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군이 보유한 플랭커 계열의 대형 복좌 기체인 Su-30MKK(위) 기종과 J-16. [airliners 홈페이지 제공, 중화인민공화국 국방부 제공]
중국은 2035년까지 경제력, 2027년까지 군사력에서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천명하고, 이를 위해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총력을 기울여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근 수년간 왕이 외교부장 등 고위급 관료가 공식석상에서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으며 미국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폐기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미국과 한판 붙어보겠다는 발톱을 드러낸 것이다.
“미국과 한판 붙어보겠다”
중국은 공식 발표 자료에서 “2027년까지 국방과 군사의 완전한 현대화, 강한 군대 육성을 위해 공산당의 인민해방군에 대한 절대적인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즉, 향후 중국군 현대화와 강군 육성 프로그램은 중국공산당의 절대적 통제 하에 이끌어질 것이라고 천명한 것이다.중국은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이고, 공산국가에서 모든 무력(武力)은 공산당이 통제하는 것은 지극히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이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군사력 건설이나 운용에 있어 비전문가 집단인 정치 세력이 과도하게 개입했을 때 성공한 사례가 역사적으로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사적으로는 절대 전문가가 될 수 없었던 히틀러와 스탈린, 나치당과 소련공산당의 횡포에 가까운 비효율적 군사력 건설과 운용 때문에 양국군은 상당한 손실과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현상은 전후에도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를 취했던 거의 모든 나라에서 나타났다. 이러한 나라에서 군은 정치장교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됐다. 군의 전문성은 전능한 당의 영도와 지침 앞에 묻히기 일쑤였다.
이렇게 당에 의해 군이 통제되는 국가에서 군은 체제를 수호하는 수단임과 동시에 체제를 선전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그런데 군에 대해 잘 모르는 당이 군을 소재로 체제 선전을 하다보면 ‘헛발질’을 하며 자신들의 취약점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요즘 한창 군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군 이야기다.
11월8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즈, 중국 최대의 군사전문사이트 중 하나인 신랑군사망(新浪軍事網) 등의 메인에는 일제히 중국공군 전투기 부대를 선전하는 기사가 게재됐다. 이 기사는 중국군이 운영하는 선전매체 ‘해방군보(解放軍報)’와 중국관영 CCTV가 합작으로 만들어낸 홍보용으로 중국군 전투기가 사상 최장 연속 비행 기록을 세웠다는 내용이다.
매체들은 “인민해방군의 일부 전투기 부대가 남중국해에서 10시간 연속 비행 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들은 “종래의 1회 최장 연속 비행 기록은 8시간 30분이었지만, 이번 비행에는 공중급유를 받으며 인민해방군 공군 창설 이래 최장 기록인 10시간을 세웠다고 선전했다. 일부 매체는 이 기록이 세계 신기록이라며 이는 이번 비행에 동원된 전투기의 연료 탑재량과 공중 급유 능력 등 탁월한 성능 덕분”이라고 밝혔다.
“기념비적인 기록”이라 선전
러시아제Su-35. [AP=뉴시스]
CCTV가 공개한 영상 속에 등장한 전투기는 플랭커 계열의 대형 복좌 기체로 중국 공군에는 이런 기종이 러시아에서 직수입한 Su-30MKK와 이를 불법 복제한 J-16 2가지가 있다. 영상을 확대해보면 이 전투기는 중국제 WS-10A 엔진이 아니라 러시아제 AL-31F 엔진을 달고 있는데, 이는 이 전투기가 Su-30MKK 기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남부전구에서 남중국해와 가장 가깝고, 남중국해 초계 임무를 담당하면서 Su-30MKK 전투기를 운용하는 부대는 광시좡족자치구 난닝기지(南宁基地) 예하의 제6항공여단 하나뿐이다. 이것이 중국이 기록을 세운 전투기가 어떤 기종이고 어떤 부대였는지를 감춘 이유다. 중국제 ‘짝퉁’으로 세우지 못한 기록을 러시아제 오리지널이 세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남중국해를 관장하는 난닝기지 산하에는 쌍발 대형 전투기를 운용하는 항공여단이 2개가 있고, 이들 부대는 지근거리에 붙어서 주둔하고 있다. 하나는 이번에 장거리 비행에 동원된 제6항공여단 Su-30MKK 기종이고, 다른 하나는 Su-30MKK의 불법 복제판인 J-16을 운용하는 제26항공여단이다.
