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A 기관단총으로 훈련하고 있는 육군특수전사령부 대원. [뉴스1]
특수작전에 안 맞는 K1A
이번 사업은 특전사가 40년째 쓰고 있는 낙후 기관단총 K1A를 대체할 신형 기관단총을 도입하는 것이다. 보통 ‘기관단총(Submachine Gun)’ 하면 권총탄을 완전 자동 사격이 가능하게 만든 총기를 지칭한다. 권총탄이 아닌, 5.56㎜ 소총탄을 사용하는 K1A는 ‘기관단총’보다 소총 길이를 줄인 ‘카빈(Carbine)’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다만 한국은 6·25전쟁 때부터 ‘M3 그리스건(Grease Gun)’ 기관단총을 사용하다 이를 K1A로 대체하면서 기관단총이라고 부른 것이 굳어졌다. 1976년 특전사가 M3를 대체할 무기 개발을 국방과학연구소에 의뢰하면서 K1A 역사가 시작됐다. 화력과 사거리 강화를 위해 소총탄 사용이 요구됐다. 특전사의 임무 특성을 고려해 일반 소총보다 가볍고 높은 휴대성도 핵심 조건이었다. 이렇게 개발된 K1은 한 차례 개량을 거쳐 1982년부터 K1A라는 명칭으로 특전사는 물론, 전군에 보급됐다.그러나 당시 총기 개발 경험이 많지 않던 한국이 자체 개발한 K1A는 특수작전에 걸맞지 않았다. 우선 K1A는 기존 M16A1과 탄약 호환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미 구형 탄약으로 밀려난 M193 소총탄을 채택했다. 신형탄 SS109 소총탄을 사용하는 동급 총기보다 사거리와 명중률 모두 열세였다. K1A는 일반 돌격소총 작동 방식인 가스직동식을 채용했다. 노리쇠 노출부에 별도의 먼지 덮개를 설치하지 않아 오염에 취약했다. 철사형 개머리판은 효과적으로 반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파손되기 일쑤였다. 해안 침투 작전 시 총기 내부에 물이 들어가면 약실이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특전사를 비롯한 특수부대는 일찌감치 신형 총기를 요구했다. 해안 침투가 기본 임무인 해군 특수전전단은 아예 자체 예산으로 해외 신형 총기를 구입해 사용했다. 특전사도 707특임대 등 일부 부대에 한해 외국산 신형 총기를 구매했다. 그동안 HK416, SCAR-L 등 고성능 총기가 일부 도입됐지만 수량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부대 차원에서 이뤄진 소량 구매였기 때문이다.
일선에서 낙후된 K1A를 교체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육군 수뇌부와 국방부 내에서도 도입한 지 40여 년이 돼가는 K1A를 대체할 신형 총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 결과 ‘차기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구매사업’이 시작됐다. 일반 돌격소총보다 휴대성과 신뢰성이 높으면서 다양한 부가장비 장착이 가능한 신형 기관단총을 개발하는 것이 뼈대. 특수작전부대에 우선 보급하고 비용과 효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반 부대 K1A도 순차적으로 대체한다는 구상이었다. 이 사업에서는 기존 K1A·K2를 납품한 SNT모티브와 고성능 총기를 해외 업체와 협업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한 다산기공이 격돌했다. SNT모티브는 STC-16을, 다산기공은 DSAR-15PC를 각각 제안했다.
‘배다른 형제’ STC-16과 DSAR-15PC
서로 다른 업체가 제작한 모델이지만 두 총기는 사실상 배다른 형제다.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수많은 메이커가 제작한 AR-15 계열 가스피스톤 방식 설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K1A가 채용한 가스직동식은 발사 가스가 가스관을 타고 노리쇠에 직접 전달되는 형태다. 약실·가스관에 물이나 오염물질이 들어갈 경우 내부 폭발 우려가 있고 부품 수명도 상대적으로 짧다. 반면 가스피스톤 방식은 발사 가스가 피스톤을 밀고 이 피스톤이 노리쇠를 움직인다. 세계 최정상급 특수부대로 평가되는 미 해군 네이비씰 ‘데브그루(DEVGRU)’가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할 때 쓴 HK416이 해당 방식을 채택했다. SIG516, CAR816 등도 동일한 구조다.
지난해 6월 DSAR-15PC를 내세운 다산기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다산기공과 방위사업청은 DSAR-15PC 완성도를 높여 2024년부터 1만6300정을 특전사에 우선 납품하고, 장기적으로 16만 정에 달하는 기존 K1A를 DSAR-15PC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군사기밀 유출 논란이 터지면서 모든 것이 중단됐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기에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계약 해지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 행위는 차치하더라도, 사업 자체가 중단되면서 특전사의 노후 총기 대체가 또 수년 이상 밀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1700여 정 규모의 외국산 총기를 긴급 도입하고, 특수전용 기관단총 사업을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무기체계 도입 프로세스가 대단히 느린 한국군의 특성상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K1A는 최초 배치 후 반세기가 되는 2030년대에도 일선에 남을 것이다. 몇몇 부대에서는 노후 K1A를 대대적으로 개조해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K1A의 가장 큰 문제점인 개머리판을 M4, HK416 등 같은 AR 계열에 쓰는 사제 개머리판으로 바꿔 달거나 노후 총열을 신형 소총탄에 맞춰 교체하는 식이다.
호박에 줄만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것은 아니듯, 아무리 대대적으로 개조해도 K1A는 K1A다. 일선 부대 차원의 개조로는 고칠 수 없는 부작용이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장전 손잡이가 오른쪽에만 있어 양손 장전 불가능 △신형 개머리판을 장착해도 총기 구조상 노리쇠와 일직선상에 개머리판 설치가 불가능해 반동 제어에 어려움 △총기 하부 리시버에 고정 장착돼 떼어낼 수 없는 멜빵 고리로 인한 휴대성 문제 △가스직동식 구조와 별도 노리쇠 덮개 부재로 오염 취약성과 폭발 위험성 상존 등이 대표적이다.
특수전용 화기체계 세계 수준으로
특수부대는 일반 부대보다 훨씬 정밀하고 우수한 무기를 보유해야 한다. 소수 인원으로 적 전략시설 타격과 요인 제거, 후방 교란 등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일반 부대보다 더 가혹한 작전 환경에 노출되는 특수부대의 총기 성능과 신뢰성은 부대원의 생명과 직결된다. 북한 비대칭 전력의 위협이 날로 높아지는 한국 안보 상황에서 특수부대의 가치와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들에게 40년 넘은 낙후 총기를 쥐어주고 적지에 들어가라는 것은 임무 성패와 관계없이 ‘자살명령’과 다름없다.우리 군은 이미 대안을 갖고 있다. DSAR-15PC에 석패한 STC-16이라는 모델이 존재한다. 해당 모델 역시 시험평가 과정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성능과 신뢰성이 충분히 입증됐다. 무엇보다 지난 수십 년간 군에 총기를 납품해 탄탄한 생산 인프라를 가진 제작업체가 기존 설비로 빠르게 납품할 수 있다. 당장 급한 특수작전용 기관단총은 즉시 납품이 가능한 제품으로 서둘러 조달해야 한다. 당초 예정된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2형 사업은 미국 등 선진국 최신 동향에 발맞춰 6.8㎜ 신형탄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군 규모에 비해 낙후된 특수전용 화기체계를 세계 평균 이상으로 맞춰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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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T모티브가 개발한 신형 기관단총 STC-16 (오른쪽에서 첫 번째). [사진 제공 · SN모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