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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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산업, 팬덤 바라보는 문제적 시선 바꿔야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3-07-27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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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을 소비자보다는 잠재적 문제 요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여러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GETTYIMAGES]

    팬을 소비자보다는 잠재적 문제 요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여러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GETTYIMAGES]

    최근 한 신인 아이돌 팬사인회 현장에서 신체 수색을 과도하게 당한 팬들이 있어 논란이 됐다. 소속사는 사과하면서 향후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팬사인회 같은 행사는 아티스트와의 대화를 녹취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나 소형 녹음기 반입이 금지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 원칙을 준수하기 위한 방법과 수위가 부적절했음을 소속사가 인정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사실 바로 이 부분이 K팝 산업이 팬덤을 바라보는 문제적 시선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녹취는 왜 금지 사항일까. 팬 입장에서 팬사인회는 결코 적잖은 비용을 들여 아티스트를 직접 대면하고 대화하는 시간이다. 스마트 기기가 일상화돼 뭐든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는 시대에 소중한 추억을 ‘보존’하려는 욕망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같은 욕망이 공연장에서 촬영을 하게 하기도 한다. 이 경우는 적절치 않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다른 관람객에게 방해가 되고, 저작권을 침해할 만한 행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팬사인회에서 녹취가 같은 층위인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다른 팬에게 방해가 되는지, 혹은 아티스트와의 대화 내용에 저작권을 적용할 수 있는지 말이다.

    팬덤 전체를 통제 대상으로 봐선 안 돼

    이때 가장 큰 반박 근거는 아티스트 보호다. 녹음 내용의 맥락을 자르고 일부만 발췌해 유포했을 때 아티스트의 명예가 떨어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장에 참석한 팬 중 누군가가 악의적 유포 행위를 할 수 있다고 간주하는 모양새가 돼버린다는 데 있다. 이번 논란을 낳은 대처 방식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팬들을 흙탕물로 보고 미꾸라지를 색출하려다가 벌어진 일로 말이다. 팬들이 소비자보다는 잠재적 문제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고나 할까.

    물론 많은 팬이 모이는 곳에는 온갖 팬이 있게 마련이다. 좋아하는 스타를 만났을 때 흥분해 일정 선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업계나 현장 주변에는 가벼운 비매너부터 몰상식한 일탈행위까지 실로 기상천외한 팬들을 본 목격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를 아티스트 측과 팬덤 측이라는 양자 구도로만 이해할 수는 없다. 사실 현장에서 도가 지나친 행동을 한 팬이 소속사로부터 출입 제한 조치를 받는 경우도 있고, 이를 팬들이 적극 환영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문제적 팬은 같은 팬들에게도 피해를 주거나 비판을 받고, 팬들도 이들로부터 아티스트를 보호하고 싶어 한다. ‘문제적 팬’에 대한 ‘해법’을 팬덤 전체를 통제와 단속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서 찾는 건 부적절한 일이다.

    팬들에 대한 현장 처우는 문제 여지가 많다. 매니저의 고압적 태도,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행동 통제, 과도할 만큼 엄격한 신원 확인이나 짐 검사, 경호업체의 난폭한 대응 등 항목도 수없이 많다. 이 중 어떤 것은 주최 측의 어쩔 수 없는 사정이나 소통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팬들이 오래도록 불만을 표시해왔음에도 변화가 별로 없다는 점이 이 문제의 근원이 ‘팬 박대’에 있다는 인상을 더 강화한다. 문제만 일으키고, 귀담아들을 필요 없는 집단으로 여기고 있다는 인상 말이다. 실제로 많은 팬이 느끼는 감정이다. 그것이 오해라면 풀어야 할 일이고, 이는 K팝 산업이 행동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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