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10월 19일 한 일간지에 광고가 실렸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들어선 한 빌딩이 입주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난생처음 보는 단어가 독자의 이목을 끌었다. ‘국내 최초의 오피스텔 임대 개시.’ 1970년대 서울 강남과 여의도에 들어선 대단지 아파트에 막 적응할 무렵 등장한 새 주거시설에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올해로 국내 주택시장에 도입된 지 34년 차를 맞은 오피스텔과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오피스텔은 업무지역에 지은 빌딩을 사무실 임대로만 채울 자신이 없던 건설사가 집처럼 쓸 수 있게 고쳐 팔기 시작한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기 도심 한복판에 주거와 업무를 겸할 수 있는 오피스텔의 등장은 국내 주택시장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때마침 정부가 1986년 8월 건축법에 ‘주거용 오피스텔 건축 허용’이라는 조항을 넣으며 활로를 열었고, 오피스텔은 일약 ‘수익형 부동산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중흥기를 맞았다. 그러던 오피스텔이 최근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는 수요자의 우선순위에서 차츰 밀려나는 분위기다. 달아오른 주택시장을 틈타 오피스텔 가격은 계속 오른 반면, 임대수익률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수익률 최근 5년간 지속적 하락
서울메트로 9호선 양천향교역 7번 출구를 나서면 오피스텔 건물 수십 채가 강서로 대로변에 줄지어 서 있다. 주변 부동산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오피스텔 매물이 적잖다. 강서구 마곡동 T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용면적 22.25㎡짜리 오피스텔의 전셋값이 7월 1억200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 내린 뒤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면서 “보증금 500만~1000만 원에 50만 원이던 월세도 5만 원 정도 빠져 45만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며 계약을 권유했다.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라던 마곡지구에 최근 몇 년 새 오피스텔 입주 물량이 집중되자 전·월세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선 것이다. 시장에 나오기 무섭게 완전 판매되던 일 년 전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집을 빌려주고 월세를 받는 수익형 부동산시장에서 오피스텔은 가장 대중화된 상품으로 꼽혀왔다. 아파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목적에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시대 상황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1995년 7월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오피스텔에 바닥난방을 허용했다. 한기가 돌던 오피스텔 바닥이 따뜻한 온돌 난방을 갖추게 된 것이다. 98년에는 주거면적을 최대 50%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야말로 ‘집에 가까운 사무실’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거침없이 내달리던 오피스텔에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정부가 관련 정책을 들쭉날쭉 내놓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오피스텔 과잉공급을 우려한 정부는 2004년 오피스텔의 바닥난방을 전면 금지했다 2년 뒤인 2006년 전용면적 50㎡ 이하 오피스텔에 한해 바닥난방을 재허용했다. 이후 주택시장이 활황세를 맞으며 전셋값이 급등하자 2009년 바닥난방을 85㎡ 이하 오피스텔까지 확대 허용하는 등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였다. 투기 우려가 일면 오피스텔 규제를 조이고, 주택 공급이 부족하면 규제를 푸는 정책을 반복하자 오피스텔 사업도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오락가락한 정책에 공급 물량도 널뛰기를 반복했다. 건설사가 앞다퉈 오피스텔 사업에 뛰어든 2004년 9만8209실을 기록하며 정점에 올랐으나, 규제가 거듭되자 2009~2010년 1만 실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이후 규제가 다시 풀려 2011년 1만3651실, 2013년 3만4154실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도 6만3000여 실의 신규 입주가 예정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피스텔 수익률도 내림세로 돌아선 지 오래다. 온라인 주택거래 정보 사이트 부동산114에 따르면 3분기(7~9월)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전분기(5.62%)보다 0.05%p 내린 5.57%를 기록했다. 2011년 3분기 6.04%였던 임대수익률은 최근 5년간 단 한 번의 반등 없이 하락해 5%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더욱이 서울지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5.22%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전분기 대비 0.22% 뛰며 지난해 1분기 이후 7분기 연속 오름세를 그렸다. 투자금액과 수익률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지 1년 9개월 차에 접어든 것이다.
오피스텔이 수익형 부동산시장에서 매력이 떨어진 데는 만만치 않은 세금 규정이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신규 분양 대신 기존 건물 매매로
세금을 감안하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 오피스텔 취득세율은 집값의 4.6%, 부가가치세는 약 5.45%(신규 분양 기준)이다. 매입한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임대할 경우 취득세 736만 원, 부가세 872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를 적용하면 임대 첫해 수익률은 -6%가 된다. 여기에 은행 대출 이자와 공실에 따른 임대수익 하락까지 더해지면 수익률은 그 아래로 떨어진다. 분양 당시 건설사가 홍보한 ‘연간 8~9%대 수익률’이 멀어 보이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세금을 줄일 생각에 임대사업자 등록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취득세와 재산세를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임대 의무기간 5년이라는 걸림돌과 만난다. 만일 5년 이내에 임대용으로 등록한 집을 팔면 그동안 감면받은 세금을 모두 내야 한다. 또 임대 의무기간 중 임대사업자가 아닌 사람에게 집을 팔다 적발되면 최대 2000만 원 벌금까지 물게 된다.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오피스텔 투자 수요는 여전하다. 저금리 기조에 종잣돈을 은행에 맡겨봤자 이자가 형편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오피스텔에 투자해 조금이라도 이윤을 끌어올려보자는 계산은 오피스텔 투자를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게 만든다. 마곡지구 R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기업 입주에 대비해 시세보다 싼값에 오피스텔 매물을 사려는 문의가 꽤 있다”면서도 “집주인들이 1~2년만 버텨보자는 생각에 매물을 내놓지 않아 거래 자체는 뜸하다”고 말했다. 임대수익률이 예금금리를 웃도는 한 수요자의 오피스텔 투자는 계속될 거라는 얘기다.
부동산 컨설팅 전문업체 유엔알의 박상언 대표는 “오피스텔 공급이 넘쳐나는 데다 다가구주택 등 대체 상품의 공급도 이어져 앞으로 수익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수익률이 내림세일 때는 공급이 집중된 지역은 되도록 피하고, 주거 수요와 업무 수요가 대체 가능한 도심권 물건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감가상각이 심한 오피스텔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신규 분양 물건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신축 오피스텔과 기존 오피스텔의 매매가 차는 크지만 임대료 차는 5만~ 10만 원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만큼, 신규 분양 오피스텔 인근의 기존 오피스텔을 매입하는 등 투자방법을 바꿔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