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하마스 기습 공격에 대한 보복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뉴시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접경지대에 대규모 병력을 진주시켜 조만간 전면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지상군 투입이 예상보다 늦춰지는 실정이다. 이스라엘은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시가전 리스크와 국제사회 여론을 의식하면서 효율적인 군사 작전 전개를 위해 드론으로 하마스 지도부를 핀셋 제거하고 있다. 개전 초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과 납치에 분노한 이스라엘군이 대대적인 가자지구 공습을 이어가면서 팔레스타인 주민의 인명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2주 가까이 지속돼 현재까지 양측 사망자는 5000여 명에 달한다.
10월 1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이 공격을 당해 환자와 난민 등 500명 이상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미사일 오발 정황을 공개한 가운데 누가 병원을 공격했는지를 놓고 하마스와 공방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늦추고 있다. 민간인이 밀집돼 있는 가자지구 내 시가전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스라엘군이 2014년 발견한 가자지구의 하마스 땅굴. [GETTYIMAGES]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에 포연이 일어나고 있다. [뉴시스]
그런 가운데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를 낸 가자지구 병원 공습이 이번 분쟁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했다. 10월 17일(이하 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알아흘리 아랍 병원에 가해진 로켓포 공격으로 환자와 난민 등 500명 이상이 숨졌다. 이를 두고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책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하마스는 병원 공격을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로 규정하며 중동의 반(反)이스라엘 감정에 불을 붙인 반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가 로켓 오발 사고를 일으켜 병원을 파괴한 것이라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감청 기록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스라엘군이 엑스 계정에 올린 녹취 음성에는 알아흘리 아랍 병원 폭발 당시 하마스 첩보원들이 “이건(로켓) 이슬라믹 지하드의 것”이라거나 “파편을 보면 이스라엘 것이 아니다”라고 대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10월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 국방부 자료를 근거로 “병원 폭발은 다른 쪽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정보당국도 폭발 양상과 적외선 위성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이스라엘 측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10월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확전 자제를 촉구했다. [뉴시스]
가자지구 접경지대에 배치된 이스라엘군 병력. [뉴시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부상당한 팔레스타인 소녀가 가자지구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뉴시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파장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은 사태 조기 수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에서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미국의 9·11테러 대응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마라”며 확전 자제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