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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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First Kiss!

문샤인, 스리섬, 19크라임스…오늘은 술크로니시티

  •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입력2021-04-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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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잔을 기울인 뒤 나눈 와인 이야기. [GettyImages]

    술잔을 기울인 뒤 나눈 와인 이야기. [GettyImages]

    영대 어제 마신 술 진짜 맛있었어요. 친구분에게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현모 ㅎㅎ 애플파이 문샤인 말씀이시죠? 친구가 집에서 취미로 담금주를 만들더라고요. 신기하게시리. 

    영대 문샤인은 밀주 역사가 있으니 뭔가 집에서 담가야 제맛! 

    현모
    그죠. 밤에 몰래 달빛 아래서 담근 술이라는 뜻이니까요. 

    영대 근데 문샤인이 원래부터 술을 가리키는 건 아니었대요. 뭐든지 비밀리에 하는 것, 혹은 실재하지 않는 환상의 것을 뜻하는 단어였다고. 

    현모 그게 금주법 시대를 지나면서 밀주라는 뜻으로 변해 쓰이게 된 거군요. 



    영대 그런 셈이죠. 남자들이 좋아하는 마피아나 갱 영화, 혹은 게임에도 문샤인 관련 에피소드는 빠지지 않아요. 

    현모
    어제 영대 님이 병나발 불듯 손에 들고 온 프리모 바치오 모스카토(Primo Bacio Moscato)도 맛있었어요! 이탈리아어로 ‘First Kiss’! 

    영대 푸핫. 다른 뜻은 없고, 현모 님이 워낙 달달한 걸 좋아하니까 모스카토도 좋아하실 거 같았어요. 커피도 맨날 바닐라라테만 마시고…. 

    현모 캬~, 역시 섬세하세요. 

    영대 사실 와인 이름이 재미난 게 많아요. 캘리포니아 와인 중에 메나쥬 아 트로이스 Me´nage a` trois)라는 제품도 있는데, 무슨 뜻인지 아세요? 

    현모 저 ‘불알못’이에요. 불어는 못해요. 

    영대 …. 어감이. 

    현모 푸하하하하하하하. 아, 말해놓고 저도 뿜었네요. 

    영대 이것도 뜻이 좀 야릇한데, 영어로 번역하면 스리섬(threesome). 미국에 있을 때 친한 친구가 자주 사 오던 와인이라 매번 이름을 보며 웃곤 했죠. 

    현모 셋이 나눠 먹기 딱 좋다는 뜻인가 보네요. 제가 자주 마신 것 중에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좋아하는 파 니엔테(Far Niente)라는 화이트 와인이 있거든요. 이건 ‘Do nothing’이라는 뜻이에요. 와인 이름으로 딱이죠? 이탈리아어를 배우니까 와인 마시기가 재밌더라고요 

    영대
    아, 그 와인 알아요. 아마 나파 밸리산일 거예요.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박해윤 기자]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박해윤 기자]

    현모 아…. 나파 밸리 하니까 갑자기 며칠 전 넷플릭스에서 본 ‘Stay Here(돈 버는 리모델링)’라는 프로그램이 생각나네요. 와인 산지로 유명한 파소 로블레스(Paso Robles)가 나오더라고요. ㅠㅠ 

    영대 드라마는 잘 안 보시는데 그런 건 참 많이 보시는 듯. ㅎ 

    현모 맞아요. ㅋ 이름 특이한 것 중에 혹시 19크라임스(19 Crimes)도 들어보셨어요? 호주 와인인데. 

    영대 아뇨, 몰라요. 근데 무슨 죄가 19개나 된데요? 

    현모 예전에 영국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호주로 쫓겨난 사람이 많았잖아요. 그때 강제로 추방돼온 범법자들의 죄목 19가지를 의미하는 거래요. 

    영대 지금 찾아보니 진짜 추방당한 사람들 얼굴이 근엄하게 라벨에 그려져 있네요. 약간 현상범 같기도 하고. 

    현모 그 라벨에 비밀이 숨겨져 있어요! 큐알(QR)코드 리더를 갖다 대면 범죄자들이 입을 움직이면서 직접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거~! 아마 AR(증강현실) 기술을 라벨에 적용한 첫 와인 브랜드일 거예요. 

