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일각에서는 K팝을 한국 정부의 지원에 의한 결과물로 인식하기도 한다. 물론 정부가 영미권 팝 음악시장 패권을 넘어서는 독보적 기적을 이뤄냈다고 경탄하는 맥락이라기보다 K팝이라는 놀라운 현상이 자력으로 이뤄졌을 리 없다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때 하는 이야기다. 이를 두고 국내 K팝 팬들은 정부가 K팝에 ‘숟가락 얹기’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도 한다. 이 같은 시선의 대립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잼버리대회)와 우여곡절 끝에 8월 11일로 확정된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를 계기로 말이다.
BTS는 이 사태의 정점인 동시에 이 사태를 일으킨 사고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BTS를 거론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국방부에 지원을 호소했다. 현역 군인이니 국방부가 승인할 사안이라는 생각이었다면 민간인인 나머지 멤버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민간인도 군인과 마찬가지로 동원할 수 있는 대상이지만 다만 관할하는 국방부도 없으니 더 쉬운 존재일까.
이 긴급동원으로 급조된 무대에서는 아티스트가 무대에 ‘선다’는 것 외에 어떤 것도 고려되지 않는다. K팝 공연에는 퍼포먼스를 위해 연습하고 콘텐츠를 구성하는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다양한 영역의 기술력과 스태프의 노력이 요구된다. 아티스트와 관객의 안전 역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선의 퍼포먼스가 불가능함에도 이 무대를 만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K팝 향유자들 역시 한없이 얕봤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K팝 퍼포먼스를 어떤 자발성이나 예술성도 없는 기계적 여흥으로 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사고다. 처참한 수준의 문화인식과 K팝 산업에 대한 폄훼가 아닐 수 없다.
잼버리대회는 K팝과 한국의 관계를 어떤 기억으로 남길까. 야영생활을 핵심으로 하는 이 대회와 K팝에 어떤 근본적인 연관성은 사실 없다. 어쩌면 잼버리대회를 바라보는 세계인 중에는 한국을 ‘K팝밖에 보여줄 게 없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K팝 슈퍼라이브의 경과를 지켜본 이들이라면 다른 면모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을 수밖에 없다. K팝의 성공과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그에 맞춰 수정된 이도 있을 법하다.
8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K팝 슈퍼라이브’에 출연이 확정된 뉴진스. [뉴시스]
급하게 투입된 K팝 스타들
폭염과 태풍, 그리고 다 열거하기 어려운 이유들로 잼버리대회가 파행으로 치달으며 이를 수습하기 위한 대책이 속속 등장했다. 자원봉사자, 대학교 학생식당, 축구경기장, 사찰, 홈스테이 등 다양한 분야가 총동원됐다. 그러니 K팝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공연 날짜와 장소가 바뀌며 이미 섭외된 아티스트도 출연이 곤란해진 상황에서 새로 ‘투입’되는 아티스트가 배려받을 여지도 없었다. 정규 음악방송과 일정이 겹치는 와중에 해당 방송이 갑자기 휴방 처리되고, 같은 날짜 다른 지역에서 일정이 있던 아티스트들도 무리하게 소환됐다. 예정된 음악 페스티벌 출연진을 빼가려 한다는 의혹이 등장했고, 급기야 일부 멤버가 군입대한 BTS(방탄소년단)마저 입길에 올랐다.BTS는 이 사태의 정점인 동시에 이 사태를 일으킨 사고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BTS를 거론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국방부에 지원을 호소했다. 현역 군인이니 국방부가 승인할 사안이라는 생각이었다면 민간인인 나머지 멤버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민간인도 군인과 마찬가지로 동원할 수 있는 대상이지만 다만 관할하는 국방부도 없으니 더 쉬운 존재일까.
이 긴급동원으로 급조된 무대에서는 아티스트가 무대에 ‘선다’는 것 외에 어떤 것도 고려되지 않는다. K팝 공연에는 퍼포먼스를 위해 연습하고 콘텐츠를 구성하는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다양한 영역의 기술력과 스태프의 노력이 요구된다. 아티스트와 관객의 안전 역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선의 퍼포먼스가 불가능함에도 이 무대를 만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K팝 향유자들 역시 한없이 얕봤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K팝 퍼포먼스를 어떤 자발성이나 예술성도 없는 기계적 여흥으로 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사고다. 처참한 수준의 문화인식과 K팝 산업에 대한 폄훼가 아닐 수 없다.
잼버리대회는 K팝과 한국의 관계를 어떤 기억으로 남길까. 야영생활을 핵심으로 하는 이 대회와 K팝에 어떤 근본적인 연관성은 사실 없다. 어쩌면 잼버리대회를 바라보는 세계인 중에는 한국을 ‘K팝밖에 보여줄 게 없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K팝 슈퍼라이브의 경과를 지켜본 이들이라면 다른 면모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을 수밖에 없다. K팝의 성공과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그에 맞춰 수정된 이도 있을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