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코네티컷 주 크롬웰 하트퍼드에서 열린 트래블러스챔피언십은 원 대회에서 벌써 아홉 번째 바뀐 명칭이다. 하트퍼드를 위대하게 만들자는 지역 모임인 그레이트하트퍼드재단이 64년 전인 1952년 문을 연 후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이어지는 대회지만, 이름은 스폰서에 따라 아홉 번이나 바뀌었다. 하트퍼드는 미국 보험사들의 수도라 부르는 도시로, 1835년 뉴욕 대화재 당시 하트퍼드화재보험사만 보상금을 지불한 사실이 알려진 이래 미국 주요 보험사 본사가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이 대회가 첫 15년간 인슈어런스시티오픈(ICO)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것도 그 때문이다.
PGA투어에는 이런 대회가 한둘이 아니다. 1952년 시작한 샌디에이고오픈은 오늘날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으로 자리 잡기까지 열세 번이나 명칭이 바뀌었다. 처음엔 샌디에이고오픈으로 85년까지 이어가다 앤디 윌리엄스가 68년부터 스폰을 하면서 그의 이름이 붙었다. 92년엔 뷰익이 메인 스폰서로서 대회 이름을 바꿨고, 2010년부터 올해까지 7년째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으로 열리고 있다.
PGA투어 대회 명칭은 대부분 첫머리에 스폰서 이름이 붙는데, 이마저도 시대상을 반영했다. 대부분 첫 스폰서는 해당 지역이었지만 차차 그 지역 주요 기업이 메인스폰서로 등장했다. 그중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이 열세 번으로 스폰서가 가장 많이 바뀌었고, 셸휴스턴오픈과 발레로텍사스오픈이 열한 번씩, 취리히클래식이 열 번, 페덱스세인트주드클래식, BMW챔피언십, 코카콜라투어챔피언십, RBC헤리티지가 아홉 번씩 바뀌었다.
5월 말 열린 딘&델루카인비테이셔널도 사연이 많다. 이 대회는 지난해까지 크라운플라자인비테이셔널이라고 불렀지만 올해 초 갑자기 스폰서십이 중단되면서 콜로니얼CC인비테이셔널로 불렸고, 대회 개최 3개월 전 식료품 체인점인 딘&델루카가 스폰서로 나서면서 또다시 대회 명칭이 바뀌었다.
단일 명칭을 가장 오랫동안 사용하는 대회는 1984년부터 32년째 이어지고 있는 혼다클래식이다. 이 대회 역시 1972년 재키글리슨인버레리클래식으로 시작해 여섯 번이나 명칭이 바뀐 뒤 84년에야 고정됐다. 반면, 4대 메이저대회는 스폰서 이름이 붙지 않는다. 기업은 후원자이거나 파트너가 될 뿐이다. 마스터스는 IBM, 디오픈은 두산, HSBC, 니콘 등이 파트너이지만 대회명 앞에 기업 이름을 붙일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만큼 메이저의 명예와 권위를 우대하는 것.
한국 남자대회 중에는 재일교포들이 1981년 창설한 신한동해오픈이 31회째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여자대회 중에는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이 2000년 시작 이래 한결같이 자사가 운영하는 블루헤런골프클럽에서 17년째 메이저 대회의 전통을 쌓아가고 있다. 스폰서가 자주 바뀌지 않으면 경기 완성도도 높아진다. 한국에서도 이름이 바뀌지 않고 오래가는 대회가 더 많아질 것 같은 분위기다. 이제 그럴 환경이 조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