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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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다 하는 ETF,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거지?

“인덱스펀드의 안정성, 저렴한 수수료 … 안 하면 손해”

  • 투생 월급쟁이 재테크 연구 카페 슈퍼루키 cafe.naver.com/onepieceholicplus

    입력2021-06-1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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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한 투자를 원한다면 수수료가 저렴한 ETF(상장지수펀드)를 추천한다. [GETTYIMAGES]

    안전한 투자를 원한다면 수수료가 저렴한 ETF(상장지수펀드)를 추천한다. [GETTYIMAGES]

    재테크로 투자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경제상식이 있어야 하니 경제신문 읽기는 필수다. 그러나 나는 신문과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TV 드라마만큼 재미있지도 않은 신문을 매일 읽는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은퇴가 더는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한 은퇴 자금은 자신의 연봉에 20을 곱한 금액이라고 하는데, 나 나름 재테크를 한다 해도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 불안감이 커졌다. 이제 주먹구구식 재테크는 안 되겠다 싶어 꾸준히 공부하기로 결심하고, 2017년 12월 ‘월급쟁이 재테크 연구’ 카페에 가입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습관을 들인 것이 바로 경제신문 매일 읽기였다.

    신문을 자주 읽다 보니 ETF(상장지수펀드) 관련 기사도 자연스레 많이 접하게 됐다. 그럼에도 ETF가 뭔지 정확히 알지 못했기에 선뜻 투자에 나서지는 않았다. 10년 넘게 펀드와 ‘국민 재테크’로 불리는 지수형 ELS(주가연계증권)로 연 5~10% 수익을 올리며 간접투자를 하고 있었다. 굳이 정체도 모르는 ETF를 시작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정도만 알았지, 과연 얼마나 싼지도 잘 몰랐다. 그러던 중 “ETF를 적립식 펀드처럼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으라”는 한 증권사 광고를 보게 됐다. 펀드는 오래 했으니 괜찮겠다고 생각해 매달 30만 원씩 중권사로 자동이체하는 방식으로 적립식 ETF를 시작했다.

    ETF 책 3번 읽고 겨우 이해

    그동안 투자해온 ETF 상품의 수익률. 펀드처럼 적립하다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매도하고 다시 시작한다. [투생 제공]

    그동안 투자해온 ETF 상품의 수익률. 펀드처럼 적립하다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매도하고 다시 시작한다. [투생 제공]

    수익은 신통치 않았다. 바로 ‘수수료’가 범인이었다. 증권사가 분기마다 e메일로 보내준 투자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보니, 수익은 났지만 증권사가 또박또박 떼어가는 수수료가 꽤 많았다. 그걸 다 제하니까 수익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수수료가 꽤 비싼 펀드도 수익률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실망이 컸다. 결국 ETF를 시작하고 2년이 안 돼 적립금 500만 원, 순수익 5만 원으로 내 첫 번째 ETF 투자가 재미없게 끝났다.



    사실 ETF의 최고 장점은 저렴한 수수료다. 그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나는 한참 뒤에야 알았다. ETF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남들의 말만 믿고 따라 한 결과였다. 증권사에 호구 노릇만 했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이 경험을 통해 아무리 좋은 투자라도 내가 잘 모르면 소용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2018년, 드디어 ETF를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ETF가 도대체 왜 좋은지,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책 한 권을 샀다. 책을 펼쳐든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수학은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픈데 기하평균, 저베타, 모멘텀 투자, 괴리율 등등 온통 낯설고 어려운 용어와 그래프가 끊임없이 나왔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한글로 적힌 책이었는데 외계인이 쓴 것처럼 읽어도 읽어도 어렵기만 했다.

