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될 만큼 성장했다. 지난해보다 3개 늘어난 총 32개 정규대회를 열었고, 총상금액도 205억 원으로 역대 최고였다. 대회장도 한국을 넘어 중국, 베트남 등을 오가며 경기를 치렀다. 대회 규모가 커지고 상금액이 높아진 만큼 선수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가 박성현이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2016년 시즌 첫 대회인 현대차중국여자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한화금융클래식에 이르기까지 7승을 거뒀다.
해외 초청 대회가 많아 국내 대회는 20개만 출전했지만 그의 성적은 화려하다. 우승 7회 외에 2위 2회, 3위 1회, 4위 2회로, 6월 롯데칸타타여자오픈 20위가 가장 저조한 성적이었다. 2개 대회는 잦은 해외 경기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면서 기권했다. 18개 대회에서 거둔 상금액은 역대 KLPGA 시즌 상금액 가운데 최고인 13억3309만 원. 종전까지 최고 상금액은 2014년 김효주가 기록한 12억897만 원이었다.
역대 시즌 최다승(2007년 신지애의 9승)은 놓쳤으나 박성현은 평균 타수 69.64타로 10년 만에 60대 평균 타수를 기록하며 최저타, 상금, 다승 부문 3관왕에 올랐다. 출전 대회 수가 적어 대상 포인트만 고진영에게 1점 뒤졌을 따름이다. 박성현은 고진영보다 6개 대회가 적다.
박성현의 장점은 무엇보다 호쾌한 장타에 있다. 평균 비거리(265.59야드·약 243m)와 그린 적중률(79.72%)은 시즌 부동의 선두를 지켰고, 퍼팅도 라운드당 29.81타로 5위에 올랐으니 이 정도면 미국 LPGA투어와 비교해도 수준급이다. 그는 초청 선수로 출전한 7개 LPGA 대회에서 68만2000달러(약 7억7000만 원) 상금을 벌어 내년 LPGA 전 경기 출전권을 확보했다. LPGA는 시드가 없는 선수라도 상금액이 40위 이내에 들면 자동적으로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박성현의 상금은 투어에서 22위에 해당한다. 특히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서 2위, US여자오픈에서 3위를 기록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시드가 없는 선수가 상금액으로 출전권을 획득한 것은 LPGA투어 사상 박성현이 유일하다.
내년 LPGA투어에서 활약할 박성현은 미국 올랜도에 집을 장만하고 신인상 수상과 1승을 목표로 삼았다. 그를 돕는 팀도 최상으로 꾸렸다. 코치로는 숏게임 전문가인 브라이언 모그를 초빙했다. 모그는 김미현의 LPGA 3승, 양용은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이끈 명 코치다. 캐디로는 박지은, 박세리, 폴라 크리머의 우승을 도왔던 베테랑 콜린 칸을 영입했다. 박성현은 내년 1월 중순 바하마클래식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LPGA투어를 앞두고 각오도 다졌다.
“공격적인 스타일로 내 존재를 각인시키겠다. 미국 골프장은 넓기 때문에 티샷할 때 OB(Out of Bounds) 부담이 적어 마음이 편하다. 영어가 부담이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내년 첫 우승 인터뷰는 통역 없이 하고 싶다.”
현재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영어보다 스폰서다. 올해 넵스와 3년 계약이 만료돼 새로운 후원 계약을 맺어야 한다. 김효주는 2014년 12월 롯데골프단과 연간 계약금 13억 원에 5년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우승 상금의 70%를 받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까지 따냈다. 박성현의 올해 성적은 김효주 이상인 만큼 계약 규모는 연간 15억~2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현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주요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 후원이 끊긴 게 악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