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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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올리타정' 치료 효과 있으면 통과?

해외에서는 신약 개발 포기, 한국에서는 ‘환자 책임 아래’ 처방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6-10-24 15: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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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매출 2조 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한 자산운용사가 한미약품이 개발한 폐암치료제 ‘HM61713’에 대해 내놓은 분석이다. 이 약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올리타정’(성분명 올무티닙)이라는 이름으로 신약 허가를 받았고, 세계로 수출될 한국 바이오산업의 기대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최근 올리타정 복용자 중 일부가 중증피부이상반응 등의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박’ 기대는 물거품이 되는 분위기다.

    해외 제약사도 등을 돌렸다. 지난해 한미약품에 7억3000만 달러(약 8205억2000만 원)를 주고 해당 약품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한국, 중국, 홍콩 제외)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던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이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최근 ‘HM61713’ 관련 임상시험을 중단하면서 앞선 계약도 파기하기로 했다. 이미 한미약품에 지급한 계약금 5000만 달러(약 562억 원)와 약속한 기술료 중 일부인 1500만 달러 등 전체 계약액의 약 8.9%에 해당하는 금액을 포기하기로 하고 내린 결정이다. 이에 따라 올리타정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해온 세계 다른 나라에서는 폐암 환자가 이 약을 쓸 일이 사실상 없어졌다.



    1년 뒤 알려진 피험자 사망

    그러나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올리타정이 이미 시중에 판매 중이고, 임상시험 중 사망사고가 확인된 뒤에도 신규 환자 대상 처방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의약품은 임상시험을 3번 거친 뒤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아 생산 및 판매된다. 이 과정에서 피험자가 사망하거나 치료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면 약품 개발이 중단될 수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임상시험 도중 상업화를 위한 기술이전계약을 파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올리타정이 여전히 팔리는 걸까.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5월 올리타정에 이례적으로 ‘신속심사제도’를 적용한 덕이다. 1997년 도입된 이 제도는 1, 2상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가 기존 치료제보다 월등한 것으로 입증되는 등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한 약품의 경우 2상까지 결과만으로 조건부 판매를 허용한다. 이에 따라 올리타정은 3상 임상시험을 채 하기도 전 시장에 나왔다.  

    최근 드러난 사실에 따르면 식약처는 이 허가를 내주기 전인 4월, 올리타정 임상시험에 참가한 57세 환자가 부작용(중증표피독성괴사용해증·TEN)으로 사망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망자가 1명뿐이고, 올리타정 복용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약을 허가했다.

    문제는 임상시험 중 사고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올리타정 임상시험 중 발생한 사망 건수는 10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1명이 앞서 공개된 57세 환자다. 이외에도 올리타정 관련 이상 반응을 보인 뒤 사망한 환자가 4명 더 있다. 이 중 지난해 7월 발생한 65세 환자 사망사고는 올해 9월에야 식약처에 보고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환자는 올리타정 투약 후 이 약의 부작용으로 치명적 피부질환인 스티브존스증후군(SJS) 증세를 보였다. 이후 기저질환인 폐암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5월 올리타정 허가 당시 식약처는 약 10개월 전 발생한 이 사고에 대해 보고받지 못한 상태였다. 식약처는 이후에도 부작용 발생 건수 발표에 혼선을 거듭해 빈축을 샀다.   

    국내 임상시험 규정은 임상시험 도중 환자가 사망할 경우 7일 이내, 그 외 중대한 이상약물반응이 발생할 경우 15일 이내 이 사실을 식약처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행정처분을 받는다. 그런데 올리타정 임상시험에서는 이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러한 늑장 보고 때문에 올리타정이 신속심사를 받을 수 있었으리라는 뒷얘기가 파다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리타정은 1상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고, 베링거인겔하임 등 해외 제약사들이 거액을 제시하며 기술 수출을 제안하던 상황이라 일찍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SJS 환자 사망 등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사고가 전부 공개됐다면 식약처로서도 3상 임상시험 없이 판매를 허가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이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임상시험 결과 보고 누락은 명백한 약사법 위반이다. 임상시험 결과를 의도적으로 숨겼다면 형사 범죄 대상도 된다. 임상시험이 이처럼 식약처의 통제 밖에서 진행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식약처 또한 “해당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늑장 보고의 고의성이 확인되면 행정처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리타정 판매 허가 결정을 뒤집지는 않고 있다. 최근 언론브리핑을 통해 기존에 올리타정을 복용하던 환자는 물론, 신규 환자 대상 처방까지 허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리타정은 기존 표적 항암치료제(EGFR-TKI)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에게 효용이 높고, 동일 계열 다른 항암제와 비교할 때 이상반응 역시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대한민국 임상시험 천국 되나

    해당 약물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막고자 식약처가 마련한 조치는 ‘앞으로는 해당 약 사용 시 중증피부이상반응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복용 동의를 받아 제한적으로만 사용하도록 한다’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것이 환자에게 위험 부담을 떠넘긴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으로는 올리타정 복용 중 중증피부이상반응이 생기면 ‘당신이 위험성을 알고도 이 약을 먹은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듣게 될 것이다. 이 경우 피해를 구제받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10월 14일 성명을 내고 ‘식약처는 3상 임상시험를 통해 안전성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신규 환자 대상 올리타 처방을 금지해야 한다’며 ‘올리타가 국내 개발 신약이라는 이유로 부작용 검증에서 특혜를 주는 것은 ‘3상 임상시험 조건부 신속허가제도’의 권위와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미약품 사태를 통해 정부가 환자의 생명 및 안전보다 업계 이익을 우선한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며 ‘정부가 임상시험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바이오산업 경쟁력에 대한 정부의 기대가 국민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그러나 식약처는 5월 열린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임상시험 승인 기간을 단축해 기업 부담을 완화하고, 알츠하이머와 뇌경색 치료제에도 조건부 허가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내용의 ‘바이오헬스케어 규제 혁신’을 발표하는 등 임상시험 관련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 등의 수출 부진으로 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정부가 이에 대한 돌파구를 바이오산업에서 찾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 자료에 따르면 세계 도시별 임상시험 점유율 순위에서 서울은 2012년부터 3년 연속 세계 1위였다. 지난해에도 미국 휴스턴에 이어 세계 2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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