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해온 정모 씨가 3주 전부터 아시아나항공 온라인 마일리지숍을 들락거리면서 내뱉은 말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한 후 마일리지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어 마일리지를 얼른 써야겠다는 게 정 씨의 생각이었다. 오늘은 풀린 물품이 있나 싶어서 사이트에 들어가 보지만 대부분 품절이었다. 에버랜드 자유이용권, 한화리조트 숙박권, 영화 예매권 등 쏠쏠해 보이는 품목은 하나도 살 수 없었다. 결국 프랜차이즈 카페 마카롱 기프티콘, 휴대용 고체 치약 등 평소 잘 쓰지도 않는 품목을 구매하는 데 2만 마일리지를 사용했다.
12월 3일 오후 2시 기자가 들어간 아시아나항공 온라인 마일리지숍 ‘OZ마일샵’에서 품절된 품목. [홈페이지 캡처]
마일리지숍 오픈런도 불사
12월 3일 오후 2시 기자가 들어간 아시아나항공 온라인 마일리지숍 ‘OZ마일샵’에는 ‘SOLD OUT’ 표시가 가득했다. 홈페이지 메인에 떠 있는 44가지 품목 중 ‘지니뮤직 음악감상 300회권’을 제외하고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은 하나도 없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에 숙박권과 테마파크 이용권,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에는 그 외 품목이 입고된다.
물품이 들어오는 날에는 오픈런도 벌어진다. 기자가 12월 4일 수요일 오후 2시에 들어가 보니 접속대기 중 화면이 떴다. 기자 앞에 1700여 명, 뒤에는 4000여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필요 없는 물품인데도 마일리지가 아까워서 자잘한 것이라도 사야 했다”며 “마일리지를 착실히 모아도 필요할 때 활용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후 마일리지가 깎일 것이라는 우려도 이번 마일리지 소진 대란을 키웠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 마일리지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와 일대일 통합이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현재 적립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대한항공은 1500원당 1마일리지,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마일리지가 적립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부터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만 약 10년을 모았다는 30대 이모 씨는 “마일리지 항공권 자체도 잘 풀리지 않는데, 합병 후엔 원하는 노선 항공권을 더 비싸게 주고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표했다.
올해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미사용 마일리지(이연수익)는 2조5542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9819억 원이다. 양사의 미사용 마일리지가 3조50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마일리지를 소진시키기 위한 양사 고민도 계속될 전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전 2년 동안 두 회사가 독립적으로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운영한 뒤 통합 시점에 마일리지도 대한항공 스카이패스로 합칠 계획”이라며 “공정하게 합리적인 전환 비율을 산출하고자 전문 컨설팅업체와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마일리지 항공권 프로모션 등 다양한 사용처 확대 방안을 마련해 마일리지 사용 관련 고객의 불편함이 개선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메가 캐리어 탄생, LCC도 통합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위)가 착륙하는 동안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을 위해 달리고 있다. [동아DB]
양사의 기업결합으로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합친 통합 LCC도 출범하게 된다. 지난해 기준 3사의 합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4785억 원, 4058억 원이다. 항공기 대수는 진에어 30대, 에어부산 22대, 에어서울 6대를 합쳐 58대에 이른다.
대한항공은 예정된 신주 인수 날짜를 일주일가량 앞당기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 계약 거래 종결일을 12월 20일에서 11일로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아시아나항공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대한항공은 지분 63.88%를 확보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향후 2년 동안 독립된 회사로 운영된 후 대한항공과 완전히 통합될 예정이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산업의 경우 몸집이 커지면 커질수록 소비자와 가격 협상력도, 영업비용 지출 협상력도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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