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화칭(劉華淸·1916~2011)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은 중국에서 가장 뛰어난 해군 전략가라는 말을 들어온 제독이다. 인민해방군 해군 사령관을 지낸 류 전 부주석은 1970년대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이 항공모함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덩샤오핑이 집권할 당시 군부의 최측근 인물이던 류 전 부주석은 1985년 공산당 정치국에 ‘중국의 해군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2010년까지 대만과 오키나와까지 방어선을 확대하고, 2020년까지 서태평양에 진출하며, 2050년까지 전 세계로 작전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중국 해군의 장기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중화민족의 생존과 발전은 바다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중국 해군은 앞으로 ‘연안 방어’에서 벗어나 ‘원양 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모 있어야 美에 대항 가능”
‘해군의 아버지’ ‘항공모함의 아버지’로 불린 류 전 부주석의 제안에 따라 중국 해군은 이른바 ‘다오롄(島鍊·Island Chain)’ 전략을 은밀하게 추진해왔다. 제1 다오롄은 일본 열도-난세이(南西) 제도-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으로 이어지며, 중국 연안에서 약 1000km 떨어진 지역이다.
제2 다오롄은 중국 연안에서 2000km 거리인 오가사와라(小笠原) 제도-이오지마(硫黃島) 제도-마리아나 제도-야프 군도-팔라우 군도-할마헤라 섬으로 이어지는 지역이다. 특히 류 전 부주석은 “항모가 있어야 미국에 대항할 수 있다”며 “제1 다오롄을 내해화(內海化)하고 제2 다오롄의 제해권을 확보하려면 항모 4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국 해군은 4월 26일 중국선박중공업그룹 다롄조선소에서 자국 기술로 만든 첫 번째 항공모함 ‘001A’호의 진수식을 거행했다. 중국은 이번이 첫 국산 항모 진수로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스페인, 이탈리아에 이어 자국 기술로 항모를 건조한 7번째 국가가 됐다.
특히 중국은 19세기 말 청일전쟁 때 북양함대가 일본에 궤멸된 것을 ‘치욕’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독자 기술로 항모를 만든 것을 일종의 자존심 회복이라 보고 있다. 제프 스미스 미국 외교정책이사회(AFPC) 아시아담당 연구원은 “중국이 자국 해안선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군사적 존재감을 보여줄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해군은 그동안 연해방어 위주의 황수(黃水·yellow water)에서 영해와 영토를 수호하는 녹수(綠水·green water)에 이어 대양에서 에너지 수송 노선을 지키는 남수(藍水·blue water) 진출을 목표로 삼아왔다. 중국 해군의 첫 번째 항모는 러시아에서 들여와 개조한 랴오닝호다. 중국의 두 번째 항모 ‘001A’호의 이름은 향후 실전배치될 때 명명될 계획이지만 산둥(山東)호라는 이름이 유력하다. 새 항모는 길이 315m, 너비 75m, 최대 속도 31노트, 만재배수량 7만t급이다.
디젤 동력으로 추진되며 스키점프 방식으로 이륙하는 젠-15 함재기 36대를 탑재한다. 랴오닝호와 비교할 때 길이는 15m 정도 크고, 함재기가 뜨고 내리거나 머물 수 있는 갑판 면적은 1.5배 넓으며, 탑재 가능한 함재기 수는 12대 많다. 새 항모는 대형 안테나 4개와 360도 감지해 해상 또는 공중 목표물 수십 개를 포착할 수 있는 S밴드 레이더를 비롯해, 24개 발사대를 가진 훙치(HQ)-10 단거리지대공미사일 4기, 훙치-16 중거리미사일, 레이저 무기 등을 탑재한다.
또한 최신 탐측, 지휘통제 체계와 각 체계 간 정보 공유를 위한 네트워크를 통해 종합 작전 능력을 크게 개선했다. 새 항모는 랴오닝호처럼 선수(船首)의 스키점프대로 함재기를 이륙시킨다. 이륙 램프 경사도는 12도로 최고 14도인 랴오닝호보다 낮아져 함재기 이륙 거리 감축과 연료 절약, 무기 적재량 증가, 항모 구조 강화 등에 유리하다. 전체적으로 새 항모의 전력은 랴오닝호의 6배이며 영국 퀸엘리자베스급 항모와 동급 또는 약간 상위급이라고 볼 수 있다.
새 항모는 052D형 이지스 구축함, 054A형 미사일 호위함, 공격형 잠수함, 대형 보급선 등으로 전단을 구성하며 시험항해를 거쳐 2019년 실전배치될 예정이다. 중국 대륙 최남단인 하이난성 싼야에 배치될 것이 유력하다. 중국 언론들은 새 항모 전단이 남중국해에 실전배치되면 이에 대응할 군사적 전력을 갖추지 못한 주변국에게 커다란 위협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말 그대로 새 항모는 남중국해를 ‘중국의 바다’로 만드는 데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 분명하다. 새 항모는 또 대만 해협과 서해에서 작전을 펼칠 개연성도 높다. 항모 전단의 작전 반경은 500~1000km이다.
핵추진 항모도 2척 예정
중국은 2025년까지 남·북·동해 함대에 2척씩 총 6척의 항모를 보유할 계획이다. 특히 6척 가운데 2척은 핵추진 항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상하이 장난조선소에서 8만5000t급 디젤 항모 ‘002’호를 건조하고 있다. 001A호가 건조 3년 반 만에 진수에 성공한 점에 비춰 002호도 내년 말 진수를 거쳐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인 2021년 이전에 실전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국은 단기간에 항모 3척을 보유하게 된다.물론 중국이 항모 3척을 보유해도 미국의 항모 전력에는 훨씬 뒤처진다. 미국은 핵추진 항모 10척을 운용하고 있다. 핵추진 항모는 연료 재공급 없이 세계 어느 곳에나 진출해 작전을 펼칠 수 있다. 중국 항모는 디젤 엔진이라 연료를 중간에 공급해야만 한다. 중국 항모는 폭격기와 조기경보기를 실을 수 없다.
스키점프 방식의 활주로에서는 무거운 폭탄을 싣고 있는 폭격기와 조기 경보기가 뜨고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조기경보기는 항모의 눈 구실을 하기 때문에 중국 해군은 조기경보용 레이더를 단 헬기를 대신 쓸 수밖에 없어 탐지 범위가 상당히 좁다. 반면 미국 항모들은 활주로 전체가 평평하고 모두 캐터펄트(사출기)를 갖추고 있다. 캐터펄트는 함재기를 새총처럼 하늘로 쏘아 올려주는 장치로, 함재기의 이륙 시간을 줄여준다. 이 때문에 중국은 앞으로 건조할 10만t급의 핵추진 항모는 함재기 70∼100대를 싣고 캐터펄트를 갖출 예정이다.
중국이 핵추진 항모를 보유하면 원양 해군의 면모를 보이면서 각종 국제 현안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중국 군사평론가인 리제 전 해군 예비역 소장은 “중국은 앞으로 필요한 상황에 항모 전단을 파견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가운데 일로를 보호하는 의무를 맡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무튼 ‘산 하나에 두 마리 호랑이가 같이 있을 수 없다’는 중국 속담처럼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벌어질 것이 분명한 가운데 양국의 항모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