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올해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지난해 최대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과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 투어 등에 초청 선수로 참가해 2승을 거두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덕이다. 처음 뛰는 미국 무대지만 시즌 초반부터 첫 승을 향해 맹렬하게 달렸다. 2월 초 코티즈골프챔피언십에 첫 출전해 공동 3위, 혼다LPGA타일랜드에서는 2위를 했다.
하지만 3월 초 시련이 찾아왔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HSBC위민스챔피언십을 앞두고 부상을 당한 것. 입국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아 이동하던 중 공항 에스컬레이터에서 동료 장하나 선수의 아버지가 실수로 놓친 가방에 부딪혀 엉덩방아를 찧고 꼬리뼈 주변 근육이 찢어졌다. 이후 한 달가량 치료하며 투어를 쉬어야 했다.
3월 말 투어에 복귀한 뒤 처음 출전한 메이저 대회 ANA인스피레이션에서 공동 2위, 롯데챔피언십에서도 공동 2위를 하며 실력이 건재함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우승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6월 중순 마이어LPGA클래식, 8월 캐네디언퍼시픽위민스오픈에서 3위를 했지만 우승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그사이 올해 목표였던 올림픽에 출전해 13위를 했다.
홈런은 9월 중순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에비앙챔피언십에서 나왔다. 올해 LPGA투어의 마지막 메이저 대회였다. 첫날 8언더파 63타를 치면서 선두로 나선 뒤 와이어 투 와이어에 메이저 대회 사상 최저타 기록으로 우승을 일궜다. 그리고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는 마지막 날 마지막 세 홀 연속 버디를 잡으면서 리디아 고(뉴질랜드)를 0.013포인트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제치고 시즌 최저타수(평균 69.58타)상인 베어트로피를 수상하면서 시즌 피날레를 드라마틱하게 장식했다.
시즌을 마쳤을 때 전인지의 세계 랭킹은 리디아 고,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에 이어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3위였다. 지난해 말 세계 골프 랭킹 10위로 한국 선수 가운데 6번째였으나 1년 만에 한국 대표주자로 올라선 것이다. 상금 역시 한국 선수 가운데 선두인 4위(150만1102달러·약 17억5000만 원)였다. 시즌을 마치면서 신인상도 거머쥐었다.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 이후 38년 만에 한 시즌에 신인상과 최저타수상을 함께 탄 선수가 되기도 했다.
전인지는 2012년 프로가 되고 2부 투어를 거쳐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에 데뷔한 이래 국내 9승, 해외 4승(미국 2승·일본 2승)으로 통산 13승을 거뒀다. 22세 치고는 빠른 성과다. 전인지의 강점은 정확성에 있다. 지능지수(IQ)가 138로 수학경시대회에서 상을 받던 수학영재인지라 항상 샷을 연구하며 신중하게 플레이한다. 평균 퍼팅 수는 투어 2위(홀당 1.74타), 그린 적중률은 17위(72.45%)로 상위권이다. 올해 최저타수상을 받은 것은 이처럼 정확한 골프의 결과물이다. 게다가 자신을 돕는 사람들과 항상 의논한다. 전인지는 골프를 ‘팀플레이’라 믿는다. 경기 전에 팀이 모여 ‘게임 플랜’을 짠다. 스윙을 가르치는 박원 코치와 캐디 데이비드 존슨(북아일랜드), 그리고 선수이자 캐디 출신인 매니저 카일리 프랫(호주)과 함께 코스 공략법을 상의한다. 선수가 이처럼 열린 마음으로 팀의 도움을 흡수하니 대회 성적이 나쁠 이유가 없다.
전인지는 뛰어난 성적뿐 아니라 좋은 심성에 아름다운 외모까지 갖춰 국내외 팬이 급격히 늘고 있다. 팬카페 ‘플라잉덤보’ 회원 수가 8617명(11월 25일 현재)에 달한다. 올해 KLPGA투어에서 7승을 거둔 박성현의 팬카페 ‘훨훨 비상하라 남달라’의 회원 4346명의 2배에 달한다.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