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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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원순, 서울시에 대선캠프?

2012년 안철수맨들, 2017년 대선 앞두고 박원순맨으로 변신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6-08-05 16: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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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반대에도 서울시가 8월 3일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대상자들에게 첫 활동비를 지급했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만 19세 이상 29세 이하 청년 가운데 주 근무시간이 30시간 미만인 이들을 선발, 구직활동 지원을 명목으로 매달 50만 원씩 최대 6개월간 지원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3일 청년수당 대상자로 최종 선정된 3000명 가운데 약정서에 동의한 2831명에게 첫 달 활동비 50만 원씩을 각 개인 은행계좌를 통해 지급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청년수당 지급에 대해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 복지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한 사회보장기본법 위반”이라며 즉각 서울시에 시정명령을 내렸고,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청년수당을 직권 취소했다. 서울시는 복지부의 직권 취소와 관련해 법원에 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하고 대법원에 제소했다. 서울시 청년수당이 법정으로 간 만큼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청년수당을 더는 지급할 수 없다.

    서울시와 복지부 간 청년수당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내년 대통령선거(대선)에서 전개될 ‘복지 논쟁’의 예고편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서울시의 기습적인 청년수당 지급을 두고 차기 대선주자로 부상하려는 박 시장의 ‘의도된 도발’로 보는  견해가 많다. 청년수당 지급 하루 전인 8월 2일 박 시장은 6개월 만에 국무회의에 출석해 정진엽 복지부 장관 등과 청년수당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의 국무회의 출석은 청년수당 지급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을 낳았다.



    청년수당은 대선 복지 논쟁 예고편

    여권 한 관계자는 “국무회의에서 조율되지 않은 사업을 박 시장이 곧바로 시행한 것은, 박 시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협의’가 아닌 사업 결행을 위한 명분 찾기 과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게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대상자 선정을 끝내고 국무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박 시장이 청년수당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청년과 야권 지지층을 향해 던진 일종의 정치적 승부수다.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이 야권 차기주자로 부상하려는 박 시장의 대선행보에 걸림돌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박 시장은 심야 브리핑을 열고 정부가 공개를 꺼리던 메르스 감염 의심환자의 동선을 밝혀 큰 파문을 일으켰다. 박 시장의 브리핑 이후 ‘불확실한 정보로 공포를 더 키웠다’는 비판 여론도 없지 않았지만, 메르스 관련 정보에 목말라하던 일부 국민 사이에서는 ‘박 시장이 할 일을 했다’며 우호적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박 시장이 여야를 통틀어 가장 높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을 기록한 시점도 그즈음이다.

    더불어민주당 한 인사는 “지난해 박 시장이 유력 차기주자로 부상한 시점이 메르스 사태 때였다”며 “당시 박원순은 메르스와 싸우는데 박근혜는 박원순과 싸우는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박 시장의 지지율이 치솟았다”고 회고했다.

    박 시장이 메르스 사태 당시 ‘국민방역관’을 자처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워 존재감을 높였다면, 이번 청년수당 지급은 ‘청년을 위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쌓는 한편, 대선 때 주요 이슈로 부각될 ‘복지 논쟁’을 청년수당을 매개로 선점해나가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청년수당이 대선 의제를 선점하는 샅바싸움이라면 최근 박 시장이 선보인 일련의 인사는 대선 진용 갖추기 성격이 강하다. 특히 시장실과 부시장실이 자리해 서울시 헤드쿼터라 부르는 서울시청 6층이 대선캠프화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를 도왔던 진심캠프 인사들이 속속 박 시장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인사는 1월 정무부시장에 임명된 하승창 부시장. 하 부시장은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후보의 진심캠프에서 대외협력실장을 맡았던 인물로,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 진영과의 단일화 협상에 나섰던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하 부시장 정무특보로 임명된 박상혁 특보는 안철수 진심캠프에서 부대변인을 지냈고, 박 시장의 스피치라이터로 활동 중인 주준형 비서 역시 진심캠프에서 안철수 대선후보의 메시지 담당을 역임했다. 주 비서는 2013년 4월 안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이후 잠시 의원실에 몸담기도 했다. 채현일 시장 정무보좌관 역시 진심캠프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영 비서실장 임명은 다목적 포석

    7월 12일 서울시장 비서실장에 임명된 허영 더불어민주당 강원 춘천지역위원장 역시 진심캠프 출신이다.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고(故) 김근태 의원 보좌관을 지낸 허 신임 비서실장은 2012년 대선 때는 비서팀장으로서 안철수 후보와 늘 함께한 측근이었다. 허 비서실장은 최문순 강원도지사 비서실장도 역임했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이 강원도에 연고가 있는 허 비서실장을 임명한 것은 대선 경선까지 내다본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허 비서실장은 4월 총선 당시 강원 춘천에서 출마,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를 상대로 박빙의 승부를 연출하기도 했다. 청년수당 전격 실시와 관련해서도 허 비서실장의 역할론이 제기된다. 허 비서실장은 2004~2005년 김근태 복지부 장관 재임 시절 정부와 열린우리당, 국회를 잇는 3각 가교의 장본인이기 때문. 서울시 주변에서는 청년수당 문제로 정부와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박 시장이 정무적 조언과 갈등 조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허 비서실장에게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시청 6층이 대선캠프화되고 있다면, 서울시 개방형 직위와 민간자문관 등에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외연 확장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시는 건축, 교육, 협치, 젠더, 민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자문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한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들이 시정에 조언한다는 좋은 취지임에도 박 시장의 자기 사람 챙기기라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야권 한 인사는 “박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출신과 진심캠프 출신, 그리고 시민단체 출신 등 세 축으로 대선 진용을 꾸리고 있는 모습”이라며 “박 시장이 진심캠프 멤버를 적극 영입하는 것은 내년 대선에서 뛰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대선까지는 1년하고도 4개월 가까이 남았지만, 각 당이 대선후보를 선출할 대선후보 경선일까지는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야권 잠룡 박 시장의 행보가 시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보다 대권을 향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박 시장이 ‘2017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2018년 지방선거 때 다시 한 번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시정에 전념하겠다”는 다짐을 하기 전까지 박 시장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선 행보란 의구심을 불식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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