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 기업 ‘오픈 AI’ 홈페이지의 대화형 챗봇 ‘챗(Chat)GPT’ 카테고리(왼쪽)와 대화 예시. 이용자가 “넌 다른 사람 집에 어떻게 쳐들어가”라고 묻자 “타인의 집에 쳐들어가는 불법 행위에 대해 논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답을 내놓았다. [오픈 AI 홈페이지 캡처]
GPT는 오픈 AI가 2018년 공개한 자연어 처리(NLP) 모델이다. 여러 연구자가 협업한 덕인지 매년 빠른 속도로 성능이 높아지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 최신 버전 GPT-3.5가 적용된 챗GPT는 2022년 12월 1일 공개 일주일 만에 글로벌 사용자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IT 전문가들도 호평을 내놓고 있다. 챗GPT의 등장을 두고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최근 “구글은 끝났다(Google is done)”는 도발적 제하 기사로 IT업계의 격변을 예고하기도 했다. 일각의 평가처럼 챗GPT는 지난 20년간 인터넷 역사를 새로 쓴 검색엔진 구글을 뛰어넘을 만한 혁신적 기술일까.
“구글은 끝났다”는 분석까지
챗GPT는 방대한 소스(source)를 참고해 어마어마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덕에 사용자가 어떤 분야에 관해 질문해도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답을 내놓는다. 특히 여러 차례 반복된 문답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대화를 주고받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간 아마존의 AI 스피커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의 대화 인터페이스는 간단한 문답에 그쳤다. 반면 챗GPT는 전문 영역에 관한 질문을 던져도 비교적 정돈된 답을 해준다. 가령 “태양이 사라진다면 지구에 어떤 일이 생길까”라고 물으면 기존 AI 챗봇은 검색엔진을 활용해 단편적이고 때로는 엉뚱한 답을 내놓는다. 반면 챗GPT는 기존 검색엔진에 게시된 정보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태양이 없다면 지구가 입을 피해가 무엇인지 일목요연하게 분석해 설명한다. 사용자가 “회사에서 외톨이가 된 기분이다”라고 말하면 심리 상태에 맞는 극복 방안을 제법 자세하게 제시하기도 한다. 단순 대화뿐 아니라 수학 문제 풀이와 작문, 보도자료 작성, 끝말잇기 등 복잡한 작업도 가능하다.‘좁은 AI’ 탈피해 범용 서비스로
오픈 AI의 인공지능 달리(DALL·E)가 창작한 이미지. [오픈 AI 홈페이지 캡처]
최근 등장한 챗GPT가 당장 구글,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빅테크가 지난 20년 동안 영위한 인터넷 서비스를 위기로 몰아세우진 못할 것이다. 그간 실험실에서만 연구되던 초거대 AI가 최근 화제를 모은 오픈 AI의 챗GPT는 물론, 같은 업체의 이미지 생성 기계학습 모델 달리(DALL·E) 같은 형태로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긴 하다. 챗GPT에 적용된 GPT-3.5와 향후 등장할 GPT-4 또는 새로운 대화 인터페이스는 대중 공개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IT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 검색 등 기존 인터넷 서비스의 대척점에 선 경쟁자가 아닌, 일종의 보완재로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시하는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도 저마다 고품질 대화형 챗봇을 개발하고 나섰다. 구글은 람다(LaMDA), MS는 메가트론(Megatron)이라는 이름의 대화 AI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SK텔레콤 GLM, LG ‘엑사원(EXAONE)’ 등 미래 지향적 대화 AI가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 AI는 기업의 비즈니스 문제를 특정 영역에 국한해 해결하는 ‘좁은(narrow) AI’가 아닌, 일반 사용자의 인터넷 경험을 극적으로 개선하는 범용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기존 IT 서비스와 초거대 AI가 접목되면 단순 음성 명령은 물론, 채팅 같은 방식으로 마치 사람에게 말하듯 편리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