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경전투기 FA-50. [사진 제공 · 한국항공우주산업]
저렴하고 강력한 M-346FA
M-346FA는 ‘T-50 시리즈는 고성능, M-346은 보급형 기종’이라는 선입관을 완전히 깨버렸다. M-346FA에 탑재된 그리포-346(Grifo-346) 다기능 레이더는 지상 표적을 정밀 탐지해 추적하는 합성개구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 일명 SAR 모드를 지원한다. 110㎞ 넘는 거리에서 표적 10개를 동시에 추적하는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M-346FA는 JDAM 계열 위성확인시스템(GPS) 유도폭탄과 ‘페이브웨이’ 레이저 유도폭탄 시리즈는 물론, 사거리 25㎞의 IRIS-T 공대공미사일, 사거리 100㎞ 이상인 신형 마르테(Marte) 공대함미사일도 운용할 수 있다.더 놀라운 것은 M-346FA 기체를 개발하고 각종 무장을 통합하는 연구 과정에서 이탈리아 정부의 예산 지원이 단 한 푼도 없었다는 점이다. 당초 YAK-130 설계를 들여와 M-346을 개발한 주체도 이탈리아 정부가 아닌 레오나르도의 자회사 알레니아 아에르마키다. M-346을 전투기 사양으로 개조해 다양한 무장을 추가하는 것도 온전히 알레니아 아에르마키의 몫이다. 민간업체로서 사업 전 과정에 사운을 걸고 달려든 결과 M-346은 세계 고등훈련기, 경전투기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한국 실정은 어떨까. 2001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T-50은 동급 최고 사양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기본형 T-50은 물론, 경전투기 버전 FA-50도 수출시장에서 외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매자들이 주목할 만한 개량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T-50 시리즈는 한국 공군 소요를 충족하고자 정부 주도로 개발됐다. ‘물주’인 정부가 개량을 원하지 않고 제작사 KAI도 추가로 투자할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
레오나르도는 M-346 판촉 전략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사양에 맞춰 장비를 적극 개조하고 있다. 기본형은 자회사가 만든 그리포 시리즈 레이더를 탑재하지만, 소비자 요청이 있으면 그리펜 전투기에 탑재하는 고성능 빅센(Vixen) AESA(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도 장착해준다. 제작사가 M-346 설계·개발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 FA-50은 어떤가. 레이더를 개량하고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운용 능력을 부여할지 10년째 논의만 계속하고 있다. 300억 원가량을 들이면 AIM-120 암람(AMRAAM)을 장착해 공중전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지만 누구도 비용을 댈 생각을 못 한다. 한국 공군은 보조 전력으로 사용할 FA-50이 너무 강력해지면 차후 고성능 전투기 도입 사업에 걸림돌이 되리라 보고 예산 배정에 소극적인 듯하다. KAI는 거금을 투자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官은 甲, 기업은 乙 벗어나야
한화디펜스 AS-21 보병전투장갑차는 해외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다. [사진 제공 · 한화디펜스]
일례로 한화디펜스는 한국군 소요와는 거리가 먼 AS-21 보병전투장갑차, K21-105 경전차 등 다양한 신제품을 자체 비용으로 개발해 수출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얼핏 도박 같았지만 사활을 걸고 개발한 제품으로 해외시장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AS-21은 12조 원 규모의 호주 장갑차 도입 사업 최종 후보에 올라 선정이 유력시된다.
한국 방위산업은 기업 스스로 먹을거리를 찾아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기업이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서 탄생한 무기체계가 우리 군을 더 강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