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이 8월 초 대만 인근 해역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China.mil]
미사일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치·군사적 무기다. 특히 탄도미사일은 탄두에 어떤 종류의 무기를 탑재하느냐에 따라 적국을 공포에 떨게 만들 수 있다. 실제로 탄두에 생화학, 핵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탑재할 경우 가장 좋은 전략무기가 된다. 군사적으로 열세인 국가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면 적국의 수도나 주요 도시 및 군사시설 등을 쉽게 공격할 수 있다. 더욱이 탄도미사일이 요격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면 적국 미사일방어(MD) 체제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도 있다.
낸시 펠로시 대만 방문에 반발, 연일 군사훈련
8월 2일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차이잉원 트위터]
중국은 그동안 대만을 침공할 때 타국이 대만을 돕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반(反)접근·지역 거부(Anti-Access/Area Denial·A2/AD)’ 전략에 따라 미 해군 핵 항모 전단을 막는 데 요긴한 첨단무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중국은 제3차 대만해협 위기 때인 1995년 7월부터 1996년 3월까지 8개월에 걸쳐 대만 앞바다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전쟁 위기감을 극도로 고조했다가 미국이 2개 항모 전단을 대만 인근에 집결시키는 초강경 대응에 나서자 무력시위를 슬그머니 중단한 바 있다.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의 스이 대변인은 “동부전구 로켓부대가 대만 동부 해역의 여러 지역에 여러 형태의 재래식 탄도미사일을 집중 타격했고, 미사일은 전부 목표물을 명중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이 대변인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의 목적은 정밀 타격과 지역 거부 능력을 점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해상에 다오롄(島鍊·Island Chain)이라는 가상의 선을 설정하고 미군 항모 전단이 자국 연안은 물론, 동·남중국해에 진입하는 것을 막고자 지금까지 A2/AD 전략을 추진해왔다. 제1다오롄은 일본 열도-난세이 제도-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으로 이어지며, 중국 연안에서 1000㎞ 떨어져 있다. 제2다오롄은 중국 연안에서 2000㎞ 거리인 오가사와라 제도-이오지마 제도-마리아나 제도-괌-팔라우 제도-할마헤라 섬으로 이어진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전략 목표는 제1다오롄을 내해화(內海化)하고, 제2다오롄의 제해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탄도미사일 일부 대만 도시 위로 날아가
중국군이 8월 초 대만 인근 해역에 다연장 로켓포를 발사하고 있다. [중국군 동부전구 웨이보]
중국 정부는 또 대만을 겨냥해 사거리 600~1000㎞인 DF-15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DF-15는 90kt급 전술 핵탄두 1기 탑재가 가능해 대만을 핵 공격할 수 있다. 중국은 8월 1일 인민해방군 창건 기념일인 건군절을 맞아 CCTV를 통해 DF-17 발사 장면을 처음 공개했다. DF-17은 2019년 건국 70주년 국경절 열병식에서 첫선을 보였지만 그동안 발사 훈련과 실전 배치 여부가 베일에 가려 있었다. DF-17에 장착된 HGV는 DF-21D나 DF-26은 물론, DF-41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도 장착이 가능해 중국군의 미사일 공격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이번 훈련은 대만 통일 작전 예행연습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의 영자 자매지 ‘글로벌 타임스’는 “이번 훈련은 통일 작전 리허설”이라며 “중국군이 대만을 완전히 봉쇄하면서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절대적 통제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은 이번 훈련을 대만 주요 항구와 군사기지들을 타격하고 미군 항모 전단이 진입할 길목을 사실상 봉쇄한다는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했다. 중국의 이번 훈련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대만을 지원하는 외부 세력(미국과 일본)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 둘째는 대만 정부와 국민의 독립 의지를 무력으로 저지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것이다. 중국군이 훈련 해역 6곳에 대만 동부 해역을 포함한 것은 대만 침공 시 미군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의도다. 게다가 중국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중 5발이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쪽에 떨어진 것은 일본의 개입도 경고한 셈이다. 중국군은 또 탄도미사일 일부를 사상 처음으로 대만 북부에 자리한 수도 타이베이, 중부의 제3도시 타이중, 남부의 제2도시 가오슝 상공을 날아가게 했다. 이는 대만 국민에게 공포를 주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일종의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다
국제사회에 ‘하나의 중국’ 원칙 분명히 보여줘
중국이 2019년 국경절 열병식에서 DF-17 극초음속 미사일을 처음 선보이고 있다. [China.mil]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인근 지역에 설정한 군사훈련 현황. [글로벌 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