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 [뉴스1]
‘생계형 트럭’으로 불리는 적재량 1~1.5t 소형트럭이 중고차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자동차 포터2, 기아 봉고3가 대표적 차종이다. 조리 설비를 탑재해 푸드트럭으로 개조하거나 화물 운송용으로 적재함을 추가 제작하는 등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사업 ‘밑천’이다. 서울 시내 한 중고차 매장 딜러 A씨는 “최근 포터나 봉고 같은 소형트럭을 찾는 50, 60대 손님이 크게 늘었다. 실직이나 은퇴 후 창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실직 · 은퇴 50, 60대가 많이 찾아”
온라인 중고차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1~5월 매물로 나온 포터2가 판매되는 데 걸린 기간은 지난해 동기(36.7일) 대비 10.9일 감소한 25.8일이었다. 봉고3도 중고차시장에 나온 지 30.4일 만에 팔려 지난해 같은 때(37.4일)보다 평균 판매 소요일이 6.9일 줄었다. 소형트럭이 중고차시장에 매물로 나오면 이내 팔려 ‘회전율’이 높아진 것이다.
중고 소형트럭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경기로 소규모 창업에 나선 서민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자동차시장에서 소형트럭 판매량 증가는 불경기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생계형 자영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소매업, 운송업의 업종 필수품이 소형트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도 “음식점 폐업·개업이 늘면 간판 제작업이 호황이듯, 영세 사업자 창업이 증가하면 중고 트럭 거래가 활발해진다. 비대면 물류 서비스 등 트럭을 활용한 업종이 반짝 호황이지만 급증한 영세 사업자를 시장이 모두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비(非)임금 근로자 중 고용원 없이 홀로 일하는 자영업자는 약 408만8000명으로 지난해 동기(405만 8000명) 대비 3만 명 늘었다.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해 직원을 두지 않는 영세 사업자가 늘어난 것이다.
“중고차 가격 더 오를 것”
현대자동차 포터2(왼쪽)와, 기아 봉고3 등 소형트럭이 중고차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기아]
이에 대해 김필수 교수는 “미국의 경우 신차 가격이 7%가량 상승한 가운데 중고차 가격은 약 15% 올랐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반도체 수급난이 단기간 내 타개되긴 어려울 것이다. 당분간 중고차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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