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한 아파트 주민들이 안락사 직전의 유기견을 공동입양해 모두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논쟁과 다툼으로 시끄러운 세상에서 가슴을 적셔주는 한줄기 봄비 같은 기사였다. 그 얼마 전인 3월 2일에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국민의 공분을 샀던 동물 사육장, 속칭 ‘개 공장’에서 벌어지는 비인도적 행태를 근절하기 위한 법안이었다.
같은 동물이라도 사회에서 갖는 그들의 법적 지위는 여러 가지다.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이 가지각색인 데 따른 것이다. 어떤 이는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소유 대상인 민법상 물건이 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식용 또는 모피 생산용 등 산업 활동의 수단이나 상품 재료로 구분되기도 한다. 따라서 동물과 관련된 법체계도 동물보호법, 민법과 형법 등 일반 법규, 농축산업 관련 법령으로 나뉜다. 문제는 이 법들이 현실에선 모순 관계에 놓여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한때 개고기를 먹는 나라라는 이유로 다른 나라 국민으로부터 지탄받은 적이 있다. 수년 전까지 동물을 죽이는 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는 그저 물건을 파손하는 것 정도였다. 남의 강아지를 훔치면 절도죄, 죽이면 손괴죄 등으로 처벌했다. 주인 없는 강아지는 보호 대상도 아니었다. 삶에 여유가 생기고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급속히 늘면서 동물도 보호하고 배려해야 할 생명체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안의 골자는 △동물생산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 △반려견에 대한 법적 관리를 위해 동물전시업 등 (동물카페, 동물미용업 등)을 등록제에 포함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을 징역 2년까지 상향 △동물학대의 정의를 ‘죽이는 행위’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로 확대 △동물학대 행위의 유형을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 및 도박의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경품으로 제공·대여할 때로 확대 등이다.
하지만 정부의 반대로 빠진 조항도 있다. 상습적 동물학대 행위자의 소유권 제한, 학대 동물의 구조를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는 학대자로부터 동물을 즉각 격리할 수 있는 권리를 누구나 갖는 것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8만 마리의 강아지가 버려진다고 한다. 그중 절반가량이 안락사되거나 질병으로 죽음을 맞는다.
과잉생산된 반려견을 처분한 수익은 판매업자들이 가져가지만 버려진 강아지를 바라보는 아픔과 처리 비용은 모두 사회의 몫이 되고 있다. 강아지를 그저 과잉생산된 의류품 정도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동물복지법 개정안은 동물 복지의 법적 개념을 반려견의 범주로 한정한 측면이 있다. 차제에 가능한 한 모든 동물에게로 확대해야 한다. 조류독감(AI) 발생 농장 인근의 닭과 오리를 닥치고 살처분하는 게 과연 옳은지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남은 반(反)생태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