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학에 가고 싶으냐고 학생들에게 물으면 대답은 매우 명쾌하다. 의대에 가려는 학생은 의사가 되고자, 경영대에 가려는 학생은 경영인이 되고자 대학에 간다고 대답한다. 뻔한 것을 왜 물어보느냐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 물론 틀린 대답은 아니다.
그러나 대학은 취업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대학은 스스로 또는 타인과 상호작용하며 고교 교육과정에서 불변의 진리처럼 이해했던 내용에 물음표를 달아보고, 새로운 접근을 통해 또 다른 물음표를 이어나가는 곳이다. 이른바 ‘지적 호기심’을 발휘해 더 깊이 탐구하는 곳이다. 따라서 대학은 학생을 선발할 때 고교 기간 지적 탐구를 위해 필요한 경험과 훈련을 했는지를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확정해 학생부종합전형을 운영하는 대학들이 함께 사용하는 자기소개서 공통문항 1번은 바로 이 점을 잘 보여준다. ‘고등학교 재학 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해주시기 바랍니다(1000자 이내).’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이란
그런데 학생들은 이 문항을 통해 대학이 다음과 같이 묻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학교 자율학습실을 꾸준히 이용했느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공부했느냐, 학습 플래너를 썼느냐, 오답노트를 만들어 공부했느냐, 수업 때 필기를 열심히 했느냐 등등. 그래서 여전히 1번 문항에 내신 향상 경험을 쓰는 학생도 있다. 성적이 떨어져 자만했는데 마음을 다잡고 공부했더니 점점 성적이 올랐다, 이를 통해 자만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배웠다는 식이다. 이러한 답변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답변에는 학생이 하루 종일 참여하는 ‘수업’이라는 핵심 활동이 없으며, 학생의 지적 호기심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수업에서의 학생 모습은 ‘세특’에서 잘 드러난다. ‘세특’은 학교생활기록부 8번 항목인 교과학습발달상황 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라는 세부 항목을 줄여서 이르는 말이다. ‘세특’이 강조되면서 교사의 수업은 관찰 가능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정규 수업시간 외 실시하는 방과후학교 수업에서 더욱 활발하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요령에 따르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란에는 과목별 성취 기준에 따른 성취 수준의 특성 등 특기할 만한 사항을 지닌 과목 및 학생에 한해 간략하게 문장으로 입력할 수 있다. 즉 수업 중 발견한 학생의 수업 자세, 적극성, 학업 소양과 특성 등을 교사가 기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공통문항 1번을 작성할 때는 3학년의 경우 지난 2년간 기재된 ‘세특’ 내용을 면밀히 살피고, 어떤 수업을 어떻게 받았는지를 파악해 그 내용들을 연결해야 한다. 개인 과제 수행, 팀 작업을 통한 탐구 및 발표 수행, 교사의 심화 질문에 대한 답변, 교사에게 던진 창의적 질문 등을 중심으로 기재돼 있을 것이다. 이를 지원 모집단위에 대한 열정이나 지적 호기심을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엮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물론 주어진 사실을 엮어내는 일은 대입을 앞둔 시점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전략이다. 결과적으로 엮어낸 활동보다 학습 동기를 바탕으로 계획하고 실천한 노력과 경험이 더 중요하다. 수업이란 교사의 설명만 잘 받아쓰는 수동적인 활동이 아니라, 교사 안내에 따라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참여하는 활동이다. 쉽게 답을 알려주지 않고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는 수업 방식을 답답해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야 하는 모둠별 활동을 귀찮게 여길 일이 아니다. 오히려 깊게 배울 수 있는 경험이라 생각하고 자신만의 물음표를 하나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