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영화 ‘탑건’ 후속작 ‘탑건: 매버릭’이 6월 22일 한국 관객을 찾는다. [네이버영화]
영대 ㅋㅋㅋ 왜요?
현모 ‘탑건: 매버릭’ 보고 왔어요.
영대 아직 개봉 전인데, 시사회 다녀오셨나 보네요.
현모 네. 전 ‘탑건’이 개봉했을 당시 너무 어렸을 때라, 딱히 ‘탑건’에 대한 추억이나 향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사운드트랙만 즐겨 듣고 좋아하던 사람인데, 이번 속편을 보면서 막 감동적이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영대 ㅎㅎㅎ 내용이 슬퍼요?? 설마 죽진 않죠?
현모 줄거리는 단순해서 영화 속 서사나 스토리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배우들 때문에요. 전 이번 속편을 보려고 일부러 36년 전에 나온 전편을 봤는데, 주인공들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과 동시에 변하지 않은 모습이 느껴지더라고요. 그 상반된 두 느낌 자체가 리얼리티이자 감동이었어요.
영대 세월이 주는 효과가 컸군요.
현모 한스 치머가 음악을 담당했는데, 역시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쫙쫙 끌어올리면서 교회 종소리 같은 게 중간 중간 울려 퍼질 때마다 머리와 가슴이 띵~~하게 울리는 거 같았어요. 게다가 양쪽 벽면까지 5개 면을 사용하는 상영관에서 봤더니 화면도 입체적이라 내가 막 하늘을 나는 것 같고 진짜 좋더라고요.
영대 저도 사실 ‘탑건’ 오리지널 편에 대한 특별한 감상이 없는 터라, 별로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이야기 듣고 보니 꼭 봐야겠네요.
현모 그나저나 영화관에서 다시 음식 섭취가 가능해진 덕에 팝콘 세 통을 탈탈 털어 먹었네요. 내가 왜 그랬을까.;;; 그동안 극장에서 못 먹은 팝콘에 한이 맺혔나 봐요.
영대 ㅎㅎㅎ 요즘 어딜 가나 그런 부분이 있는 듯해요. 3년간 코로나19로 못 한 것들에 대한 보상심리가 여기저기서 폭발한다고 해야 하나.
현모 맞아요. 얼마 전 면허증 재발급 때문에 운전면허시험장에 갔더니 방학을 앞두고 영문운전면허증이나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려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영대 국제선 노선도 정상화되고 입국자 격리도 없어졌으니 난리죠, 난리.
현모 제가 다니는 미용실이 웨딩 헤어·메이크업으로 유명한 곳인데, 요즘 한창 결혼 시즌이라 주말에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리더라고요. 제가 오죽하면 농담으로, 신랑·신부가 서로 뒤바뀌겠다고 했겠어요. 손님들이 화장할 때 다 똑같은 가운을 입고 있거든요. ㅋㅋㅋㅋ
영대 ㅎㅎㅎ 그동안 방역수칙 때문에 결혼식 날짜를 못 잡고 미루던 분들이 죄다 우르르 몰리나 보군요.
현모 제가 물어봤더니 세상에, 예년에는 성수기 때 하루에 15쌍가량 받았다는데, 요새는 하루에 많을 때는 40쌍씩 받는데요! 정신이 하도 없어서 신랑들끼리 옷을 바꿔 입은 적도 있고, 웨딩카를 실컷 장식 달아 꾸며놓고는 열쇠를 발레파킹 부스에 맡긴 걸 깜빡해 부랴부랴 미용실 원장님 차를 타고 식장으로 이동한 경우도 있다네요.
영대 와, 억눌린 수요가 그 정도였다니.
현모 참, 얼마 전에는 큰 규모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는데, 특이하게 ‘초밥’이 메뉴로 나와 손님들이 술도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더라고요.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어요. 한때는 조문객을 받지 못했고, 조문하더라도 밥은 먹지 않거나 마스크를 절대 벗지 않던 때도 있었으니까요.
