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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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수익성 하락? 모건스탠리가 틀렸다

공장 건설·투자 확대가 적자 요인… 자동차社와 합작법인 줄줄이 설립 중

  • 김동훈 비즈니스워치 기자

    입력2021-06-1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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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1’에서 K배터리 업계가 최신 배터리 기술과 미래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왼쪽부터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부스. [뉴시스, 뉴스1]

    6월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1’에서 K배터리 업계가 최신 배터리 기술과 미래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왼쪽부터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부스. [뉴시스, 뉴스1]

    5월 말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CS)가 잇따라 내놓은 보고서에 한국 배터리사들이 발칵 뒤집혔다. 모건스탠리가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경쟁 과열을 지적하며 삼성SDI의 목표주가를 기존 57만 원에서 55만 원으로 하향 조정한 것.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나, 새로운 사업자들이 뛰어들면서 업체 간 매출 및 점유율 경쟁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수익성이 점점 떨어지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크레디트스위스는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 LG화학의 목표가를 130만 원에서 68만 원으로 크게 낮췄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을 앞두고 있어 LG화학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배터리 안전성 문제도 함께 거론했다. 배터리 화재 사고 여파로 올해부터 2023년까지 이익 수준을 보수적으로 추정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앞서 폭스바겐과 테슬라 등 글로벌 전기차 회사들이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선언한 점도 장기적 악재로 거론된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K-배터리’에 위기가 온 것일까.

    “유망 시장 투자 확대는 당연”

    일부는 틀린 말이 아니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배터리 전문 리서치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LG의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3.5%로 세계 2위다. 중국 CATL이 24.0%로 1위. 점유율 격차는 0.5%p에 불과하다. 중국 BYD 6.7%, 삼성SDI 5.8%, SK이노베이션(이하 SK) 5.4%로 뒤를 잇고 있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 기업들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시장을 제외하면 LG가 점유율 33.1%로 세계 1위이지만, CATL의 성장성은 괄목할 수준이다. CATL의 중국 외 시장 점유율은 2019년 0.4%에서 지난해 6.5%로 급성장했다.

    한국 배터리사들은 연간 흑자 달성을 하지 못했다. 또한 당분간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당당하게 얘기한다. 해외 공장을 곳곳에 건설하면서 조 단위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경쟁 과열로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안전성도 마찬가지다. LG와 삼성SDI가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배경을 보면 그렇다. 삼성SDI는 BMW·포드 등 전기차 화재 사건으로 충당금을 설정했고, LG는 현대차 ‘코나’ 화재와 관련해 지난해 말 5550억 원의 리콜 비용을 회계에 반영했다. 최근에는 ESS(에너지저장장치)와 관련해 자발적 교체에 나서면서 4000억 원을 지출하기로 했다.

    단, 외국 증권사의 분석은 시각을 달리하면 전혀 다른 설명으로 바뀐다. 우선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을 부정하긴 어렵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850만 대였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25년 2200만 대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 배터리 3사의 대규모 투자는 현재는 적자 요인이지만 미래엔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은 여전히 초기 단계로 성장 여지가 많다”며 “유망한 시장에서 투자를 확대하면 긍정적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양한 사업자가 시장 성장성을 보고 뛰어들어도 결국은 품질과 양산 능력, 안전성 등 다양한 부문에서 노하우를 쌓은 국내 기업들이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은 맞지만, 산업을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만 볼 수는 없다”며 “결국 실력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 배터리 기업들과 잇따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만 봐도 K-배터리의 실력이 증명됐다는 얘기다.

    한국 배터리 사업자가 완성차 회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투자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공급처도 마련할 수 있어서다. LG는 4월 미국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제2합작공장 건설에 나섰다. 양사는 여기에만 2조7000억 원을 투자한다. 기존 합작공장까지 더하면 전기차 10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2025년 420만 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SK도 미국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에스케이’를 설립하기로 했다. 양사는 6조 원을 투자한 공장에서 전기차 60만 대를 생산하는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폭스바겐·테슬라 배터리 생산 당장 힘들어”

    삼성SDI는 6월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전영현 대표가 “(미국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협업 계획이 나오진 않았다. 이에 대해 업계는 삼성SDI가 생산하는 배터리 유형이 각형과 원통형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한다. 각형과 원통형은 형태가 정해져 있어 삼성SDI가 독자 생산한 뒤 해외 고객사에 납품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LG와 SK의 주력인 파우치형은 전기차별로 다양한 형태로 탑재할 수 있어 생산 초기부터 완성차 업체와 협력이 필요하다.

    LG는 조만간 현대차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동남아시장을 공략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합작법인 설립은 시간 문제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SK와 삼성SDI도 유럽시장을 겨냥해 헝가리 공장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K는 올해 3분기 헝가리 제3공장 착공에 나서 2028년까지 2조6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국수출입은행에서 5억 달러(약 5570억 원)를 차입해 헝가리 제2공장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삼성SDI도 올해 초 헝가리 공장 증설에 9421억 원을 추가 투자했다.

    폭스바겐, 테슬라의 배터리 생산 계획도 당장은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LG만 해도 2000년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나서 2009년 시제품 양산까지 10년 가까이 걸렸다. 완성차 업체들도 당분간 배터리 업체와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완성차 업체가 혼자 안전성 부분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SK는 5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자동차 업체들이 직접 개발보다 역량 있는 배터리 업체와 협력을 우선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며 “협력 제안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현실이 됐다. 그로부터 며칠 뒤 SK는 “포드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증권가는 배터리 사업의 미래를 여전히 밝게 본다. 미래에셋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가 10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CATL 시가총액이 165조 원 수준이고 LG의 업계 위상,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성 등을 고려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밖에서는 쉬워 보여도 배터리는 단기간에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라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을 따라가기도 바쁜 상황인데, 외국 증권사들이 무슨 의도로 이런 리포트를 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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