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2월 17일 53번째 생일을 맞았다. 2003년 은퇴하기 전까지 조던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약한 15시즌 동안 최우수선수(MVP) 5회, NBA 파이널 MVP 6회, 득점왕 10회라는 불멸의 전설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골프에 대한 사랑 또한 농구 못지않았다. 전성기 때도 비시즌이면 각종 골프대회에 꾸준히 출전해 ‘골프선수를 꿈꾼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최근까지 핸디캡 1.9를 자랑하던 조던은 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연예인, 스포츠 스타 골프 랭킹에서 18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 잡지는 표지모델로 지난해 NBA에서 MVP를 차지한 스테픈 커리(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올렸다. 스포츠 스타 골프 랭킹이 핸디캡 1.2로 14위를 차지해 조던보다 4등 더 위라는 이유에서였다. 승부에서 지는 것을 죽는 것만큼 싫어하는 조던, 그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의 골프 열정을 알 수 있는 일화 10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이 한창 미국 언론 지면을 장식했을 때 일어난 일이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과 라운드를 하던 골프계의 악동 조던은 거침없는 언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레슨을 한답시고 장광설을 늘어놓더니 결국 썰렁하면서도 위험한 농담을 내뱉었다. “소녀 티(tee)에서 라운드할 거죠?”
다음은 골프장에서 달리기 경주를 한 사건. 현역 시절인 1999년 10월 7일 조던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열린 던힐 컵 프로암 당시 함께 라운드하던 스페인 골퍼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난데없이 달리기 경주를 해 세인의 입에 올랐다. 2009년에는 타이거 우즈가 “아마추어는 US오픈 코스에서 100타를 깨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자, 이에 자극받아 US오픈 홍보 이벤트 베스페이지 블랙 아마추어 코스에 출전해 92타를 친 후 호탕하게 웃었다.
골프에 대한 조던의 승부욕은 끝이 없었다. 1997~99년 올랜도 매직팀 감독을 지냈고 94년 NBA 명예의전당에 오른 척 댈리와의 내기 골프에서 아깝게 지자, 댈리를 고급 호텔방에 묵게 하고 그다음 날 새벽 리턴 매치를 벌여 끝내 이기고 만 일도 있다.
그뿐 아니다. 조던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신이 주최한 셀러브리티 골프대회에 ‘에어 조던’ 로고를 새긴 전용카트를 타고 등장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가 하면, 50세 재혼식을 골프장에서 진행해 화제가 됐다. 2013년 4월 29일 16세 연하인 쿠바 출신 모델 이베트 프리에토(37)와 6년 연애 끝에 재혼하면서 플로리다 주피터에 위치한 베어스클럽(잭 니클라우스의 홈 코스) 드라이빙 레인지에 텐트를 설치하고 식장을 만들었다. 이 재혼식엔 우즈를 포함한 하객 2000명 이상이 초대됐다.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에 미국 드림팀 선수로 출전했던 조던은 36홀 라운드를 마친 뒤 농구 경기장으로 달려간 적도 있고, 사기꾼 같은 타짜 골퍼와 열흘간 내기 골프를 쳐 125만 달러(약 15억5000만 원)를 잃은 적도 있다. 88년 NBA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공로로 MVP로 선정됐지만, 정작 시상식 날 그는 홈구장(시카고 불스)에서 1400km 떨어진 노스캐롤라이나 파인허스트골프클럽의 36홀을 돌고 있었다. 다음 해에도 조던의 만행은 그치지 않았다. 89년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 조던은 시카고에서 밤새 차를 몰아 파인허스트로 달려간 뒤 이른 아침부터 골프를 즐겼다.
미국 골프광협회(Golf Nut Society)에선 조던을 1989년 ‘올해의 골프광’으로 임명하고, 특별회원 번호 ‘23번’을 부여했다. 이쯤 되면 조던이 53세 생일선물로 어떤 선물을 받았을지, 어디서 뭘 했을지 대충 짐작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