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하세요’(1000자 이내). 자기소개서 3번 문항이다. 이에 대해 학생들이 쓴 내용을 보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착한’ 학생을 선발하려 한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 학생들이 이 문항에 제시하는 사례의 다수가 학교생활기록부 7번 항목 가운데 봉사활동 실적과 연관된다. 봉사활동이라는,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객관적 실천 사례를 주관적 진술로 보완하는 전략 자체는 옳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자기소개서 내용 대부분이 그 활동에 대한 단순한 감상이나 막연한 미래의 포부를 밝히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항목에서 말하는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은 학교생활기록부 10번 항목을 작성하는 교사가 역량을 드러내는 표지로 사용하는 핵심어들이기도 하다. 이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발전과 맞물려, 학생의 인성 역량을 발굴 및 기록해 학생의 인성 발달을 도모하자는 흐름의 결과다. 이 네 가지 핵심어의 뜻을 사전을 참고해 각각 순서대로 나열하면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고 마음을 쓰다’(배려), ‘즐거움이나 고통, 고생 따위를 함께하다’(나눔), ‘힘을 합하여 서로 돕다’(협력),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것을 맡아 처리하다’(갈등 관리)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사전적 의미상 교집합을 찾아보면 학생 개인이 혼자 발휘할 수 있는 역량보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표출될 수 있는 역량을 묻는 문항임을 짐작할 수 있다. 타인을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이 문항의 취지인 것이다.
봉사활동을 통한 변화 강조해야
복지관이나 장애인시설 등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학생은 대부분 이 문항에 대해 이렇게 쓴다. ‘처음에는 낯선 공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어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그분들이 오히려 나에게 도움을 줬다. 참 고마웠고, 내가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경험이 많이 부족했음을 느꼈다. 대학에 가서도 꾸준히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 이 내용이 자기소개서를 처음 써본 1학년 학생의 것이라면 잘 썼다고 격려해줄 만하다. 하지만 3학년 학생이 쓴 자기소개서라면 봉사활동으로 느낀 ‘고마움’을 바탕으로 그 후 어떻게 삶이 변화했는지, 또 다른 실천 혹은 활동 내용이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어 아쉽다고 말해주고 싶다. 즉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기회를 더 찾아본 사례와 그 사례 속에서 또 어떤 점을 느끼고 어떻게 발전했는지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다’는 내용보다, 그 문제적 상황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썼다면 더 의미 있는 자기소개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서 말하는 대처란 문제 해결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민과 노력을 의미한다. 결국 봉사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알게 됐다는 식의 감상보다, 봉사 당시 어떤 고민과 노력을 했는지 밝히고 학생으로서 실천 내용을 기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활동의 의미를 설명하되, 활동 이후 자신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또 다른 구체적인 실천 사례로 연결 지어 기술하는 것이 더 낫다.또한 봉사활동 장소나 단체 이름만으로 활동 내용이 명확히 이해되는 경우에는, 활동 자체를 설명하는 식의 서술이 1000자라는 제한된 분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특별한 일화나 추억이 없다면, 오히려 그다음에 이어진 활동이 없었는지를 생각해보고 봉사활동이 동기로 작용해 자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부각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자기소개서 3번 문항은 봉사활동을 통해 받은 감동을 적어두는 일기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물론, 자기소개서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봉사활동에 쏟은 진정성과 그에 걸맞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