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협상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농부가 1년 동안 땀 흘리고 고생한 보람을 가을 추수로 보상받듯 직장인은 연봉협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다음 해 삶의 여유 정도가 달라진다. 우리나라 많은 기업의 임금체계가 연공서열식 호봉제에서 성과 위주 연봉제로 바뀌면서 자신의 능력(성과)을 바탕으로 몸값을 당당히 요구해야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몸값 저평가, 협상력 부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이 여전히 많다.
구체적인 업무 성과 자료
최근 기업들은 각종 기준을 만들어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이를 연봉 인상 기준으로 활용한다. 해마다 연봉협상이 끝나는 시점이면 이직시장이 활성화되는데, 이는 많은 직장인이 회사로부터 자기 노력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프로 스포츠 세계처럼 에이전트가 있어 연봉협상을 대신해주면 좋겠지만, 직장 내 연봉협상은 준비부터 협상 마무리까지 본인 스스로 다 해결해야 한다.먼저 알아둘 것은 연봉협상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직장인보다 회사 쪽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회사에서는 연봉협상 전문가가 나선다. 수치화한 각종 자료도 축적돼 있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인 직장인이 이에 맞서려면 스스로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협상을 시작하기 전 사전준비와 연봉협상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성공적인 연봉협상을 위해 필요한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연봉은 수치를 협상하는 것인 만큼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 준비한 자료를 하나씩 보여주면서 차근차근 회사를 설득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상당수 직장인이 이에 실패한다. 시간 투자와 꼼꼼한 사전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연봉협상을 만족스럽게 하려면 협상 전 다음과 같은 자료를 마련하자.
1. 사업계획에 따른 자신의 성과 분석 자료 (진척도)
2. 수치화한 업무 실적 자료
3. 동종업계 경쟁사 근무자의 연봉 및 복리 후생 관련 자료
4. 연봉 상승 요인으로 판단되는 직무 관련 자격증, 직무 관련 교육 및 강좌 이수, 석·박사 학위 취득 등 관련 자료
연봉협상 시기는 대부분 정해졌거나 예상할 수 있으므로 한두 달 전부터는 자신이 그동안 진행한 업무를 되짚어보며 자료를 수집하고, 문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각 자료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지난 1년간 자신이 어떤 업무를 맡아, 어떤 일을 수행하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수치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수치를 분기별, 반기별, 연도별 또는 업무 종류별로 정리해두는 것이 연봉 협상 시 유리하다. 자신이 수행한 성과나 업적을 돈으로 환산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예들 들어 본인이 제안한 새로운 업무프로세스가 회사 비용을 얼마나 절감했는지 등을 수치화한 자료로 만들어두면 연봉협상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자료를 연봉협상에 앞서 서면으로 제출하거나 최소한 지참하고 협상에 임하면 자신의 성과를 입증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이미지 및 근태 관리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자칫 다 된 밥에 재를 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상사는 직원의 근무태도를 눈여겨보기 마련이다. 주의할 것은 일만 묵묵히 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이 일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자신이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독보적인 전문 분야를 만들어두는 것도 좋다. 특정 업무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으면 연봉 인상 요구를 회사 측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
직장 내에서 주도적으로 경력과 능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발전하고자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더 많은 신뢰와 기회를 얻는다. 회사가 제공하는 직무 관련 교육, 세미나, 강연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이는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줘 직장상사나 동료에게 호감을 얻게 된다.
이렇게 1년간 노력하고 좋은 자료까지 준비한다 해도, 막상 연봉협상 테이블에서 이를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면 헛수고가 될 수 있다. 연봉협상 현장에서는 교묘한 심리 싸움이 자주 일어난다. 회사 대표로 나온 연봉협상 파트너는 경험이 많은 전문가임을 명심하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첫 번째 협상 수칙은 서두르는 쪽이 손해를 보기 쉽다’는 점이다. 회사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해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를 잘 활용하면 당신이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두 번째 협상 수칙은 희망 연봉을 밝히기 전 상대의 의중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백번 다 이길 수 있다. 회사에서 ‘얼마를 받고 싶은가’라고 물었을 때 즉답을 하기보다 회사가 생각하는 나의 연봉 수준을 먼저 물어보는 것이 좋다. 회사가 만족할 만한 금액을 제시하더라도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갖자. 회사의 제안을 받은 후 얼마간 침묵하면 협상 주도권을 내 쪽으로 가져올 수 있다.
머물 것인가, 떠날 것인가
자신이 요구한 연봉 인상액과 회사가 제시한 액수에 차이가 클 때 협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전에 동종업계 경쟁사의 연봉을 파악해두는 것이 좋다. 주의할 것은 지나치게 돈에 매달린다는 인상을 줘선 안 된다는 점이다. 회사 측에서 제시한 액수가 다소 부족하다면 액수를 올리기보다 연말 상여금 등 기타 보상책을 제안해보자. 자칫 연봉협상이 아주 안 좋게 끝나면 이직을 각오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물론 이직이나 퇴사를 고려한다면 좀 더 과감하게 베팅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한 가지 유념할 것은 회사는 연봉을 책정하는 고유의 인사고과 평가 방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봉 인상률을 정한다. 물론 특별히 인사고과가 뛰어난 직원에게 큰 폭의 연봉 인상 ‘선물’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임금 인상 폭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대만큼 높은 연봉을 받지 못한다 해도 크게 실망할 일은 아니다. 요즘처럼 경기불황이 이어지거나 회사가 어려운 사정에 처하면 개인의 노력 및 성과와 관계없이 연봉이 동결되거나 삭감될 수도 있다. 이때는 혼자만 연봉을 인상해달라고 주장하기보다 회사의 어려운 사정이 장기적일지 단기적일지를 먼저 파악하고, 이직할 것인가 회사에 남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편이 좋다.
마지막으로 연봉협상 시 주의할 사항을 밝혀두려 한다. 자신의 연봉협상 내용을 동료들에게 절대 알려선 안 된다. 연봉협상에서 동료는 경쟁자다. 연봉협상 노하우를 노출하면 이를 동료가 먼저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연봉이 직장생활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연봉이 높으면 높을수록 삶의 질 역시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본인의 실력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발전시켜나가면서 원하는 연봉을 손에 넣을 때까지 직장인 모두 힘내길 바란다. 올해 연봉협상에서 희망하는 ‘몸값’을 받길 꿈꾼다면 먼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데이터부터 철저히 준비하자. 꼼꼼히 챙긴 데이터는 자신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