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서당 교육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훈장님들. [사진 제공 · 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
사건이 벌어진 곳은 지리산 삼신봉 동쪽 기슭 청학동 도인촌(道人村)으로부터 5~6㎞ 떨어진 마을에 자리한 기숙형 교육시설이다. 이 서당은 전통 서당이 집중하는 인성·예절교육보다 교과 중심의 프로그램에 무게를 두고 있었으며, 의관(衣冠)을 정제하거나 유학(儒學)·사서삼경을 전공한 훈장이 상주하지도 않았다. 간판은 ‘서당’이라고 달았지만 ‘기숙학원’에 가까운 곳이었다. 사건이 터지자 화살은 전통 서당 전반으로 향했다.
인성·예절교육 집중 ‘전통 서당’ 매력
한재우 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 사무총장은 “전통 서당은 개인의 인문학적 소양과 함께 인격체로서 인성 함양, 사회 구성원으로서 관계 맺음을 배울 수 있는 전인적 교육의 장”이라며 “일반 기숙 학원이나 교육시설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는 전통 서당 교육의 우수성을 더 많은 이가 알 수 있도록 문화재청에 무형문화재 등재 신청을 한 상태다.“인성·예절교육은 물론이고 고전(古典)의 지혜를 찾아가는 전통 서당 교육은 입문 과정부터 연수 기간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지난(至難)한 과정의 연속입니다. 입문자가 거의 없고, 또 ‘돈이 되지 않는 일’이다 보니 현존하는 전통 서당들도 대체로 영세합니다. 그럼에도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유일하게 우리만 전통 교육방식을 이어가고 있는 건 전통 서당 훈장이 대부분 어려서부터 일찍 세업(世業)으로 대물림하며 익힌 철학적 사유와 자부심 덕분이죠.”
‘훈장님’ 하면 두루마기 차림에 갓 쓰고 수염을 길게 기른 채 어려운 책을 계속 읽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 이미지가 떠오른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교육이 확산하면서 이 같은 훈장의 일상도 달라졌다. 한 사무총장은 “요즘 훈장들이 ‘줌(Zoom)’을 공부하고 영상 촬영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다”며 “예절 및 행동규범 같은 현장 중심의 교육은 기존 방식대로 진행하는 한편,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서당 교육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당’ 간판만 단 ‘가짜 서당’이 많은 상황에서 제대로 교육하는 전통 서당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한 사무총장은 “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 홈페이지 조직도를 보면 오랜 전통의 서당을 확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서당 교육은 입시 경쟁 위주의 학교 교육에 대한 보완재가 될 수 있을까. 전통 서당 교육의 근본 가치는 ‘앎이 삶으로 이어질 때 참교육이 된다’이다. 한 사무총장은 “최근 일련의 사건이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전통 서당에 관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러려면 ‘서당 인증제’ 같은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