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더라도 악착같이 3년을 버티면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농담인가 싶겠지만 사실이다. 그렇다고 선량한 시민에게 끝까지 벌금을 내지 말고 버티라고 종용하는 것은 결코 아니니 오해 없기 바란다. 현행법상 벌금은 ‘형의 시효’가 3년밖에 되지 않아 해마다 국가가 거둬들이지 못하는 벌금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것일 뿐이다.
형법 제78조는 ‘시효는 형을 선고하는 재판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을 받음이 없이 다음의 기간을 경과함으로 인하여 완성된다’고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형의 시효’란 형을 집행할 수 있는 기간으로, 벌금은 3년을 넘기면 내지 않아도 된다. 법무부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국가가 거둬들이지 못한 벌금(불능금액)은 2500억 원에 달한다. 이 기간 부과된 총 벌금은 22조9000억 원 이상이지만 실제 현금으로 납부한 금액은 6조1000억 원으로 전체 금액의 27%밖에 되지 않는다(표1 참조). 불능금액이 2500억 원인 이유는 나머지 액수는 노역장, 사회봉사, 공제, 미제 등으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2500억 원 중 500만 원 이상 벌금은 건수로만 따지면 3~4%에 불과하나 금액은 1284억 원으로 전체 금액의 50.9%에 달한다.
물론 3년 동안 벌금을 내지 않고 버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법원에서 벌금형이 선고되면 법원은 담당 부서로 확정 기록을 보내고, 벌금 징수는 전국 지방검찰청 집행과나 지방검찰청 산하 지청의 재산형 집행계에서 담당한다. 이들은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에게 벌과금 납부명령서를 발송하고 납부 독촉에 들어간다.
원칙적으로 벌금은 선고받은 지 30일 이내에 내야 한다. 이 기한을 넘기면 벌금 미납자로 지명수배가 내려지고 부동산이나 은행 예금, 자동차, 채권·주식, 유가증권 등 당사자 명의의 재산이 강제집행된다. 특히 고액 벌금자는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돼 강제집행, 출국금지, 출국정지가 되기도 한다. 외국에 나가 있는 기간은 형의 시효에서 제외된다. 벌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도주했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형법 제79조는 ‘시효는 형이 확정된 후 형 집행을 받지 않은 자가 형의 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기간 동안은 진행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벌금으로 거둘 만한 재산이 하나도 없다고 판단될 때는 노역장에서 일해 갚도록 하고 있다. 이를 환형유치제도라고 하는데 이때 벌금액에 충당할 노동의 대가, 즉 일당이 얼마인지는 법원이 정한다. 벌금형 판결문에는 ‘피고인이 벌금을 내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선고 벌금이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이면 300일 이상,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일 경우 1000일 이상 노역을 하도록 정해져 있다.
환형유치의 1일 환산 금액은 전국 법원 기준 평균 5만 원이다. 이 금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고 납부하지 않으면 20일간 교도소에서 작업해야 한다. 노역장 유치는 교도소 생활과 비슷한 반면, 환형유치 기간은 3년을 넘길 수 없다. 이 때문에 고액 벌금자의 경우 노역 일당이 수억 원에 달해 ‘황제 노역’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실제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과 처남은 오늘도 하루 수백만 원짜리 잡일을 하면서 벌금을 대신하고 있다.
역대 최고 집행불능 금액은 2006년 주모 씨가 확정받은(서울동부지방검찰청) 106억 원이다. 이 중 상당수는 금전적 의무를 회피하려고 재산을 빼돌리거나 제삼자 증여로 강제집행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벌금 및 추징금 선고가 예상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미리 집행 계획을 세우는 사전적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범죄자 재산 추적 등 형 집행을 위한 기초 수사를 적극적으로 실시하려고 한다. 고액 벌금 및 추징금 관리카드를 작성하고 있으며, 집행보전 청구(기소 전이라도 범죄자가 재산을 빼돌리거나 은닉하지 못하도록 검찰이 일련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재판부에 청구하는 것)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벌금 징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벌금 회피자의 수법은 나날이 지능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명인간 못지않게 숨죽여 도망 다니는 이들을 검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중앙집행과 한 관계자는 “수배자는 직접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거짓으로 주소지를 바꿔 수사관이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들은 대부분 가족과 접촉도 철저하게 피하기 때문에 연결고리를 찾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벌금형의 시효를 늘리는 것에 대해 “수사기관으로서 벌금 추징 시간을 좀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형법 제78조는 ‘시효는 형을 선고하는 재판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을 받음이 없이 다음의 기간을 경과함으로 인하여 완성된다’고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형의 시효’란 형을 집행할 수 있는 기간으로, 벌금은 3년을 넘기면 내지 않아도 된다. 법무부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국가가 거둬들이지 못한 벌금(불능금액)은 2500억 원에 달한다. 이 기간 부과된 총 벌금은 22조9000억 원 이상이지만 실제 현금으로 납부한 금액은 6조1000억 원으로 전체 금액의 27%밖에 되지 않는다(표1 참조). 불능금액이 2500억 원인 이유는 나머지 액수는 노역장, 사회봉사, 공제, 미제 등으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2500억 원 중 500만 원 이상 벌금은 건수로만 따지면 3~4%에 불과하나 금액은 1284억 원으로 전체 금액의 50.9%에 달한다.
