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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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밈 주식 타고 수익률 85.3%! 달나라로~ [한여진의 투자 다이어리]

63일 만에 익절… “그때 살걸, 그때 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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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1-06-1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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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개미들 사이에서 밈 주식 광풍이 풀고 있다. [GETTYIMAGES]

    전 세계 개미들 사이에서 밈 주식 광풍이 풀고 있다. [GETTYIMAGES]

    드디어 ‘달나라’로 갔다. 4월 6일부터 매수한 마이크로비전(MVIS)을 몇 번의 물타기 끝에 6월 7일 마침내 ‘익절’(매수 주식을 수익이 난 상태에서 매도하는 것)한 것이다. 수익률 85.3%. 63일 만이다. 평단가는 12.22달러, 매도 평균가는 22.68달러다(그래프1 참조). 장중 신고가 28달러를 기록하며 수익률 116.34%를 찍은 4월 28일 욕심으로 수익 실현에 실패한 뒤 40일간 인고의 시간을 보낸 결과다.

    그즈음 마이크로비전이 ‘밈’ 주식이라는 뉴스가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마이크로비전이 밈 주식이라고? AR(증강현실)와 MR(혼합현실) 디스플레이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아 투자했건만 게임스톱, AMC엔터테인먼트(AMC)와 같은 밈 주식이라니.

    그리스어로 모방을 뜻하는 ‘미메시스(mimesis)’와 ‘유전자(gene)’의 합성어인 ‘밈(meme)’은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언급한 단어다. 밈은 일반적으로 인터넷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문화적 현상이나 콘텐츠를 일컫는다. 최근 주식시장을 휩쓸고 있는 밈 주식은 트위터나 미국 주식투자 커뮤니티 ‘레딧’ 등에서 유행하는 종목을 뜻한다. 대장주로는 게임스톱과 AMC, 블랙베리가 있다. 밈 주식이 화제인 이유는 똘똘 뭉친 투자자들이 그들 표현대로 주가를 ‘달나라’로 보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비전 여유롭게 추매

    올해 초 생애 첫 주식투자를 시작할 때 ‘한 달에 수익률 1%만 올리자’는 마음으로 계좌를 개설했다. 그 마음을 듬뿍 담아 초우량주 삼성전자(005930)를 첫 매수 종목으로 선택했다. 투자 시작과 동시에 녹아내린 수익률은 공모주 청약, 급등주 매수 등 거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쉽사리 만회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게임스톱 같은 이른바 ‘바카라 종목’에 투자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수익이 복구되고 여윳돈이 생기면 존슨앤드존슨이나 코카콜라 같은 고배당주에 편하게 투자할 계획이었다. 그러던 중 마이크로비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LTR)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진심으로 두 종목 모두 전도유망해 보였다. 1%만 하락해도 전전긍긍하게 되는 여느 종목들과 달리 이 두 종목은 주가가 빠지면 “기회가 왔군” 하며 여유롭게 ‘추매’했다.

    5월 말 무렵 레딧에서 AMC를 달나라로 보낼 정황이 보였지만, 매수 버튼 앞에서 머뭇거렸다. 그런데 웬걸, 다음 거래일인 5월 31일부터 상승 시그널이 보이더니 6월 2일에는 95.22% 폭등하며 62.55달러까지 치솟는 게 아닌가(그래프2 참조). 6월 1일부터 10일까지 8거래일 동안 한국 투자자들이 AMC를 매수한 결제 규모는 9억310만 달러(약 1조93억 원)로 미국 주식투자 1위를 차지했다고 하니, 진짜 전 세계 투자자가 뭉쳐 AMC를 달나라로 보낸 것이다. 올해 초 2달러에 거래되던 AMC 주가는 1월 말 게임스톱 사태 때 20달러까지 거의 1000% 올랐다가 3월부터 10달러 안팎에서 움직였다. 5월 말부터 다시 급등세를 타기 시작해 6월 2일 신고가 62.55달러를 기록했다. 그러곤 6월 15일 59.0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제2의 게임스톱 ‘AMC’ 기웃기웃

    AMC를 5월 28일 종가 26.12달러에 매수했다면 6월 15일 종가 기준 수익률은 226%이다. 나는 왜 AMC 앞에서 머뭇거렸을까. 마이크로비전이나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에 비해 미래가 밝지 않다고 판단했고, 하루에 30~90%까지 넘나드는 변동성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는 나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어차피 마이크로비전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도 밈 주식 아닌가. 마이크로비전으로 85%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고 내심 뿌듯해한 게 불과 일주일 전인데 말이다. 신기하게도 주식은 망해도, 흥해도 자책감이 든다. “그때 살걸, 그때 팔걸!” 하면서 말이다.

    그나저나 투자자들은 왜 밈 주식에 열광할까.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주식투자와 코인투자로 짭짤하게 수익을 본 이들이 박스권에 갇힌 주식시장에 만족하지 못해서는 아닐까. 누구는 코인으로 대박 나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이 됐다 하고, 누구는 주식으로 집을 샀다는데 나만 일확천금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에 너도나도 밈 주식에 뛰어드는 것일 수도 있다. 의도치 않게 ‘돈맛’을 좀 보니 밈 주식의 유혹을 쉽사리 떨칠 수가 없다. 마이너스 수익에서만 벗어나면 두 다리 편히 뻗고 잘 것 같았던 날들이 불과 며칠 전인데, 매일 밤 마이크로비전 주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달콤함 뒤에 숨은 쓴맛이 내 몫이 아니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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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한여진 기자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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