    영대 헉! 여기서 스눕 독(Snoop Dogg)이랑 컬래버한 로제 와인도 나왔네요~! 이야, 스눕 독 목소리까지 나오네. 

    현모 오오. 근데 더 웃긴 건 그 19개 중 말도 안 되는 범죄가 있는 거 알세요? ‘Impersonating an Egyptian.’ ㅎㅎ 

    영대 이집트인 흉내 내기? 그게 죄라고요? 1980년대 인기 팝송 가운데 ‘Walk Like an Egyptian’이 생각나네요. 불편하게 뒤뚱거리는 걸음을 그렇게 표현했다고 하는데 아니, 백인들 이집트에 뭐 유감 있나? 

    현모 찾아보니까 중세 영국에서는 이집트인 흉내 내는 걸 중범죄로 여겼고, 심지어 사형을 선고받기도 했다네요. 으악, 왜지? 

    영대 세상에…. 그냥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군요. 

    현모 여기 있다! 1788년 1월 18일 총 800명의 영국인이 호주로 추방됐는데, 그때 그들의 죄가 19개였고 그중 5번이 이집트인 흉내 내기였대요. 이유는 바로 집시가 이집트에서 왔다고 믿었기 때문이래요!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박해윤 기자]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박해윤 기자]

    영대 아, 집시에 대한 공포와 혐오 때문이라면 이제 이해가 가네요. 현모 님, 근데 제가 살았던 미국 워싱턴주도 와인으로 유명한 거 모르셨어요? 

    현모 처음 들어봤어요. 저는 워싱턴주를 못 가봤답니다. ㅜㅜ 

    영대 아. ㅎㅎ 우리나라 사람이 보통 워싱턴 하면 떠올리는 건 수도 DC이고, 제가 살았던 시애틀이 있는 주가 워싱턴인데요. 혹시 영화 ‘사랑의 블랙홀’ 보셨어요? 

    현모 음…. 사랑의 땡땡땡으로 된 제목이 너무 많아 좀 헷갈리는데, 그건 안 본 거 같아요. 

    영대 원제는 ‘Groundhog Day’고요. 주인공이 빌 머레이가 연기한 기상캐스터거든요. 근데 주인공이 전국 날씨를 전하면서 각 주에 대해 설명하는데, 워싱턴주에 대해선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현모 설마 ‘Wine State’? 

    영대 아뇨. ㅎㅎ 큰 나무들이 많은 곳이라고. 사실 미국인이 가지고 있는 워싱턴주 이미지가 그래요. 큰 나무가 우거진 곳. 그렇지만 나무만큼 또 유명한 게 와인이랍니다. 

    현모 맛있어서 그런 거예요? 

    영대 캘리포니아주 다음으로 와이너리가 많고, 오히려 일조량이 더 풍부해 맛난 포도가 자란대요. 최근에는 한국 와인 마니아들도 종종 찾는다고 하던데요.
    현모 아하! 얼마 전 ‘WSET’라고 와인시험 3급에 붙은 동생이 있는데, 아는지 물어봐야지. ㅎㅎ 그럼 개인적으로 추천해주실 워싱턴산 와인은요? 

    영대 일단 샤또 생 미셸(Chateau Ste. Michelle) 와인을 마셔보세요. 이곳에서 만드는 리슬링이 향이 참 좋아요. 

    현모 미~~셸~~ 마 벨~(비틀스 노래 ‘Michelle’). 

    영대 제가 그곳을 잊지 못하는 이유가 또 있는데요. 그 와이너리에서 매년 여름 엄청 멋진 음악 콘서트가 열립니다! 자유롭게 잔디밭에 앉아 치즈와 와인을 즐기며 공연을 관람하는데, 정말 평화로움의 극치죠. 

    현모 우왕~~! 평론가님이 콕 짚어 얘기하는 이유가 따로 있었네요. 와이너리에서 열리는 음악회!! 듣기만 해도 너무 가고 싶어요. 

    영대 술도 잘 못하는 우리가 어쩌다 함께 처음 술잔을 기울여 결국 술 얘기만 했네요. 

    현모 이번 회는 술크로니시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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