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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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특별시민’ 최민식 “사람을 믿도록 만드는 것, 그게 선거야”

권력욕 찬 정치인의 모습 실감 나게 연기, 시사프로그램 보며 캐릭터 연구

  • 임윤정 자유기고가 coenbros@hanmail.net

    입력2017-05-08 11: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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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은 물론 주름 하나하나, 심지어 숨소리의 미세한 차이로도 천의 얼굴을 만들어내는 배우 최민식.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그가 이번엔 영화 ‘특별시민’을 통해 정치가로 변신했다.

    때로는 허허실실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짓는 선한 얼굴로, 또 때로는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눈빛을 내뿜는 악인의 얼굴로 보는 이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그의 연기는 이번에도 선인지, 악인지 도무지 분간이 되지 않는 변종구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온몸으로 체화한 연기, 한 인물의 삶을 바닥까지 훑으려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영화 ‘특별시민’은 배신과 음모, 흑색선전이 판치는 선거판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조명한다. 최민식은 차기 대권을 노리고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변종구 역을 맡았다. 변종구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 정치인이다. 최민식은 이번 작품에서 더 높은 자리, 더 강한 힘을 움켜쥐려는 한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사람을 믿도록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선거야’라는 대사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국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인간의 민낯을 그리고 싶었어요. 이들에게는 가족도 중요하지 않죠. 기성 정치인의 속성을 최대한 끌어다 변종구에게 밀착시키려 노력했어요.”

    최민식은 시사프로그램을 보면서 정치인의 말투와 행동을 관찰했다. 그렇다고 특정인을 흉내 낸 건 아니다. 연기에 앞서 그는 변종구를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정의 내렸다고 한다.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화술이야말로 정치인이 가져야 할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연설문 직접 쓰고, TV토론은 애드리브

    최민식은 이번 작품에서 변종구의 출마 선언 장면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 촬영 전날 밤을 새워가며 연설문을 직접 썼을 만큼 특별히 애착을 보인 장면이다. 최민식은 “변종구가 좌중을 사로잡는 언변의 소유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배우로서 욕심이 났다. 변종구의 유머와 독설, 권모술수가 녹아난 연설문을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변종구의 TV토론 장면에서도 최민식의 즉흥연기가 빛을 발했다. 박인제 감독은 대략적인 방향만 정해놓은 채 현 서울시장인 변종구와 그에 맞서는 강력한 야당 후보 양진주(라미란 분)의 토론 공방을 애드리브로 처리했다. 현장감을 살리려는 장치였다는 게 박 감독의 설명이다.

    또한 박 감독은 이 장면을 촬영하면서 “대체 불가능한 최민식의 카리스마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민식의 정치인 연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앞서 MBC 드라마 ‘제4공화국’(1995)에서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바 있다. 그는 “정말 가랑이가 찢어질 뻔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실존 인물인 데다 (당시) 현존하는 정치인이었으니 영광스러우면서도 부담감이 엄청 났어요. 그때는 나이가 어렸고 내공도 부족했죠. 다행히 이번에는 변종구가 가상의 인물이고, 시간도 많이 흘러서인지 연기하면서 한결 자유로웠어요.”

    영화 ‘특별시민’은 19대 대선을 2주 앞둔 4월 26일 개봉했다. 최민식은 “이번 영화로 누군가를 투표장으로 이끌거나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면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최민식은 30년 전 연극무대를 통해 배우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그 후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대중과 함께 호흡했다.

    드라마 ‘야망의 세월’ ‘서울의 달’에서 인지도를 쌓은 그는 영화 ‘넘버 3’ ‘조용한 가족’ ‘쉬리’ 등을 거치며 영화배우로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갔다. ‘해피 엔드’ ‘취화선’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신세계’ ‘명량’에 이르기까지 최민식표 선 굵은 연기로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줬다.

    최민식 하면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가 조건반사적으로 따라붙는다. 한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감독과 수없이 대화하고 캐릭터를 연구해온 덕분이다. 적당한 흉내나 잔재주는 그의 성미에 맞지 않는다. 시나리오를 고를 때도 스스로 ‘설득당하는’ 작품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일단 흥행은 염두에 두지 않아요. 해보고 싶은,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인물을 선택하죠. 크게 조명받진 못했지만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이나 ‘대호’도 그랬어요. 어느 작품이든 ‘끌림’이 중요했고, 앞으로도 그 기준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50대 중반에 접어든 최민식은 “정말 많은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매번 다른 배역을 분석하고, 손에 잡히는 실체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지만 그것을 통해 얻는 재미가 크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일 자체가 설레고 즐겁다.

    그런 감정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면 더는 배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죽어서도 작품을 향한 열정은 끝날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조만간 그는 영화 ‘침묵’(가제)도 선보일 예정이다. ‘해피 엔드’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의 영화로 최민식은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돈’이라고 믿는 인물을 연기한다.

    어느덧 그의 얼굴에는 훈장과도 같은 주름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에게 청년의 향기가 느껴진다. 나이에 비례하는 열정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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