    책의 저자는 ETF를 아주 상세히 설명하려고 전문용어와 많은 그래프를 넣은 것 같았다. 하지만 수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문과 출신 ETF 생초보에게는 실전 ETF 책이 버겁기만 했다. 그래도 ‘반복이 실력의 어머니’라 했던가. 400쪽 가까이 되는 책을 3번 정도 읽으니 살짝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책으로 기본 지식을 습득했으니 다음은 투자를 실행할 차례. 400개 넘는 우리나라 ETF 중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고민하다 미국이 러시아 석유기업을 제재해 러시아 증시가 급락했다는 신문 기사를 보게 됐다. KINDEX 러시아 ETF를 책에 나온 방법대로 200만 원을 3번에 나눠 분할 매수했고, 2달 정도 지나니 수익이 8%나 났다. 수익률도 수익률이지만, 나 스스로 ETF에 투자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더 좋았다.

    두 번째 투자는 국내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 ETF로 골랐다. 매달 10만 원씩 적립식 펀드와 같은 방법으로 사 모았다. 1년가량 되니 7% 수익이 발생했다. 연습 삼아 한 번에 하나씩 다른 ETF를 몇 개 더 샀다. 계속하다 보니 어느덧 ETF 투자의 패턴을 익힐 수 잇었다.

    ETF는 한마디로 펀드를 주식처럼 한 주씩 사고팔 수 있게 만든 투자상품이다. 우리말로 ‘상장지수펀드’가 정식 명칭이긴 하나, 흔히 영어 이니셜인 ETF(Exchange Traded Fund)로 부른다. 많은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지만 투자 수익률을 갉아먹는 가장 큰 방해물은 비싼 수수료다.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은 “수익률을 갉아먹는 고수수료 펀드를 피하고 수수료가 저렴한 인덱스펀드 위주로 투자하라”고 자주 조언했다.

    ETF는 저비용 인덱스펀드가 모체로 펀드를 주식처럼 편리하게 실시간 매매할 수 있어 환금성이 좋고, 상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수수료가 인덱스펀드의 2분의 1 또는 3분의 1, 심지어 5분의 1 정도까지 저렴하다. 게다가 국내주식형 ETF의 매매 차익은 비과세다. 이렇게 투자자에게 유리하도록 주식과 펀드의 여러 장점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투자상품인 ETF는 ‘현대 금융시장의 꽃’이라 할 수 있다.

    ‘투자 민주화’에 기여한 ETF

    나의 고질병인 ‘귀차니즘’ 때문에 다소 늦게 시작하긴 했지만, ETF 투자를 계기로 내 재테크도 한 단계 진일보했다. 10여 년 동안 예금 대신 연 5~10%의 중수익 ELS, 적금 대신 적립식 펀드 위주로 종잣돈을 굴렸다. 하지만 요즘 ELS 투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시중금리가 더 낮아져 이제는 제로금리에 가깝다. 그 결과 비교적 안정적인 지수형 ELS 이자쿠폰은 더 낮아져 연 4%대가 대부분이고, 이자소득세 15.4%를 제하면 실제 순수익은 1%가량 더 떨어진다. 펀드나 ETF처럼 아무 때나 환매할 수 없는 고위험 폐쇄형 상품이라는 것도 단점이다. 뒤늦게라도 ETF를 시작하고 여러 번 소액으로 연습 투자를 한 덕분에 이제 나는 변동성이 적어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ETF 투자의 참맛을 알게 됐다.

    미국에만 3000개 이상의 ETF가 있고 국내 ETF도 400개가 넘는다. 이렇게 많은 ETF 중 어떤 것을, 어느 정도의 돈으로, 어떻게, 언제 투자해야 할지는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사람들이 투자를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다. 또 두려움은 무지에서 비롯된다. 경험은 최고의 스승이다. ETF 기본부터 공부해보자. 단 몇만 원으로 세계 최고 우량 기업에 ETF로 꾸준히 투자해보길 추천한다.

    자고로 투자 고수들은 “모르는 곳에 돈을 넣지 말고 비싼 수수료는 피하라”고 조언한다. ETF는 평범한 사람도 전문가 못지않게 투자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 많은 이가 ‘투자 민주화’에 기여한 저비용 ETF를 통해 현명한 투자자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포털에서 ‘투벤저스’를 검색해 포스트를 팔로잉하시면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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