 평시에는 누가, 전시에는 합동참모본부의 어느 부서가 수행한다는 식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지금의 사이버사령부는 이러한 필수사항이 전혀 구비되지 않은 상태다. 한마디로 작전 개념이 무엇인지 명쾌해져야 댓글 사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