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모든 스포츠를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았다. 112년 만에 재진입한 남자 골프와 116년 만에 열린 여자골프는 예상 밖의 인기를 끌었다. 특히 여자 골프는 선수가 가족을 동반하고 축제처럼 즐긴 스포츠 이벤트였다. 34개국에서 총 60명의 선수가 출전했는데 그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1명이 부모나 형제, 약혼자, 심지어 남자친구를 캐디로 대동했기 때문이다. 5명이 부모, 5명이 친척, 5명이 남편, 그리고 6명이 약혼자이거나 애인이었다.
올림픽 골프가 이렇듯 큰 인기를 얻은 이유는 지금까지 열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4년에 한 번씩 열린다는 희소성 때문이다. 상금과 예선 탈락이 없어 성적이 안 나와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는 점도 한몫했다. 근원적으로는 올림픽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세계 랭킹 2위인 18세 캐나다 소녀 브룩 헨더슨은 올림픽 출전 골프 선수 중 가장 어렸다. 캐디는 그보다 일곱 살 위인 친언니 브리트니였다. 프로골퍼지만 동생만큼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해 캐디로 나섰다. 아일랜드 대표인 리오나 매과이어(21)는 세계 아마추어 랭킹 1위로 출전했는데 올림픽을 계기로 프로 선언을 하고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할 계획이다. 리오나의 캐디 리자는 그보다 15분 먼저 태어난 쌍둥이 언니다. 리자의 아마추어 골프 랭킹은 35위로 처진다. 이탈리아 대표인 길리아 몰리날리는 대학 골프 선수인 여동생 소피아를 캐디로 대동했다.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라는 게 동반 이유였다. 태국 대표인 폰아농 펫람은 골프 선수를 지망하는 오빠가 캐디를 맡았다.
한국뿐 아니라 각 나라의 ‘골프대디’도 총출동했다. 캐디의 체재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올림픽을 직접 보고 싶다는 근본적 호기심이 크게 작용했다. 인도의 최초 여자 프로골퍼인 아디티 아쇼크(18)는 어렸을 때부터 매니저 노릇을 했던 아버지 구드라마니를 캐디로 대동했다. 미국 렉시 톰프슨의 아버지 스콧은 원래 코치였지만 이번에는 캐디를 자청해 리우를 찾았다. 말레이시아 미셸 코의 아버지 혹 후앗, 스위스 알반 바네주엘라의 아버지 알베르토도 캐디 백을 멨다. 파라과이 줄리에타 그라나다는 특이하게 어머니 로사가 캐디를 맡았다. 스페인의 칼로타 시간다는 오빠 인니고와 동반했다. 그는 골프선수도 전문 캐디도 아니었다.
선수 중 가장 노장인 영국 캐트리오나 매슈는 늘 그렇듯 남편 그레이엄이 캐디를 맡았다. 프랑스 카린 이세르의 남편 프레드 보나갠트, 핀란드 우르술라 빅스트룀의 남편 미카도 캐디다. 개최국 브라질 빅토리아 러브레이디의 남편인 제이콥 역시 캐디. 남아프리카공화국 애슐레이 사이먼은 12월 결혼 예정인 남자친구 데이비드 부하이를 캐디로 동반했다. 노르웨이 마리아나 스코노드는 유러피언투어에서 활동하는 호주 프로골퍼 리처드 그린을 대동했다.
골프에서 올림픽은 스포츠 대회일 뿐 아니라 축제다. 상금이 없기 때문에 경기 자체를 즐길 수 있다. 유명 인사를 보는 것도 일상이다. 남자 골프 경기에는 미국 할리우드 스타 매슈 매코너헤이가 등장했고, 여자 골프 경기에는 덴마크 프레데릭 왕자가 나타났다. 일찌감치 경기를 마친 아일랜드 남자팀 감독 폴 맥긴리와 파드리그 해링턴 선수가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남아 자국 여자 선수를 응원하며 따르기도 했다. 핀란드 누라 타미넨은 자신의 경기를 마친 뒤 캐디 남편과 가족석에 앉아 쌍안경으로 진지하게 관전하기도 했다.
그들은 올림픽 기간 중 세계적 스포츠 스타들과 인증 샷을 찍거나 유명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장을 찾아 관람하느라 정신없었다. 올림픽에서만 가능한 기분 좋은 분주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