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에서 5%를 더 올리려면 진짜 힘듭니다.” “그래도 이 정도로는 부족해. 좀 더 올려봐.”
연초만 되면 여러 기업의 전략부서는 이리 밀고 저리 당기며 승강이를 벌입니다. 매출 목표를 잡느라 그러는 겁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목표가 과학적이고 효과적인지는 신도 모릅니다. 그러니 대부분 전년 실적 대비 일정 비율을 올려 잡는 식입니다. 별다른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잡는 것이죠. 이른바 ‘의욕치’입니다. 어찌 보면 경영진의 ‘욕망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목표를 높게 잡아야 성과도 난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달성하기 힘든 목표, 이름하여 ‘스트레치 목표(Stretch Goal)’입니다. 예컨대 이런 겁니다. “5% 성장은 불가능해도 30% 성장은 가능하다.” ‘경영의 신’이라 불리던 고(故) 마쓰시타 고노스케 일본 마쓰시타그룹 창업자의 말입니다. 잡힐 듯한 목표가 제시되면 기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게 사람 마음입니다. 그러니 비합리적으로 높은 목표를 제시해야 현재를 뛰어넘는 창조적 발상, 단절적 혁신이 가능하다는 논리입니다.
성공학의 대가 지그 지글러는 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목표는 높아야 한다. 낮은 목표는 작은 성취감만 느끼게 할 뿐이다. 목표가 높아야 성취감도 크고,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런 류의 담론에서 최고봉입니다. “나는 10대 때부터 터무니없어 보이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혀 호언장담하는 버릇이 있었다. 일단 공언하면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게 되고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조직에 목표를 공언하고 그 목표를 달성해 보이겠다는 결의로 주위 사람들을 이끄는 것, 이것이 리더십이다.” ‘손정의의 선택’이란 책에 나오는 그의 말입니다.
모두가 맞는 말입니다. 다양한 심리학 실험을 봐도 너무 쉬운 목표는 오히려 참여자의 열정과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세계적 경영석학 짐 콜린스도 크고(Big), 스릴 있고(Hairy), 대담한(Audacious) 목표(Goal), 즉 ‘BHAG’를 세우라고 역설합니다. 하지만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성과는 단지 높은 목표를 잡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최근 호에는 ‘스트레치 목표를 적용하려면 해당 기업의 최근 성과와 보유 자원이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하다’는 제목의 글이 실렸습니다. 심 시트킨 미국 듀크대 퓨콰경영대학원 교수의 글인데, 기업의 최근 성과가 좋아 직원들이 자신감에 차 있고, 자원이 넉넉해 실패를 흡수할 여유가 있을 때 비로소 스트레치 목표도 빛을 발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자신감과 자원이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기업이 높은 목표를 설정함에도 원하는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단지 목표를 높게 설정하는 것만으로는 직원들의 열정을 끄집어낼 수 없습니다. 작은 승리를 쌓아 올림으로써 조직원의 자신감에 불을 지피고 여유 자원을 확보, 구축하는 게 먼저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높은 목표는 포기와 좌절을 부르는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옛말 틀린 것 하나 없습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겠습니다.
보통마케터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핀란드 알토대(옛 헬싱키경제대) 대학원 MBA를 마쳤다.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강의와 자문, 집필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 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