Su-30MKK와 J-16은 사실상 동형 기체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Su-30MKK에는 성능과 신뢰성이 어느 정도 입증된 러시아제 ‘정품’ AL-31F 엔진이 들어가지만, J-16에는 AL-31를 복제한 ‘짝퉁’ WS-10A가 들어간다. 이 엔진은 중국공군 주력 전투기 J-11에 납품되는 과정에서 수차례 공중에서 엔진이 정지하거나 공중에서 파괴돼 일선 부대에서 인수를 거부했던 엔진인 WS-10의 개량형이다.
중국은 WS-10 계열 엔진의 신뢰성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최근 남중국해, 대만, 동중국해 등에 출몰하며 주변국의 긴급 출격을 유발시켰던 중국공군 장거리 초계 임무 동원 기체는 모두 러시아제 오리지널 Su-35나 Su-30MKK 계열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중국의 주장은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중국은 100여 대가 도입된 Su-30MKK 전투기보다 훨씬 많은, 최소 130대 이상이 도입됐고, 심지어 같은 지역에 배치된 부대에 ‘중국제 Su-30MKK’인 J-16이 대량으로 깔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전용 영상에 J-16이 아닌 Su-30MKK를 동원했다. 즉, 자신들이 만든 ‘짝퉁’ 전투기의 장시간 연속 비행 능력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을 또 한 번 증명한 것이다.
중국 선전 매체들이 ‘대기록’이라 주장하는 10시간 연속 비행도 사실 서방 선진국들 기준에서는 가소로운 수준이다. 중국은 해상에서의 장거리 비행에서 엔진 이상 등 돌발 변수를 우려해 쌍발 엔진을 쓰는 러시아제 전투기로 장거리 비행 기록을 세웠지만, 이 정도 기록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F-16이나 미라지 2000 등 엔진이 1개인 단발 경량급 전투기로도 별 탈 없이 일상에서 달성한다.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알래스카 등 해외에서 연합훈련을 할 때 7700~8000km의 거리를 공중 급유를 받으며 10시간 동안 날아가 논스톱으로 주파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쌍발 전투기인 F-15K는 물론 단발 전투기인 KF-16으로도 여러 차례 이런 비행을 한다.
간이형 급유기 단 10대 뿐
중국이 러시아에서 도입한 공중급유 전력인 IL-78. [Russianplanes 홈페이지]
중국이 홍보 자료에서 모자이크 처리한 공중급유기 역시 웃음거리다. 미국은 KC-135 시리즈 등 공중급유 전용 항공기를 700대 이상 운용하고 있고, 이마저도 모자라 민간 업체의 공중급유기까지 서비스 계약을 체결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공중급유 전력은 러시아에서 도입한 IL-78 3대, 그리고 H-6 폭격기에 보조 연료탱크를 달아 전투기에 급유가 가능하도록 개조한 간이형 급유기 단 10대 뿐이다. 이번에 중국이 홍보자료에서 모자이크로 가린 공중급유기는 날개 형상에서 H-6라는 것이 드러났다. 전용 공중급유기가 부족해 구식 폭격기를 개조해 만든 30년 넘은 공중급유기를 홍보 자료에서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요컨대 중국은 자신들도 대형 전투기를 이용해 수천km 떨어진 곳까지 진출해 작전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이번 이벤트를 준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벤트를 준비한 중국공산당 홍보 담당자는 자신들에게는 대단한 기록인 이런 장거리 연속 비행이 미국 등 서방 선진국에게는 일상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이번 선전을 통해 중국공군의 장거리 연속 비행 능력이 얼마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해 보인 꼴이 돼 버렸다.
이런 군대가 ‘강군몽(强軍夢)’을 운운하며 앞으로 7년 안에 미군을 따라잡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중국 속담에 “천둥만 크고 빗방울은 작다(雷聲大, 雨滴小)”는 말이 있다. 지금 중국군이 딱 그 모양이다.