영대 그러네요. 어찌 보면 경조사야말로 어떤 지역이나 시대의 문화적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바로미터 같은 거니까요.
현모 그러고 보면 코로나19라는 게 베를린장벽 무너지듯 어느 날 한순간 “만세!” 하며 끝난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스멀스멀 스며들듯이 일상이 회복된 거 같아요. 물론 아직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이젠 속옷처럼 익숙해진 부분이고요.
영대 앞으로 팬데믹이 계속 올 거라고 하니 아이들 키우는 아빠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안하지만, 어느새 아티스트들도 해외 투어를 재개하고 많은 게 정상화된 거 같긴 해요.
방탄소년단이 6월 10일 데뷔 이후 9년의 역사를 담은 앨범 ‘Proof’를 발매했다. 사진은 올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제64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방탄소년단. [뉴스1]
영대 ‘Proof’ 말씀이시죠? 당연히 들어봤죠. ㅋㅋㅋㅋ
현모 사실 이번에 새로 수록된 곡들도 물론 좋지만, 일단 제목부터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9년간의 여정을 집대성하면서 군더더기 없이 ‘증거’라고 이름 붙인 거잖아요. 마치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얼마나 아름다운 발자취를 남겼는지, 입 아프게 말할 필요 없이, 자, 여기 있어” 하며 건네는 것처럼요.
영대 그런 셈이죠. 전 타이틀 곡 ‘Yet To Come’도 굉장히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그동안의 챕터를 살포시 마감함과 동시에 다음 챕터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담은 제목이잖아요.
현모 맞아요! 지금까지 누구보다 충분히 찬란하고 화려했음에도 그건 챕터1에 불과했을 뿐, 정작 최고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메시지. 세상 멋있지 않나요? 과거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전진해가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이기도 하고, 팬들에게는 용기와 위안을 주기도 하고요. 이런 미래지향적인 선언을 세계 최정상 보이그룹의 입으로 직접 하니까 통하는 거죠.
영대 이런 얘기 좀 웃기지만, 제가 노래 제목에 대한 정확한 배경 설명을 듣기 전 한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저 나름 해석을 전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RM도 똑같이 밝혔더라고요. 요새 점점 느끼는 건데, 누군가를 반드시 물리적으로 자주 만나고 접촉하지 않아도 그 사람에 대해 오래 생각하고 보고 듣고 읽다 보면 상대와 나의 뇌가 ‘싱크로’되는 일이 참 많은 거 같아요. 그야말로 우리의 ‘싱크로니시티’처럼요!
현모 당연하죠. 전 특히 누군가의 저서를 읽을 때 그래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이라 할지라도,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그 어떤 커피타임이나 브런치타임보다도 그 사람과 가까워진 기분이 들죠.
영대 제가 RM을 예로 들긴 했지만, 며칠 전 015B 장호일 님을 만났을 때도 처음이었는데 오래된 친구와 수다 떠는 것처럼 대화가 척척 잘 통하더라고요. 그동안 서로 대면한 적만 없을 뿐, 꽤 긴 시간 동안 제가 그의 음악과 가치, 철학을 지켜봐왔기 때문인 거 같아요. 그 또한 저의 글이나 활동을 멀리서 접해왔기 때문일 테고요.
현모 음…. 그럼 일주일에 한 번씩 매주 빼먹지 않고 장시간에 걸쳐 온갖 분야에 대해 통화하는 저랑은 어떻겠어요.
영대 ㅋㅋㅋㅋㅋ 현모 님이랑은 이어서 무슨 얘기를 할지 빈칸으로 구멍을 뻥뻥 뚫어놔도 제가 다 알아서 채울 수 있을 정도죠.
현모 ㅋㅋㅋ 저도요. 영대 님이 바쁘시면 그냥 제가 영대 님 대역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영대 님 몫까지 제가 다 혼자 적으라고 해도 적을 수 있을 듯. ㅋㅋㅋㅋ
영대 지금 그렇게 하고 계시잖아요. 현모 님 지금 혼자 떠드시는 거 아니에요?
현모 네??? 영대 님 안 계세요???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