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 임박, 개인용 컴퓨터(PC) D램 가격 하락 우려 등의 영향으로 코스피가 급락했다. 8월 19일 코스피는 3100 선이 무너져 3097을 찍었다. 3거래일 만인 8월 24일 3100을 회복해 3100 선을 횡보 중이다.
‘동학개미의 스승’ ‘변화의 사냥꾼’으로 불리는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전무는 “8월에 조정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 올해 내내 횡보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며 “우량주 주가가 고점 대비 30~40% 떨어진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조언한다.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도 “영리한 투자자는 모두가 팔고 있는 약세장에서 매수해 모두가 사고 있는 강세장에서 매도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약세장에서 어떤 종목을 매수해야 할까. 8월 24일 여의도 체슬리투자자문 사무실에서 박 전무를 만나 이번 조정에서 ‘성투’하는 포트폴리오를 알아봤다.
‘계륵장’에 이어 최근 조정장까지 올 한 해 수익 내기가 참 힘들다.
“1월부터 본격적으로 횡보 조정이 시작됐다. 1월 둘째 주 코스피가 3266을 기록한 뒤 8월까지 7개월 동안 3150을 중심으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최근 조정이 시작됐다기보다 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횡보 조정은 왜 일어났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가 유행하던 2003년 3월 코스피가 512를 기록했다. 이때 미 연준이 금리를 1%까지 왕창 내리고 유동성 장이 왔다. 코스피가 6~8개월 만에 500에서 80%까지 쭉 올랐지만 경기는 좋지 않았다. 그다음 2004년 1년간 코스피가 왔다 갔다 하는 횡보장이 펼쳐졌다. 중국의 긴축 이슈로 코스피가 20% 확 빠지는 가격 조정이 지난 후 2005년 코스피가 53% 올라갔다. 본격적인 실적장이 왔기 때문이다. 지금 그때와 같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8월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전무는 “우량주 주가가 고점 대비 30~40% 떨어진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조정? 다음 랠리 위한 과정
과거보다 증시가 빨리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전에는 투자자들이 실적을 확인하면서 매수하다 보니 주가가 경제에 맞춰 올라갔다. 지금은 과거에는 2년 걸렸을 것이 1년 정도로 압축돼 시장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역성장했다. 올해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데, 주가는 올해 초 3266을 기록할 정도로 너무 빨리 올랐다. 최근 조정은 이제야 따라오는 실적을 기다리는 조정이다. 이런 조정 후 주가가 상승하기 전에는 ‘휩소’(whipsaw: 톱니바퀴라는 뜻으로 주가가 톱니바퀴처럼 오르내리는 것) 현상이 나타난다. 최근 조정이 휩소 현상으로 보인다. 휩소 현상은 길게는 10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조정장이 두렵다는 투자자가 많다.
“항상 주가는 공포감을 일으키며 튀어 오른다. 지난해 미국 대선 직전인 10월 나스닥은 하루 최고 3%씩 빠지기도 했다. 그 당시 공포감에 손절매한 투자자가 많다. 하지만 그 뒤 급상승했다. 최근 조정도 다음 랠리를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외국인 매도 폭탄으로 공포감이 더 크다.
“올해 외국인 매도가 50조 원 이상 나왔다. 최근 코로나 델타 변이로 전 세계 경기민감 업종이 다 꺾였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서비스업체, 크루즈, 카지노 모두 꺾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4차 팬데믹 우려로 경기에 민감한 업종과 나라의 비중을 줄인 것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증시가 급락한 지난해 3월에도 매도 주체는 기관보다 외국인이었다. 보통 외국인이 매도하면 주가가 올라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지난해부터 외국인이 엄청 팔았음에도 코스피는 3300이 됐다.”
우량주 매수 기회 왔다
델타 변이로 인한 경기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보나.“그렇지 않다.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와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보면 관중이 90~100% 찬다. 이 두 나라는 세계 소비의 70%가량을 차지하는데 소비경기가 거의 회복세인 것으로 보인다.”
약세장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 상황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이 아주 싸게 샀다. 지난해 매도한 외국인들은 ‘스투피드’(stupid: 어리석은)라고 생각한다. 그 외국인들이 때린 물량을 다 받아낸 개인투자자는 ‘스마트머니’(smart money: 장세 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는 자금)다. 올해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8만5000원 이하에 많이 샀다. 이 경우도 스마트머니다. 어차피 반도체 사이클로 보면 삼성전자는 1~2년 안에 10만 원을 돌파할 것이기 때문이다. 10만 원을 돌파하면 7만~8만 원대에 매수한 투자자는 인플레이션을 헤지(hedge: 위험분산)하고 그사이 삼성전자 배당금도 받을 수 있다. 현명한 투자다.”
