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의 발전 모습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마천루가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서고 고급 식당도 줄지어 등장하고 있다. 바다와 마천루의 풍광이 어우러진 해운대는 이미 관광객이 가장 사랑하는 부산 명소가 됐다. 해운대에는 수많은 먹을거리가 있지만 해운대를 대표할 만한 음식으로 갈비를 빼놓을 수 없다.
해운대식 갈비의 터줏대감은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다. 1964년 창업했으니 50년이 넘었다. 창업 당시 주변은 허허벌판이었지만 지금은 부산에서도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이 됐다. 당시에는 주변 골프장 이용객이 주 고객이었는데, 70년대 서울에서 해운대식 암소 갈비가 붐을 이루면서 덩달아 유명해졌다. 76년 당시 부산의 쇠고기 소비량은 서울(인당 3.22kg)보다 많은 인당 3.38kg으로 전국 최고였다. 76년 3월 13일자 ‘경향신문’은 그 이유를 ‘서울에 진출한 부산식 불고기니 해운대식 갈비니 하는 집들이 고기나 갈비를 진짜 부산에서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갈비는 지금의 고급 갈비와 조금 달랐다. 먼저 마블링이 거의 없었다. 마블링 없는 갈비에 간장을 기본으로 설탕, 생강, 마늘, 파, 배즙, 일본술 사케와 조미료를 넣는 조리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고기는 암소만 사용하는 게 원칙. 새끼를 세 번 정도 낳은 3년생 전후 암소가 육즙이 많고 깊은 맛이 난다고 한다. 이 집의 양념갈비는 간을 생갈비처럼 굽기 직전에 하기 때문에 우리가 익히 아는 양념갈비와는 모양과 맛이 상당히 다르다.
이 집을 유명하게 만든 게 또 하나 있다. 고기에 격자로 칼집을 내는 다이아몬드 커팅을 처음 시도한 곳이 바로 이 식당이다. 창업자는 해운대에 갈비식당을 열기 전 동래 한 요정에서 일본인으로부터 칼집 내는 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1960년대 소는 여물을 먹고 농사일을 하던 터라 곡물을 먹여 키운 요즘 소보다 고기가 질길 수밖에 없었다. 질긴 고기에서 힘줄을 발라내고 칼집을 내야 졸깃한 식감이 살아 있으면서도 씹기 편한 상태가 될 수 있었던 것. 양념 맛보다 고기 자체가 내는 풍미가 더 일품이다. 가격도 저렴해 창업 때보다 손님이 더 많다.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거대갈비’란 이름을 단 쇠고기 식당이 신흥강자로 등장했다. 외관, 인테리어, 고기 굽는 장비 모두가 부산은 물론, 서울과 비교해도 최고급에 속한다. 고기의 질, 특히 마블링 가득한 안심이 일품인데 두툼한 고기는 스테이크 전문점에서나 볼 수 있는 맛과 외관을 자랑한다.
고기 맛을 내는 데는 재료가 가장 중요하지만, 굽는 기술도 그에 못지않게 영향을 끼친다. 단순한 일처럼 보이지만 육즙을 보존하기 위한 불 조절은 긴장할 만큼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작업이다. 불로 굽되 물(육즙)을 가두지 못한 고기는 말 그대로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 이 집은 고기를 굽는 종업원의 솜씨가 프로다. 고기와 함께 나오는 반찬 수준도 전문 식당에 뒤지지 않는다. 샐러드와 물김치, 육전, 장아찌는 기본이고 즉석에서 간장과 고기를 넣어 장조림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후식으로 먹는 평양식냉면도 좋다. 커다란 삼겹살을 판다고 해 ‘거대’란 이름이 붙었고, 이후 쇠고기로 주 메뉴를 전환했지만 식당 대표의 음식에 대한 집착과 열정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디테일은 악마에게나 프로에게나 모두 필요한 덕목이다. 쇠고기에 대해 이야기 좀 하려면 두 가게에 들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