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CGV)의 유상증자 결정에 반발하는 개인투자자들이 CGV 주가와 영화 관람료를 비교하고 있다. [CGV 홈페이지, 네이버 증권 캡처]
최근 온라인 주식투자 카페 및 종목토론방에서 CJ CGV(이하 CGV)와 관련해 나온 반응 중 하나다. CGV는 6월 20일 코로나19 사태 기간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약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5700억 원과 CJ의 비상장 자회사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을 전량 현물출자하는 제3자배정 4500억 원이다. 지분가치 희석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에 CGV 주가는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더니 15년 전 주가 수준인 9000원대까지 곤두박질쳤다(그래프 참조). CGV 측은 유상증자를 통해 채무를 상환하고 경영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경영 실패 책임을 투자자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 “투자자 주머니를 털어 빚을 갚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화 관람료 1만→1만4000원
CGV는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번지기 시작한 2020년 이래 만성 적자에 시달렸다. 2019년까지 흑자를 기록하던 실적은 영업시간 제한, 상영관 내 취식 금지, 좌석 띄어 앉기 등 영향으로 2020년 적자로 돌아섰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CGV는 각각 3886억, 2414억, 767억 원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초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분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에는 140억 원 영업손실을 냈다.CGV는 그간 관람료 인상을 통해 적자를 메워왔다. 2020년 10월을 시작으로 세 차례 영화 관람료를 올린 결과 주중 2D 영화 관람료는 기존 1만 원에서 지난해 40% 인상된 1만4000원이 됐다. 주말, 좌석 업그레이드 등 각종 옵션을 더하면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2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이는 2019년 대비 2022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8.2%)의 약 5배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CGV의 관람료 인상 정책은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에도 소비자들로 하여금 영화관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2인 기준 기본으로 4만 원은 들기 때문에 예전처럼 가볍게 영화 보러 가자는 말이 안 나온다”거나 “1만3500원(스탠더드 요금제)이면 넷플릭스의 모든 콘텐츠를 한 달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데 굳이 영화관에 갈 이유가 없다”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CGV를 필두로 한 영화관의 쇠락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영화관 관람객 수 및 관람 빈도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2023년 5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5월 국내 영화관 전체 관객 수는 1175만 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7~2019년 5월 전체 관객 수 평균(1754만 명)의 67%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진위 집계 결과 한국인의 연간 영화 관람 횟수는 2019년 4.37회로 세계 1위였지만 지난해에는 그 절반 수준인 2.19회에 그쳤다. 반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이용률은 2020년 66.3%에서 2021년 69.5%, 2022년 72%로 꾸준히 늘고 있다(방송통신위원회 ‘2022 방송매체 이용형태조사’). 전체 이용자 중 유료결제 비율도 각각 21.7%, 50.1%, 55.9%를 기록했다.
CGV 성장 가능성에도 의구심
이런 상황에서 CGV가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CGV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형국이다. 코로나19 사태 때는 소비자에게 적자 부담을 지우더니 경영 실패 책임마저 투자자에게 떠넘긴다는 것이다.CGV는 9월 주당 7630원에 신주 7470만 주(5700억 원)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설 방침이다. CGV의 시가총액(6월 28일 기준 4625억 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CGV의 발행 주식 총수는 기존 4772만8538주에서 1억2242만8537주로 1.5배가량 늘어난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최근 주가 하락으로 자산가치가 하락한 데 이어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까지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지주사이자 최대주주인 CJ가 CGV에 대한 지분율(48.5%)만큼 신주를 인수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개인투자자의 불만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CJ는 지분율만큼 배정된 2764억 원 규모의 신주 물량 중 600억 원어치만 인수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일반 공모에 넘겼다. CJ 측은 자회사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을 전량 현물출자하는 제3자배정(4500억 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5100억 원을 유상증자에 투입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현금 투입(주주배정 유상증자)에는 소극적이면서 자회사를 통해 지분율만 유지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CGV 불신론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다. 지주사도 CGV 신주를 인수하기를 꺼리는 상황에서 사실상 CGV의 경영 정상화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얘기다. 정보기술(IT)업체인 CJ올리브네트웍스가 CGV와 합쳐진들 어떤 사업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OTT 콘텐츠 품질은 날로 좋아지는데 무슨 수로 상황을 반전시킬지 등 CGV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CJ, 기존에 2800억 원 현금 투입”
CGV는 4DX, 스크린X, 4DX스크린 등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특별관 사업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CGV 홈페이지]
CGV 측은 CJ가 기존에 이미 많은 현금을 투입했으며 이번 유상증자는 그룹 전체의 인프라를 확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CGV 관계자는 “CJ는 코로나19 사태 기간 이미 현금 2800억 원을 CGV에 투입한 바 있다”면서 “이번 유상증자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데이터 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해 CGV가 ‘스마트 시네마’로 거듭난다는 큰 방향성을 지니고 있기에 지주사의 현금 투입액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CGV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기류를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불식하고자 수익모델 다각화에도 지속적으로 힘쓴다는 계획이다. CGV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공간 체험’을 통해 영화관에 와야 할 이유를 발견할 수 있도록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4DX, 스크린X, 4DX스크린 등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특별관 사업 확대는 물론이고, 영화관을 모임 공간(모인츠)이나 골프(디어프로치), 클라이밍(피커스) 등 스포츠 플랫폼으로 개조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수익모델을 발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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