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3세대 화룽 원자로 기술을 적용해 완공한 푸칭 원전 5호기. [China Daily]
CNNC는 1월 30일 중국 동남부 푸젠성 푸칭시에서 화룽 1호 기술을 적용한 푸칭 원전 5호기의 상업 가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발전 용량이 1080㎿에 달하는 푸칭 원전 5호기는 2015년 5월 건설을 시작해 5년여 만에 완공됐다. CNNC는 푸칭 원전 5호기의 가동으로 매년 100억kWh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816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계획이다.
시진핑 주석 ‘2060년 탄소중립의 해’ 선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CCTV]
전인대가 승인한 보고서를 보면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현재 50GW인 원자력 설비 용량을 40% 늘린 70GW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 원전 20기를 새로 건설해야 한다. 중국핵에너지업계협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중국 핵에너지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제14차 5개년 계획을 비롯해 앞으로 추진할 중장기 계획에서 매년 원전 6~8기를 새로 건설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해마다 최대 1600억 위안(약 27조4600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모든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안전 문제를 철저히 점검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중국 원전산업은 상당 기간 암흑기를 거쳐야 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제13차 5개년(2016~2020) 계획에서 2020년까지 원자력 설비 용량 목표치를 58GW로 정했으나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중국 원자력 설비 용량은 49.9GW로, 2019년(48.5GW) 대비 1.4GW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 정부는 2014년 기존 원전들과 모든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 점검을 마친 후 원전 건설을 재개했다. 특히 중국은 프랑스와 미국 등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자체적으로 3세대 원자로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 현재 중국에서 운영 중인 원전은 48기, 건설 중인 원전은 12기, 건설 계획을 확정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원전은 40기에 달한다. 건설 중인 원전은 대부분 푸칭 원전 5호기처럼 화룽 1호 같은 3세대 원자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석탄 화력발전 비중 56.8%
중국이 독자 개발한 3세대 원자로 궈화 1호 기술을 적용한 원자력발전소 조감도. [SPIC]
또 세계 최초로 건설된 고온 가스냉각 원자로를 이용한 원전 2기도 지난해 11월 시험운행을 마치고 조만간 정식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표적인 차세대 원전인 고온 가스냉각 원자로는 냉각재로 기존 원전이 쓰는 물 대신 헬륨 가스를 사용해 효율이 높다. 중국은 나아가 기술적으로 어려운 해상 원전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CNNC 자회사 중국핵동력연구설계원(NPI)은 산둥성 앞바다에 부유식 해상 원전을 연내 착공할 계획이다. 부유식 해상 원전은 원자로를 바다에 띄워놓고 가동하는 설비다. 육상 원전에 비해 출력은 10%로 적지만, 부지 확보 문제가 없고 이동이 자유롭다는 게 장점이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원전 건설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친환경 탄소중립 정책의 최대 걸림돌인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로서는 원전이 탄소 배출을 하지 않으면서도 전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내연기관 자동차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전기차·수소차 중심의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지금보다 막대한 양의 전력 생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태양광과 풍력으로는 이를 충당할 수 없다. 석탄화력발전은 또 미세먼지 배출 등 환경에도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말 기준 에너지 소비에서 석탄 비중이 56.8%나 된다. 반면 원자력 비중은 4.6%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 발전개혁위원회 산하 에너지연구소의 장커쥔 연구원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체 전력에서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28%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서 우려 목소리 나와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원전을 주요 수출 품목으로 육성해 세계 원전시장을 장악하려는 야심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 원전 사업을 수주하고 관련 장비도 판매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선 중국이 건설한 원전 4기가 가동되고 있고, 터키 등에도 원전 10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은 또한 37개국과 원자력 협력 협정을 체결하는가 하면,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가에 차관까지 제공해 자국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왕더중 상하이교통대 교수는 “중국 자체 기술로 개발한 원전을 국내에서 가동한다는 점이 향후 원전 수출에 상당한 플러스 효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중국은 2030년이면 원전 분야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1위 미국은 현재 원전 94기를 가동하고 있으며 2기를 건설 중이다. 세계 2위 프랑스는 가동 중인 원전이 58기다. 세계 3위 중국은 계획대로 원전을 건설할 경우 2년 내 프랑스를 제치고, 10년 후에는 미국마저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물론 국제사회에선 안전 문제를 이유로 중국의 원전 확대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IAEA가 중국의 관리·감독이 양호하다고 평가했다”며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더욱 주목할 점은 중국 정부가 원전에서 나온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플루토늄을 대거 추출해 핵무기 제조에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후이 장 미국 하버드대 벨퍼과학국제문제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런 위험성을 지적하며 “플루토늄 군사 전용에 관한 국제사회의 시선을 완화하려면 중국이 2016년 이전처럼 민생용 플루토늄 보유량을 적시에 즉각적으로 보고하는 것을 포함해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에 대한 IAEA 사찰에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현재 보유한 200여 개 핵탄두를 앞으로 10년 내 대폭 증강할 계획이라, 원전 확대에 따라 대량으로 나오는 플루토늄을 무기급으로 만들어 군사적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 중국 입장에서 일석삼조를 노리는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원전 확대 정책은 한때 세계 최고 기술을 가졌던 한국 원전산업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枯死)하고 있는 것과 뚜렷하게 비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