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이 8월 3일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유니폼을 입고 뛴 마지막 경기에서 팬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뉴시스
“레전드다운 아름다운 이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SV, 바이어 04 레버쿠젠을 거쳐 2015년 토트넘에 합류한 손흥민은 내리 10년을 ‘토트넘 맨’으로 보냈다(표 참조). 등번호 7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빈 그는 공식전 454경기에서 173골 101도움을 기록했다. 올해 5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비롯해 수많은 영예를 안았다. 빛나는 영광을 뒤로하고 손흥민은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그는 8월 7일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LA) FC에 입단하며 신대륙에 발을 디뎠다. 8월 5일 임 위원을 만나 손흥민의 새로운 도전과 전망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손흥민이 토트넘과 이별을 택한 이유는 뭘까.
“그는 토트넘에서 최고의 마무리를 원했을 것이다.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토트넘 주장으로서 소원을 이뤘다. 17년 만에 토트넘의 무관(無冠) 기록을 깬 손흥민은 명실상부 레전드가 됐다. 임무를 완수한 그에게 새로운 환경과 동기 부여가 필요했을 것이다. 축구선수로서 하나의 ‘서사’를 완성한 손흥민이 토트넘 팬들과 좋은 감정을 간직한 채 이별을 고한 셈이다.”
최근 ‘스포츠동아’가 손흥민의 이적 관련 뒷이야기를 보도했는데.

임형철 축구해설위원. 이상윤
손흥민의 ‘토트넘 10년’ 중 특기할 만한 장면은.
“2015년 토트넘으로 이적했을 때만 해도 손흥민은 팀의 메인 영입 타깃은 아니었다. 첫 시즌에는 다소 미숙함을 드러내며 활약하지 못했다. 손흥민의 잠재력이 본격적으로 폭발한 것은 2016∼2017시즌이다. 이때 영어 실력을 키운 손흥민은 동료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해졌다. 손흥민은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해리 케인과 함께 공격 조합을 이루며 엄청난 스탯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2018∼2019시즌 토트넘은 EPL과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절정을 맞았다. 손흥민은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특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당시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손흥민이 맨시티를 상대로 넣은 기막힌 골은 지금도 팬들이 잊지 못할 명장면이다. 아쉽게도 당시 토트넘은 준우승에 그쳤지만 손흥민은 박지성에 이어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았다는 의의를 남겼다. 2019∼2020시즌 손흥민은 번리전에서 대단한 드리블 끝에 득점해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을 수상하는 업적을 세웠다. 2021∼2022시즌에는 대망의 EPL 득점왕에 올랐다. 당시 EPL 마지막 경기였던 노리치 원정에서 손흥민의 득점에 환호한 팬이 많다. 2023년 토트넘 주장이 된 손흥민은 올해 5월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끝내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손흥민이 8월 7일 미국 메이저리그사커 LA FC 입단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2014년 창단 LA FC, 야망 넘치는 팀”
손흥민은 이제 LA FC 유니폼을 입고 MLS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MLS는 동부와 서부 콘퍼런스(conference) 각각 15개로 이뤄져 있다. 서부에 속한 LA FC는 8월 6일 기준 10승 6무 6패로 6위를 기록 중이다. 손흥민의 LA FC행에 대해 임 위원은 “여러모로 합리적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손흥민은 앞서 스스로 밝혔듯이 2026 북중미월드컵에 대비해 미리 미국 축구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은 듯하다. 그도 이제 축구선수로서 적은 나이가 아니기에 다가오는 내년이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 출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월드컵을 준비하고 싶다는 동기가 미국 MLS행의 주된 배경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LA FC는 어떤 팀인가.
“2014년 창단 이후 빠르게 성장한 야망 넘치는 팀이다. 2018년 MLS 데뷔 시즌부터 LA FC는 신생팀 역대 최다 승점과 득점 기록을 냈고 플레이오프 진출 성과도 올렸다. 2019년 MLS 서포터스 실드 우승, 2022년 MLS컵과 서포터스 실드 동시 석권을 이뤘다. 지난해에는 US 오픈컵 우승까지 하며 짧은 역사에 비해 제법 많은 트로피를 쌓았다. 북중미 챔피언스리그에서도 2020년과 2023년 두 번 준우승을 거뒀다. 그만큼 초고속 성장한 팀이다. 이 팀의 최대 라이벌은 같은 지역 연고인 LA 갤럭시다. 두 팀이 맞붙는 ‘엘 트라피코’에서 손흥민이 어떤 활약을 보일지도 앞으로 재밌는 볼거리다.”
새 팀 합류 후 손흥민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역시 득점이다. 현재 팀 에이스는 왼쪽 윙 주전인 데니스 부앙가다. 부앙가는 현재 전체 33경기에서 19골을 기록해 LA FC에서 압도적 1위다. 다만 팀 전체로 시야를 확대하면 나탄 오르다스 7골, 다비드 마르티네스 4골로 부앙가에 대한 골 의존도가 높다. 부앙가가 최근 쉬운 득점 기회를 자주 놓치는 점도 문제다. 손흥민은 부앙가와 함께 최전방을 양분하며 공격진을 꾸리지 않을까 싶다. 두 사람의 공격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LA의 레전드 되겠다”
손흥민은 LA FC 합류 당일 기자회견에서 “새롭게 ‘0’에서 시작하는데 마무리는 항상 레전드가 되고 싶은 게 나의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 그가 어떻게 새로운 전설을 쓸지 국내외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손흥민이 참고할 롤모델이 있을까.
“손흥민이 좋아하는 선수인 데이비드 베컴은 LA 갤럭시에서 활약한 데 이어 유럽으로 돌아와 AC 밀란, 파리 생제르맹 등에서 뛰었다. 팬의 한 사람으로서 손흥민이 베컴처럼 선수 커리어를 쌓으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갔으면 한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제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이미 다른 선수들에게 롤모델이 됐기 때문이다.”
그에게 한마디 조언을 한다면.
“뉴캐슬전 당시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난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 말처럼 손흥민의 축구 커리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가 항상 현역으로서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고, 주목할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라고 믿는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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