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애니메이션 ‘아기상어 올리와 윌리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상어 가수 샤키엘 역할을 맡은 씨엘. [사진 제공 · 더핑크퐁컴퍼니]
카디 비는 노골적인 성적 내용을 과격하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가수다. 그가 자신의 히트곡 ‘WAP’를 두 살배기 딸에게 듣지 못하게 하는 모습이 인터넷에 노출되면서 잠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스트리퍼 엄마라고 아이 앞에서 종일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신의 곡은 어린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카디 비가 아동용 콘텐츠 ‘아기상어’ 시리즈에 출연한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작중 샤키엘은 소심한 윌리엄을 다정하게 격려하면서 그저 무대에서 자신만의 느낌대로 춤추고 즐기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기분 좋게 웃으며 상어들과 춤추는 씨엘
씨엘 버전도 재미있다. 매서운 래핑과 살벌한 퍼포먼스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그가 ‘해초 스웩’ 뮤직비디오에서는 어떤 인터뷰나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것보다도 상냥한 목소리로 윌리엄을 소개한다. 지난해 10월 위엄 넘치는 정규 앨범 ‘ALPHA(알파)’ 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씨엘에게 팬들이 기대하는 바에 비하면 퍼포먼스가 조금 느긋할지도 모르겠다. 이는 평소보다 건조하고 납작하게 연출된 목소리와 관련 있다. 음반이 아닌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기에 영상과 조화를 고려한 흔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씨엘은 기분 좋고 친근한 웃음을 지으며 상어들과 함께 춤춘다. 그 자체로 반가운 광경이기도 하다. 또한 “씨엘이 아기상어에 출연해 ‘해초 스웩’이라는 제목으로 노래한다”는 문장만으로도 얼떨하게 다가오는 생경함을 유쾌하게 잘 담아냈다.얼마 전 놀이터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어린이들을 봤다. 한 명이 술래에게 “들키면 총 맞아 죽는다”고 규칙을 설명했다. 명백히 지난해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영향이다. 잔혹성으로 가득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이 작품이 어린이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고 제법 논란도 된 바 있다. 또한 작중 특정 의상 등이 패러디라는 면죄부 하에서 아동 대상으로 대거 소비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각심이 높지 않았다면 이는 유년기 놀이를 소재로 했기에 보호자들에게 착시나 과몰입을 일으킨 결과일 개연성도 있어 보인다.
샤키엘이 아동 콘텐츠에 대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성인과 아동의 콘텐츠가 반드시 상호 격리된 세계일 필요는 없고, 그 접점 또한 특정 인물이나 작품은 배제하는 검열주의만으로 이뤄지기도 어렵다. 이미 ‘오징어 게임’이 격리와 선별에 대대적으로 실패하지 않았던가. 중요한 것은 결국 내용과 태도다. 생산자든, 소비자든 성인과 아동 각각에게 적확한 맥락이 있음을 의식하고, 거기에 맞추려 하는 데서 출발하면 좋겠다. 씨엘의 ‘해초 스웩’은 그 모범은 아닐지 몰라도 한 예로서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