반면 약세장이 되면서 현금화를 고민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코스피가 3060을 찍으면서 국내 우량주 중 고점 대비 30~40% 빠진 주식들이 막 생기고 있다. 이때 매수해야 하는데, 현금화하면 엇박자 매매를 하는 셈이다. 지금은 매수 타이밍이다. 단, 신용, 레버리지, 스톡론(stock loan)은 관리하길 바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섹터 전망은?
“어떤 종목이든 비즈니스 속성을 잘 알고 매매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휴대전화, 가전이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철저히 메모리에 국한된 기업이라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에 의해 메모리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SK하이닉스가 최근 12년 동안 9번 오르고 3번밖에 안 빠졌다는 점이다. 근데 그 3번 빠진 시점이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이익을 내거나 서프라이즈 실적을 냈을 때다. 선반영으로 주가가 올랐다 떨어진 것이다. 15만5000원대였던 SK하이닉스 주가가 최근 11만 원까지 떨어졌을 때 외국 증권사에서 ‘4분기에 반도체 피크아웃이 있을 수 있다’는 리포트가 나왔다. 하지만 이미 시장은 이 이슈가 선반영돼 11만 원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뒷북치는 애널리스트의 하향가 조정 리포트였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4분기 반도체 주가 전망은?
“주가는 더 안 내릴 것이다. 2018년에서 2019년으로 넘어갈 때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87%까지 급감하며 2019년 1분기, 2분기도 쇼크가 닥쳤지만 주가는 안 떨어지고 올라갔다. 주가는 2018년 하반기에 선반영됐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재 SK하이닉스 주가는 10만 원 전후다. 매수하기 좋은 기회다.”
만약 여기에서 더 하락하면?
“8만 원대까지 빠져도 상관없다. 주가는 내려가는 폭이 깊을수록 가파르게 올라올 것이다. 지금 SK하이닉스를 보유하고 있다면 6개월~1년가량 묻어두고 있으면 된다.”
상투 잡은 경우라면?
“혹시 15만 원에 매수했다면 추매해야 한다(웃음). 하나도 안 무서울 때 15만 원에 샀더니 손실이 났다. 지금은 무서울 것이다. 그 공포감만큼 수익이 된다고 생각해라. SK하이닉스처럼 훌륭한 기업의 주가가 10만 원대라면 적극적으로 매수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바겐헌팅 종목은 반도체·자동차·콘택트株
지금 ‘바겐헌팅’ 가능한 섹터가 있을까.“반도체 섹터, 그중에서도 SK하이닉스가 고점 대비 가장 많이 빠졌다. 최근 자동차업계도 고점 대비 30~35% 빠진 종목이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만도 등이다. 이 기업들의 펀더멘털(Fundamental: 기본 경제지표)이 6개월 사이 나빠졌을까. 아니다. 점점 더 강해진 것으로 본다. 애플카 거품이 없어진 것이다. 현재 현대차 PBR(Price Book Value Ratio: 주가순자산비율로,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가 0.76 정도까지 빠졌다. 순자산가치 대비 25%나 저렴한 것이다.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다른 주주들보다 25% 할인된 가격으로 취득할 수 있는 기회다.”
조정장에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기업은 성장기업, 사이클기업, 쇠퇴기업으로 나눌 수 있다. 성장기업과 반도체, 화학, 철강, 조선 같은 사이클기업을 담아야 한다. 사이클기업은 턴라운드할 때 매수해 사이클이 꺾이기 전 팔고 나와야 한다.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이유는 하향 추세에 있는 쇠퇴기업을 정확하게 단기 저점에 사 정확하게 단기 고점에 팔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매매는 김연아 선수의 트리플악셀을 아마추어가 시도하는 것과 같다.”
성장기업은 몇% 정도 구성해야 하나.
“앞으로 3개월간 금융 시스템이 망가지는 조정은 없다. 더불어 지난해 경기침체를 겪었는데, 내년에 또 경기침체를 겪지는 않을 것이다. 유동성이 많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증세 같은 돌발 변수에 의하거나 수급상 조정이 있을 수 있다. 단, 테이퍼링은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는 실적을 단단하게 내는 성장주를 담는 것이 맞다. 그리고 1~2년 후 100~200% 수익이 날 콘택트 기업 주식도 담아야 한다. 성장주 50%, 콘택트 기업 10~20%를 지금부터 담아두길 바란다.”
아직 팬데믹 상황인데 콘택트 기업 주식을 매수해야 하나.
