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반려견, 반려묘 외에도 다양한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은 도마뱀 크레스티드 게코. [GettyImages]
개와 고양이가 대세인 반려동물 세계이지만 고슴도치와 도마뱀 등 특수·희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사람도 적잖다. 포털사이트에서 지금 떠올린 동물 앞에 ‘반려’를 붙여 검색하면 ‘반려 돼지’ ‘반려 닭’ ‘반려 친칠라’ ‘반려 뱀’ ‘반려 거미’ ‘반려 라쿤’ 등 다양한 동물을 집에서 가족처럼 키우는 사람들의 블로그가 나온다. 네이버 카페 ‘파사모’(파충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수는 약 18만 명, ‘햄사모’(햄스터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 수는 약 15만 명에 달한다.
KB금융그룹의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가구’는 604만 가구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은 1448만 명으로 한국인 4명 중 1명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2019 인구주택총조사’와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등록정보, 전국 20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등을 기초 자료로 활용해 추정한 수치다.
온도·습도 신경 써야 하는 파충류
국내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 중 가장 많은 건 ‘반려견 가구’(80.7%)다. ‘반려묘 가구’가 25.7%(이상 복수응답)로 그다음이다. 통계도 그렇고 주변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이 많다. 국내 반려견 수는 586만 마리, 반려묘는 211만 마리로 추정된다. 희귀 반려동물이나 특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관련 통계는 따로 없는 실정이다.10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희귀반려동물박람회’는 파충류부터 양서류, 어류, 조류, 포유류, 설치류, 절지류 등 다양한 반려동물을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이곳에서 가장 부스가 많았던 건 도마뱀. 특히 크레스티드 게코의 인기가 높았다.
크레스티드 게코는 도마뱀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종으로 평균 수명은 15년 정도다. 주식이 사료라 다른 반려동물에 비해 비교적 키우기 쉬운 편이다. 색상과 무늬에 따라 입양 비용은 천차만별. 다만 적응 기간이 충분히 필요하기에 입양 초반에는 핸들링을 최대한 자제하는 게 좋다.
공룡과 생김새가 비슷한 이구아나는 적절한 온도와 습도, 크기 등을 모두 갖춘 사육장이 있어야 잘 자라기 때문에 신중하게 입양해야 한다. 이구아나를 키울 거라면 다 자란 개체보단 새끼를 입양하는 편이 좋다. 성체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어하고 새끼보다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견주와 산책하다 야생 뱀에 물린 반려견 관련 기사가 나왔는데, 반려뱀을 키우는 이들도 있다. 반려동물로 키우는 뱀은 공격적이지 않고 독성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육식동물이지만 에그이터인 뱀은 설치류나 도마뱀이 아닌 오직 메추리알 같은 알만 먹는다. 일반 뱀은 냉동 쥐나 곤충 등을 먹는다. 칼슘 흡수 활성화를 위해 UVA/UVB 조명을 사육장에 설치하는 걸 권장한다. 은신처나 온도 조절 기능을 하는 목욕용 물그릇은 뒤집지 못하도록 무거운 재질을 쓰는 게 좋다.
인스타그램에서 ‘슈가글라이더’를 검색하면 ‘슈가글라이더 ◯◯이네’ 같은 계정이 많이 나온다. 슈가글라이더를 키우는 사람들이 동물 사진만 올릴 목적으로 만든 계정으로, 대부분 여러 마리를 함께 키우는 게 특징이다.
슈가글라이더는 외로움을 많이 타고 핸들링을 좋아해 집을 자주 비우는 사람이라면 신중하게 입양해야 한다. [GettyImages]
외로움 많이 타는 슈가글라이더
주머니하늘다람쥣과에 속하는 슈가글라이더는 설치류처럼 보이지만 유대류다. 햄스터 같은 소동물은 기대수명이 2~3년이지만 슈가글라이더는 소동물임에도 수명이 10년 이상으로 긴 편이다. 입양할 때는 핸들링이 가능한지, 그만큼 어린 개체인지 확인하는 게 좋다. 외로움을 잘 타니 최소한 쌍을 이뤄 키우는 게 좋고, 가능하면 매일 핸들링하고 교감해줘야 자라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슈가글라이더를 키우고 싶은 사람은 여행 또는 출장이 잦거나, 집을 자주 비워야 할 상황이라면 입양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과거와 달리 요즘은 아무리 작은 동물이라도, 입양비의 수십 배를 낸다 해도 반려동물이 아프면 치료하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다만 수의사라고 모든 동물 종에 전문성을 갖기는 어려워요. 병원에 관련 의료장비가 없거나 진료 여건이 안 될 수도 있고요.”
취재하면서 만난 한 수의사의 말이다. 반려동물 입양은 한 생명을 집에 들이는 일인 만큼 반려동물을 건강하게 돌볼 수 있는 동물병원이 주위에 있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반려동물과 오랜 시간 행복하게 지내려면 매년 1회 이상은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일반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동물도 있고, 특수동물만 전문으로 진료하는 병원도 있으니 입양을 고려 중이라면 사전에 염두에 둔 병원에 문의해 해당 동물 진료가 가능한지 확인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