참고로 징역형은 형의 시효가 공소시효보다 길지만, 벌금은 그 반대다. 그 이유는 국민의 불안정한 자위를 최대한 빨리 해소해주기 위해서다.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고가 나면 집행기관은 형을 빨리 집행해 국민이 일상으로 하루속히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형 집행기관이 늑장을 부려 국민이 받게 될 불이익을 고려한 조치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과연 벌금형의 시효가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일당 수백만 원짜리 노역이 생기는 이유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서울 강서구갑)은 “현행법상 벌금형의 시효가 3년에 불과해 집행불능으로 상당한 국고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형사소송법과 균형을 맞추고 집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벌금형에 대한 형의 시효를 현재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10년 이상 징역형은 공소시효 10년에 형의 시효 15년이고, 5년 이상 10년 미만은 공소시효 7년에 형의 시효 10년, 3년 이상 5년 미만은 공소시효 5년에 형의 시효 10년, 3년 미만은 공소시효 5년에형의 시효 5년으로 정해져 있다(표2 참조).
물론 3년 동안 벌금을 내지 않고 버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법원에서 벌금형이 선고되면 법원은 담당 부서로 확정 기록을 보내고, 벌금 징수는 전국 지방검찰청 집행과나 지방검찰청 산하 지청의 재산형 집행계에서 담당한다. 이들은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에게 벌과금 납부명령서를 발송하고 납부 독촉에 들어간다.
원칙적으로 벌금은 선고받은 지 30일 이내에 내야 한다. 이 기한을 넘기면 벌금 미납자로 지명수배가 내려지고 부동산이나 은행 예금, 자동차, 채권·주식, 유가증권 등 당사자 명의의 재산이 강제집행된다. 특히 고액 벌금자는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돼 강제집행, 출국금지, 출국정지가 되기도 한다. 외국에 나가 있는 기간은 형의 시효에서 제외된다. 벌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도주했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형법 제79조는 ‘시효는 형이 확정된 후 형 집행을 받지 않은 자가 형의 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기간 동안은 진행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벌금으로 거둘 만한 재산이 하나도 없다고 판단될 때는 노역장에서 일해 갚도록 하고 있다. 이를 환형유치제도라고 하는데 이때 벌금액에 충당할 노동의 대가, 즉 일당이 얼마인지는 법원이 정한다. 벌금형 판결문에는 ‘피고인이 벌금을 내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선고 벌금이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이면 300일 이상,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일 경우 1000일 이상 노역을 하도록 정해져 있다.
환형유치의 1일 환산 금액은 전국 법원 기준 평균 5만 원이다. 이 금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고 납부하지 않으면 20일간 교도소에서 작업해야 한다. 노역장 유치는 교도소 생활과 비슷한 반면, 환형유치 기간은 3년을 넘길 수 없다. 이 때문에 고액 벌금자의 경우 노역 일당이 수억 원에 달해 ‘황제 노역’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실제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과 처남은 오늘도 하루 수백만 원짜리 잡일을 하면서 벌금을 대신하고 있다.
투명인간 못지않은 벌금 회피자들
현금집행은 물론 강제집행, 노역장까지 피해 끝내 3년을 버틴 비양심가가 최근 5년 간 8만602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집행불능된 최고 벌금액은 44억 원(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이고, 그다음으로 26억 원(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 20억4000만 원(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20억 원(인천지방검찰청) 등이다. 1억 원 이상도 3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역대 최고 집행불능 금액은 2006년 주모 씨가 확정받은(서울동부지방검찰청) 106억 원이다. 이 중 상당수는 금전적 의무를 회피하려고 재산을 빼돌리거나 제삼자 증여로 강제집행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벌금 및 추징금 선고가 예상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미리 집행 계획을 세우는 사전적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범죄자 재산 추적 등 형 집행을 위한 기초 수사를 적극적으로 실시하려고 한다. 고액 벌금 및 추징금 관리카드를 작성하고 있으며, 집행보전 청구(기소 전이라도 범죄자가 재산을 빼돌리거나 은닉하지 못하도록 검찰이 일련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재판부에 청구하는 것)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벌금 징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벌금 회피자의 수법은 나날이 지능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명인간 못지않게 숨죽여 도망 다니는 이들을 검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중앙집행과 한 관계자는 “수배자는 직접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거짓으로 주소지를 바꿔 수사관이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들은 대부분 가족과 접촉도 철저하게 피하기 때문에 연결고리를 찾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벌금형의 시효를 늘리는 것에 대해 “수사기관으로서 벌금 추징 시간을 좀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