“개인투자자는 가격이 올라갈 때 선뜻 사지 못하기 때문이다. 2만 원이던 주식이 2만6000원만 돼도 못 산다. 결국 그 기업 주가가 6만 원까지 가는데 말이다. 미국 콘택트 서비스 기업을 비롯해 국내여행, 오프라인 서비스 기업의 주식을 지금부터 약간씩 담아놓아라. 포트폴리오의 10~20%가량 사두면 올라갈 때 더 살 수 있다. 콘택트 기업도 바겐헌팅 리스트에 올려라.”
성장주에 메타버스도 포함되는가.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갈 때 실적 장은 위험하다. 성장주는 꿈만 가진 성장주가 있고 지금 실적이 나오는 성장주가 있다. 실적 장의 중반, 후반으로 갈수록 실적이 안 나오는 성장주는 변동성이 큰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네이버처럼 본업이 탄탄한 가운데 제페토 같은 메타버스 비즈니스를 만드는 기업은 괜찮다. 반면, 실적은 없으면서 꿈만 이야기하는 기업은 조심해야 한다. 재무제표에 아직 흑자 전환을 못 한 기업은 살 필요가 있을까 싶다.”
소비재 트렌드 홈쇼핑에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전망과 함께 임의소비재가 주목받고 있다.“2013~2014년 테이퍼링 이슈로 증시가 안 좋았는데 이때 주가가 치솟은 기업들이 있다. 중국에서 인기를 끈 오리온 초코파이, 중국 요우커들의 인기템 설화수의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날아갔다. 2012년에서 2013년으로 넘어갈 때도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조정장이었는데, 당시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주가가 상승했다. 이런 것들이 임의소비재다.”
‘성투’ 가능성이 높은 임의소비재 종목을 어떻게 선별하나.
“홈쇼핑을 잘 봐야 한다(웃음). 나는 주말 아침마다 홈쇼핑 채널을 다 본다. 온 가족이 모여 있는 주말 오전에는 가장 많이 팔린 인기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2013년에는 하유미 팩이 인기를 끌면서 마스크팩 기업 주가가 날아갔다. 한때 종근당 락토핏도 1년 내내 온갖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했다. 이때 종근당홀딩스 주가가 시장과 상관없이 엄청 올라갔다. 내년, 내후년에 어떤 제품이 인기를 끌지 궁금하다면 홈쇼핑에 답이 있다. 1등 소비재의 트렌드는 최소 1년 반 정도는 간다.”
홈쇼핑에서 인기 있는 기업이라도 주식을 매수할 때 확인해야 할 점은?
“우선 매수할 때 바닥에서 사려는 욕심을 무조건 버려야 한다. 주식은 무릎에서 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종근당 락토핏이 인기를 끌어 종근당홀딩스 주가를 확인해보니 ‘52주 신고가’라 치자. 52주 신고가가 나려면 대부분 바닥 대비 100% 올랐을 때다. 하지만 1만 원이던 주가가 2만 원 올랐다고 매수하지 않으면 금세 8만 원까지 간다. 이때 재무제표 분기 실적 중 영업이익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지난 분기에 흑자였다 이번 분기에 영업이익이 확 상승했다면 주가도 당연히 올라갔을 것이다. 경기소비재는 소비자인 투자자가 가치를 판단할 수 있어 투자하기에 좋다.”
조정장이 펼쳐지니 아이의 주식 계좌를 이참에 개설할까 고려하는 부모도 많다. 아이의 주식 계좌는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YG, JYP, SM, 하이브 등 엔터테인먼트 주부터 시작해 아이들이 많이 먹는 식음료 주식을 1주씩 사준다. 그다음 수익을 위해 콘택트 기업과 성장주를 7 대 3, 8 대 2 비율로 구성하길 권한다. 콘택트 기업 중 보잉 같은 항공, 크루즈, 카지노 등이 현재 주가가 많이 내린 상태다. 크루즈는 경기민감도가 거의 최고다. 경기가 되살아나면 주가가 엄청 올라간다. 이런 경기민감도가 높은 기업은 주가 변동이 커 주가가 내릴 때면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묵혀두는 아이들 주식 계좌는 매수해두면 되니 변동성을 견딜 수 있다. 부모 계좌는 지금 당장 잘나가는 성장기업 70%+콘택트 기업 30%로, 아이 계좌는 반대로 콘택트 기업 70%+성장기업 30%로 구성하는 것이 현명하다.”
※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전무가 알려주는 ‘성투’ 포트폴리오 구성 노하우는 매거진동아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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